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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깃발 꽂고' 불법 조업 피하는 중국…세계 바다에 손 뻗치는 이유는 [스프]

아웃로오션 프로젝트: '깃발 꽂기'에 나선 중국 (1)

'외국 깃발 꽂고' 불법 조업 피하는 중국... 세계 바다에 손 뻗치는 이유는
 

* 이안 얼비나는 바다에서의 인권과 환경, 노동에 대한 탐사보도를 하는 비영리 저널리즘 단체 'The Outlaw Ocean Project'의 책임자다. 그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17년을 일했으며 퓰리처상과 조지 포크상, 에미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기사 중 몇몇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불법 침입 어선 침몰 사건... 1년 뒤 뜻밖의 발표

2016년 3월 14일,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해안의 오징어 어장에서 낡은 중국 오징어잡이 배 루 얀 유안 유 10호가 아르헨티나 영해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다 적발됐습니다. 아르헨티나 해안경비대가 발견하고 정지를 명령하자, 이 특수 제작된 오징어잡이 배는 현장에서 탈출했습니다. 아르헨티나 해경이 추격하며 경고 사격을 가했지만, 루 얀 유안 유 호는 해경정과 충돌하려 했고, 결국 해경정은 직접 사격을 가해 어선을 침몰시키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날의 폭력적인 해상 충돌은 드문 일이었지만, 중국 오징어잡이 배가 아르헨티나 영해에 침입한 것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국가어업공사(CNFC) 소유의 루 얀 유안 유 호는 아르헨티나 영해 밖 공해 어장에서 매년 조업하는 수백 척의 중국 오징어잡이 배 중 하나였습니다. 이 배들은 종종 위치 발신기를 끈 채로 비밀리에 아르헨티나 영해에 침입해 불법 조업을 벌였습니다. 2010년 이후 아르헨티나 해군은 불법 조업 혐의로 최소 11척의 중국 오징어잡이 배를 추격해 아르헨티나 영해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외국 깃발 꽂고' 불법 조업 피하는 중국... 세계 바다에 손 뻗치는 이유는루 얀 유안 유 호의 불법 침입과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후, 아르헨티나 연방어업위원회는 공지를 발표했습니다. 두 척의 외국 선박에 아르헨티나 영해에서 조업할 수 있는 어업 면허를 부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어선 모두 현지 위장 회사를 통해 아르헨티나 국기를 달고 운항할 예정이었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는 중국 기업 CNFC였습니다.

이 결정은 주목할 만한데, 아르헨티나 규정에 명백히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규정에 따르면 외국 소유 선박은 아르헨티나 국기를 달거나 영해에서 조업할 수 없으며, 아르헨티나 영해에서 불법 조업 전력이 있는 선박 소유주에게 어업 면허를 발급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전 아르헨티나 어업부 장관이자 현 어업 컨설턴트인 에두아르도 푸치는 "이 결정은 완전한 모순"이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규모도 파악 불가... 중국의 '깃발 꽂기'

이러한 당국의 움직임은 모순적이지만,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점점 더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남미에서 아프리카, 멀리 태평양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깃발 꽂기(flagging in)"라는 과정을 통해 제한된 국가 어장에 진출해 왔습니다. 이 방법은 일반적으로 외국 선박을 다른 나라의 국적으로 등록하는 사업 파트너십을 활용하여 해당 국가의 영해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외국 깃발 꽂고' 불법 조업 피하는 중국... 세계 바다에 손 뻗치는 이유는현재 중국 기업들은 아르헨티나 국기를 단 오징어잡이 배 62척 이상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아르헨티나 전체 오징어 선단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들 기업 중 다수는 불법적인 어획물 해양 투기, 위치 발신기(트랜스폰더) 차단, 탈세 및 사기 등 다양한 범죄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역 기록에 따르면 이들 선박이 잡은 대부분의 해산물은 중국으로 보내지지만, 일부는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수출됩니다.

중국은 현재 미크로네시아, 케냐, 가나, 세네갈, 모로코, 이란 등 여러 국가의 해역에서 거의 250척의 이러한 '깃발 꽂기' 선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숨겨진 선단의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들 선박의 불법 행위, 특정 외국 해역에서의 밀집도, 유럽과 미국 시장에 유입되는 해산물의 양도 알지 못합니다. 선박의 규모는 대부분의 국가가 현지에서 선박을 직접 소유함으로써 국내 수익을 유지하게 하고, 어업 규정의 적용 역시 쉽게 만들어 줄 수 있기에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깃발 꽂기'는 이러한 목표를 훼손하며, 주권과 재정적 문제 외에도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해산물의 수출로 인해 식량 안보도 위협받는다고 에코 트러스트 캐나다의 주요 조사관인 디아 벨하비브는 말했습니다.

산업 어선 수백 척은 중국의 해양 보전 목표도 어지럽힙니다. 2017년, 중국 정부는 과잉 어업에 대한 환경단체의 압력에 따라 원양 어선단의 규모를 3,000척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중국이 소유하고 다른 나라 깃발을 단 산업 어선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지난 30년간 중국은 6,000척 이상의 원양어선을 앞세워 공해를 장악하며 세계 어업을 지배해 왔습니다. 이는 다른 어떤 국가의 선단보다 세 배 이상 큰 규모입니다. 다른 국가의 해역에서 조업하려고 할 때 중국 어선은 보통 그 나라 영해 바깥, 국제 수역에 머물러 있다가 경계선을 따라 침입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침입에 비해 더 '부드러운' 접근 방식으로, 자국 어선이 타국의 해역에서 합법 조업할 수 있도록 깃발을 꽂는 식으로 통제권을 확보해 왔습니다. 이는 불법 조업보다 정치적 충돌, 부정적인 보도 또는 선박 침몰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작습니다.

더 큰 야망 숨기지 않는 중국


중국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더 큰 야망의 일환임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2023년에 발표된 한 학술 논문에서 중국 어업 관리들은 아르헨티나의 영해를 "임대 및 이전 방법"을 통해 침투하기 위해 중국 기업에 크게 의존해 왔으며, 글로벌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특히 아프리카에서 두드러지며, 중국 기업들은 적어도 아프리카 대륙 9개국의 국가 해역에서 깃발 꽂기 선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 특히 가나에서는 외국 어업 투자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135척 이상의 중국 어선이 가나 국기를 달고 조업하고 있습니다. 2018년 환경정의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나의 트롤 산업 선단의 최대 95%가 중국인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또한 모로코 해역에서 유럽연합 국가들의 어선을 대체했습니다. 최근까지 대부분 스페인 출신 어선 수십 척이 모로코 정부의 허가를 받아 아프리카 국가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조업했습니다. 그러나 이 협정이 2023년에 만료된 후, 중국은 현재 모로코 해역에서 적어도 6척의 깃발 꽂기 선박을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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