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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5천만 원 날렸어요" 상테크, 재테크인가 탐욕인가? [스프]

[귀에 빡!종원]

상테크티몬 사태로 많은 피해자가 나왔지만, 그중 판매자도 소비자도 유독 더 큰 피해를 본 분야를 뽑자면 여행·컴퓨터 그리고 상품권일 것이다. 특히 티몬이 무너지며 함께 무너진 회사가 있으니 바로 문화상품권의 한 종류인 '해피머니'를 발행하던 해피머니 INC라는 회사이다.

두 회사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둘 다 상품권을 발행하는 회사였다는 것. 해피머니 INC는 해피머니 상품권을 발행했고, 티몬은 이걸 팔기만 한 것이 아니라 '티몬캐시'라는 상품권을 발행해 왔다. 둘째, 둘 다 자본 잠식 상태가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회사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갑자기 무너질 회사는 아니었다는 것. 고객의 돈을 선불로 끌어간 두 회사가 갑자기 디폴트 선언을 하는 등 무너지면서 나오지 않았어도 될 피해자가 너무나 많이 나오게 됐다. 전문가들은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고 보는데, 그 중심에는 상품권이 있었다.

상품권은 상품을 사는 데 쓰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종류의 상품권이 있다. 신세계나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처럼 전통의 유통 강자들이 내놓는 상품권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지역 상품권, 문화상품권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상품권이 존재한다. 스타벅스의 선불충전 역시 물건을 사기 위해 대체 화폐를 사 둔다는 점에서 상품권의 일종이다. 이 많은 상품권들의 주된 발행 목적은 상품의 거래이다. 신세계나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같은 유통업체는 자신들의 매출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상품권을 발행한다. 예컨대 어디선가 현금 10만 원을 받았을 때는 이걸 이마트에 가서 쓰지 않더라도, 이마트 상품권을 10만 원 받게 되면 이마트에 가서 쓰게 된다. 이마트의 매출이 오르는 것이다. 미국 역시 온갖 종류의 기프트카드가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는 물론, 아마존 기프트카드도 매우 인기가 많다. 모두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래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상품을 구매하는 데 쓰이지 않는 상품권도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에 문제가 된 해피머니 상품권과 티몬이 마지막까지 발행했던 티몬캐시이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다. 이 문제를 짚어보려면 먼저 이른바 '상테크'에 대해 알아야 한다. 상테크란 2018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일종의 재테크 방법으로, 상품권+재테크의 합성어이다. 상품권을 물건을 사기 위한 용도가 아닌, 내 지갑을 불리는 일종의 투자용으로 구매하는 행위인데 상테크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함께 해야 할 구성 요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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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상품권 발행회사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 문제 된 해피머니 상품권 같은 것 말이다.

둘째, 이 상품권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많은 플랫폼이 상품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티몬 같은 경우는 유독 그 할인율이 높았고 판매 규모도 컸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티몬에서 상품권을 많이 구매했다.

셋째, 상품권을 구매할 때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신용카드이다. 신용카드는 상테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개중엔 싼값에 상품권을 사서 비싼 값에 팔아 차익을 남기는 행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아니다. 상테크는 상품권을 구매할 때의 실적으로 신용카드가 주는 항공사 마일리지라거나 캐시백 등의 혜택을 받는 게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상품권을 구매하는 것조차도 혜택으로 인정해 주는, 그리고 그 보상이 보다 더 큰 카드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가장 중요한 상테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간편결제 기업이다. 페이코나 하나머니, 네이버페이 같은 회사들인데, 이들은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권을 자사 포인트로 바꿔주는 식으로 현금화가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이 사이클을 거치면 다음과 같은 일이 가능하다. 소비자는 티몬에 들어가 상품권을 100만 원어치를 신용카드로 구매한다. 그리고는 100만 원에 해당하는 신용카드 혜택(마일리지 or 캐시백)을 받는다. 그리고 간편결제 앱에 들어가 구매한 상품권을 다시 현금으로 바꾼다. 그러면 나는 사실상 돈을 거의 쓰지 않았는데 카드 혜택만 받아 가는 셈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한 달에 20~30만 원 정도 남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소소한 용돈벌이 정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득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극명하게 나뉜다.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니 그만큼의 손해를 누군가는 봐야 하는 것이다.

손해 떠안기를 자처한 티몬, 도대체 왜?

먼저 소비자의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준 페이코 같은 간편결제 기업들은 이득이다. 왜냐하면 소비자에게 받은 상품권을 다시 그 발행처에 가서 현금으로 바꿔오기 때문이다. 페이코 같은 경우 해피머니를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사 포인트로 바꿔줄 때 8%의 수수료를 받았다. 간단하게 말해 해피머니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대가가 8%인 것이다. 소비자가 1만 원짜리 상품권을 현금화할 때마다 페이코가 800원을 떼 가는 것인데, 상테크 규모가 커질수록 이 혜택도 커진 것이다.

카드 회사 역시 이득이다. 카드회사가 카드 혜택을 주는 건 일종의 판촉 행위이다. 자사 카드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자사 카드의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책인데 어차피 상품권이 아닌 다른 어떤 물건을 사든 다 주는 혜택이란 점에서 카드사가 손해 볼 일은 없다. 오히려 상테크 헤비유저들이 특정 카드로 많이 몰릴수록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결국 손해는 상품권을 판매한 플랫폼인 티몬이 모두 떠안았다. 사실 상품권을 티몬에서만 판 것은 아니다. 지마켓, 쓱닷컴, 옥션 등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지금도 상품권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티몬은 그 할인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해피머니 상품권의 할인율은 7.4%~7.6% 정도 됐다. 그런데 티몬은 올 6월쯤부터 이 할인율을 대폭 올려 8%까지 할인을 해 주기 시작했다. 앞서 페이코 같은 간편결제 앱에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꿀 때 수수료가 8%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티몬이 해피머니 상품권을 8% 할인을 해준다면, 소비자는 내 돈 단돈 10원도 수수료로 내지 않고 내가 쓴 만큼 그대로 현금으로 전환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가 정말 미친 할인을 하는 티몬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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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다. 장사란 1%라도 마진을 남기는 것인데,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 이런 제 살 깎아 먹기 식 영업을 왜 한 것일까? 티몬은 급기야는 할인 폭을 10%로 늘리기까지 했다. 정신 나간 수준이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지금 결제하면 한 달 후에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상품권은 원래 결제하는 순간 상품권 번호가 문자로 오는 시스템이다. 무슨 배송과 제조가 필요하기에 상품권을 한 달 후에야 보내준다는 것일까.
스프 귀빡바로 유동성 확보 때문이다. 티몬과 같이 무너져 가는 기업이 상품권으로 유동성을 충당한 것이다. 티몬은 통상 하루 평균 결제액이 50억 원 정도 됐다. 6월 15일만 해도 이 평균과 비슷한 53억 결제가 이뤄졌다. 하지만 상품권 프로모션을 본격 시작한 뒤, 7월 6일에는 하루 결제액이 900억 원에 육박하게 된다. 약 20일 만에 하루 오가는 돈이 17배나 늘어난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이 결제액의 절반은 상품권 판매로 보고 있다. 티몬은 이 기간 해피머니 상품권만 판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스스로 발행하는 '티몬캐시'도 10%씩 할인을 해서 판매했다. 이 티몬캐시 역시 페이코와 같은 간편결제 앱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종합해 보면, 구영배 대표의 티몬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고객의 돈을 엉뚱한 곳에 끌어다 썼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고, 일반적인 방법대로라면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거나 자산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구멍 난 자금을 메꿨어야 했다. 하지만 티몬은 자신들의 스스로 마치 한국은행이 된 듯 화폐를 찍어낸 것이다. 지급 능력이 도저히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상품권이라는 화폐를 찍어내 고객에게 말도 안 되는 금액에 내다 팔며 유동성을 마련한 것인데, 그런 점에서 이번 티몬과 해피머니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할인하는 금액만큼을 티몬이 부담하는 것이지만, 이 대금을 한 달 뒤에 배송하는 식으로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고객이 티몬에 돈을 주고 있던 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행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할인 폭이 커지면 커질수록 상품권을 발행하는 해피머니 INC 같은 회사도 추후 대금을 못 받을 확률이 커지는 건데, 만약 상품권 회사가 티몬과 공모를 했다면? 나중에 상품권을 디폴트 내 버릴 심산으로 지급 불능에 빠질 걸 알면서도 상품권 발행을 늘렸다면 그건 '사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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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머니도 공범인가?

그러다 보니 현재 검찰은 해피머니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해피머니는 본인들도 피해자라고 줄곧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매우 많다. 먼저 티몬의 매우 부실한 재무 구조이다.

신세계나 롯데, 현대처럼 자신들이 유통망을 갖고 있지 않은, 즉 해피머니와 같이 가맹점을 모집해 사업을 하는 상품권 회사들은 수익 모델이 세 가지이다.
첫째, 가맹점에 받아 가는 1% 정도의 수수료이다. 1만 원어치 물건을 팔 때마다 상품권 회사가 100원 정도를 떼 간다.

둘째, 이자 놀이이다. 실제 물건을 구매할 목적으로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선물을 받을 경우, 실제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6개월 정도가 지나서야 상품권을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기간만큼 먼저 받은 고객의 돈으로 이자를 벌어갈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낙전수입. 대부분의 상품권은 유효기간이 있다. 이 기간 안에 쓰지 않으면 상품권 판매 대금이 고스란히 상품권 회사로 들어가게 된다. 말 그대로 상품권 회사 입장에서는 '공돈'이 생기는 것이다.
해피머니의 경우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대부분의 항목이 마이너스이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라면 가맹점에게 받는 1%의 수수료가 주 수익원이 돼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피머니를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용도가 아닌 상테크의 목적으로 구매를 하다보니 영업 수익은 마이너스이다. 다만, 영업 외 수익 단 한 항목만 플러스인데, 이게 바로 낙전 수익이다. 즉, 고객이 깜빡 놓친 금액만 유일한 수익원이다 보니 오랜 기간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것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처럼 수익 구조가 불안한 해피머니가, 역시 흔들흔들하는 티몬과 만나 위기 타개를 위해 '상품권 판매를 늘려보자'라는 공모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1년에 1천500억 원어치 발행되던 해피머니 상품권이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5월부터 7월까지는 무려 두 배에 달하는 3천억 원어치가 유통됐다. 이런 점 때문에 미리 티몬과 공모해 한탕 장사를 하려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현금화를 담당한 간편결제 기업은 괜찮나?

사실 상테크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상테크는 '현금화'라는 과정이 없었다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상품권을 다시 현금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담당한 페이코와 같은 간편결제 기업들에도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는 현실이다. 페이코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하루에 자사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는 액수를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2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두 배나 올렸다. 더 많은 액수를 환전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사람들을 더 많이 끌어모으겠다는 건데, 그만큼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물론 간편결제 기업들도 이번에 해피머니와 티몬의 붕괴로 많은 피해를 봤다. 이미 소비자들은 상품권을 현금화해서 나갔는데, 이에 대한 대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이 터진 후에 페이코는 부랴부랴 하루 전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10만 원 대로 대폭 줄였다. 카드회사들도 부랴부랴 상품권 구입에 따른 카드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나섰다. 사실상 상테크가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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