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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무리하게 받았다가…열대야에 28명 '집단 탈진'

<앵커>

어제(17일) 저녁에 열린 한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거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물론 당시 기온과 습도가 워낙 높기도 했지만, 행사를 주관한 측이 준비도 부족했고, 참가인원을 무리하게 받아서 일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보도에 배성재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하남의 조정경기장, 10km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줄지어 뛰어오는 순간 한 남성이 비틀대더니, 이내 바닥으로 고꾸라집니다.

탈진한 것입니다.

[응급차에 자리를 비켜주세요!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제저녁 8시쯤, 이 대회에 참가한 28명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쓰러졌습니다.

이 가운데 9명은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귀가했지만, 나머지 19명은 의식 저하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대회는 이후 중단됐습니다.

사고 당시 하남 지역 기온은 30도, 습도는 80% 수준을 넘나들었고, 체감온도는 32도에 달했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전국마라톤협회는 "2.5km 간격으로 급수대를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준비 부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한세희/참가자 : 말을 못 할 정도로 많이 더웠어요. 나와서는 물 한 통 주는 게 전부였고. 온열질환자에 대한 그런 부분을 특별히 준비한 거 같지 않아요.]

협회 측이 지난달 하남시에 알린 대회 참가 인원은 '선착순 6천 명'.

하지만, 협회는 1만 명 넘게 들어온 참가 신청을 모두 받아들였고, 인원 변경에 대해 시에 알리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허탁/전북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 : 30℃가 넘어가고 습도가 80% 정도 된다면 (마라톤) 시간당 땀을 2L 정도 흘릴 수가 있습니다. 어제 같은 경우는 습도가 높기 때문에 체온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고….]

한여름 달리기 대회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폭염과 열대야 속 대회 개최에 대한 안전 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윤형,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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