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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이 몰려온다"는데…문제 못 풀게 발목 잡은 건 누구였나 [스프]

[뉴스페퍼민트]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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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에디터)
 

0820 뉴욕타임스 해설 썸네일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을 되찾아 오겠다는 도전자로 2024년 대선을 치르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하면서 김이 좀 샜지만, 트럼프가 민주당 행정부의 실정을 공격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두 가지 무기는 여전히 경제와 이민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 강조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경제에 비해 이민 문제는 효과적인 무기가 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꽤 있었습니다. "이민자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몰려온다"라는 식의 주장은 얼핏 위협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미국처럼 땅덩이가 큰 나라에서 국경의 치안을 내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텍사스주 등 남부에 있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주의 공화당 주지사들이 미국에 살 권리를 아직 얻지 못한 이민자들을 버스나 비행기에 태워 뉴욕, 워싱턴 D.C. 등 대도시로 실어 나르면서 극적으로 반전됐습니다. 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대도시에 갑자기 늘어난 정처 없는 이민자들은 시 정부에는 "처치하기 곤란한" 문제가 됐습니다.

공화당은 민주당을 향해 "우리가 국경의 치안 문제를 이야기하면 '외국인 혐오'를 당장 멈추라는 식으로 위선을 떨더니, 정작 너희 사는 곳에 이민자가 늘어나니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꼴 좋다"고 조롱했죠. 아예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 나흘 가운데 하루의 주제 자체를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Make America Safe Again)"로 정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 실패를 집요하게 공략했습니다.

사실 미국 사회에서 이민은 절대 간단하지 않은 주제입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시대에 따라 '백인의 범주'가 달라서 미국 사회에 쉽게 동화되는 이민자의 출신 배경이 계속 바뀌었습니다. 이 문제를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오려는 주로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들의 문제로 국한해 보기도 어렵습니다. 미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능력을 지닌 이들에게도 이민의 문턱이 너무 높고, 무엇보다 달라진 시대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1990년 이후 사실상 방치된 낡은 제도도 문제입니다. 미국 이민위원회의 전략 담당 디렉터 호르헤 로워리가 다양한 측면에서 미국의 이민 문제를 진단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한 민주당은 오랫동안 이민 문제를 방치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남부 국경의 치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발 벗고 나서봐야 정치적으로 득이 될 게 별로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이는 텍사스나 애리조나 등 남부 주 출신의 민주당 의원들이 워싱턴에 가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할 때마다 드러나는 민주당의 약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둘러싼 공화당의 비판은 일리가 있습니다. 물론 공화당 행정부라고 뾰족한 대책을 냈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바이든 집권 중에 국경 지역의 치안이 악화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에 법을 제정해달라 요구하고 나섰을 때 "바이든에게 치적을 남길 수 없다"며, 오히려 제동을 걸고 법 제정을 가로막은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의 지시를 따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이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먼저 따졌다는 비판은 양당 모두 피할 수 없습니다.

의회에서 법을 제정했다면 훨씬 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 집행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 대책 가운데 행정명령 등 대통령과 행정부가 혼자서 할 수 있는 대책을 우선 서둘러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 들어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오는 망명 신청자들의 수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이들을 버스에 태워 뉴욕이나 워싱턴 D.C., 시카고 등지로 보내던 그렉 애봇 텍사스 주지사가 "보낼 사람이 없어서" 더는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정치에 발목 잡힌 미국 이민 제도

미국에 오고 싶은 망명 신청자, 난민, 이민자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시각을 좀 바꿔 보면 이민자를 잘 받지 않는 미국의 정책도 문제입니다. 로워리가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1990년 이후 미국 정치권은 각자 셈법에 따라 이민법을 거의 손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경제적인 기회든 정치적인 혼란을 피해서든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오려는 사람은 꾸준히 늘었고, 미국에 '합법적으로' 정착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졌습니다.

폭스뉴스를 비롯한 극우 언론은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선호할 가능성이 큰) 외국인을 꾸준히 받아들여 지지 기반을 넓히려 한다는 주장을 폅니다. 연방 선거에서 투표권이 주어지는 시민권을 얻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지 않을 텐데도 시청자들의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문제투성이 주장입니다.

사실 기업들은 노동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비자를 더 확대하고 이민을 늘리고 싶어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 로비도 많이 합니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이민 자체에 대체로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던 트럼프 행정부도 고학력자 또는 숙련 기술자의 취업 비자는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려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확대 시도를 막았던 건 민주당이었습니다. 민주당도 물론 취업 비자를 늘리고 이민의 문턱을 낮추는 데 동의했지만, 이들은 특히 과거에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에 정착한 주로 라티노 주민들의 가족, 자녀에게 시민권을 인정해 주는 문제를 함께 처리하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동의해 주기 어렵다며 버텼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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