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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15일 정산', 쿠팡은 '60일'…불신의 이커머스, 쿠팡은 믿을 수 있을까 [스프]

[귀에 빡!종원]

귀에빡티메프 사태가 남긴 많은 상처 중 하나는 우리나라 이커머스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도 그렇지만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 즉 셀러들은 생계가 걸린 문제이다 보니 더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대한민국 유통 전체에서 1위를 하는 공룡 쿠팡 역시 언젠가 무너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쿠팡의 ‘정산 기일’이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판매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쿠팡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는 소식과, 부채 비율이 400%를 넘기며 30대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이런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강해졌다.

반면 한국 시장 공략에 진심을 다 하고 있는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번 티메프 사태가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티메프가 휩쓸고 간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막내 쿠팡은 어떻게 공룡이 됐나

티몬은 2010년 ‘소셜커머스’라는 신개념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오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 공동구매 형식으로 쿠폰과 티켓을 싸게 팔던 미국의 ‘그루폰’ 모델을 그대로 따와 탄생했다. 주로 음식점이나 쿠폰 등을 공동 구매 형태로 싸게 팔면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후 위메프가 창업하며 둘의 경쟁 구도가 생긴다. 그리고 그 같은 해 쿠팡이 세 번째 주자로 이 ‘소셜커머스’ 대열에 합류하면서 트로이카 구도가 완성됐다.

이후 이들은 각자 사업 영역을 넓혀가며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화를 줬는데, 가장 늦게 출범했던 쿠팡은 그루폰 모델에서 미국의 아마존 모델로 전격 변환을 하게 된다. 지금 쿠팡이 팔고 있는 물건의 70% 정도는 직매입 구조로서, 자신들이 세운 물류창고와 자신들이 형성한 유통망을 갖고, 자신들이 직접 사들인 물건을 주문한 바로 다음 새벽에 배송해 주는 형태이다. 바로 이 쿠팡만의 ‘로켓배송’이 지금의 쿠팡을 있게 만든 일등 공신이란 얘기가 나오는데, 이게 가능하려면 앞서 언급했듯 자사의 물류망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한다.

물론 물건을 미리 직매입을 해놓기도 해야 한다. 그 소리는 결국 투자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인데, 물류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돈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직매입한 물건이 다 안 팔릴 경우 그 재고 처리도 쿠팡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은 운이 좋게도 매번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할 때마다 적절하게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것이 소프트뱅크로부터의 투자이다. 이후 나스닥 상장까지 하며 지금의 쿠팡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반면 티몬과 위메프는 쿠팡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했고, 당시에는 언론의 조명도 더 많이 받았지만 그 이후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는다. 일반적인 개념의 온라인 쇼핑몰처럼 다양한 상품을 ‘중개’하는 역할을 했지만, 자체 물류망을 건설하는 식의 투자는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티몬과 위메프는 원수 같은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다. 두 회사 모두 본사가 삼성동에 있는데, 오죽하면 삼성동의 두 원수라는 말이 나왔을까. 제 살을 깎아가며 출혈 경쟁을 해서라도 상대를 이기겠다며 과열 경쟁을 하던 두 회사는 이후 지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의 큐텐에 의해 한 식구가 된다. 피 터지는 경쟁을 할 당시에는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했지만, 정작 한 식구가 된 후에 함께 쓰러졌다는 것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쿠팡과 티메프의 이런 차이를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쿠팡이 적절한 타임에 적절한 투자를 받은 운도 작용했겠지만, 혹자는 기업 지배 구조를 그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쿠팡은 창업자 김범석 대표가 지금까지도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김 대표는 쿠팡의 창업자이자, 대주주이자, 경영자이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대기업들과 유사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가진 리더십으로서 과감한 결단을 해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티몬과 위메프는 전문 경영인을 들이면서 대주주와 경영자가 나뉘기도 했고, 또 회사가 여기저기 매각이 되면서 통일된 사업 모델을 지키기도 힘들었단 평이 나온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제안해도, 권한과 책임이 분리된 상황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 소셜커머스 3총사 중 티몬과 위메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 구영배 대표의 큐텐 계열 이커머스 업체인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 AK몰 네 곳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약 10% 정도 되는데, 이 공백이 누구에게 득이 되고 누구에게 실이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의 사업모델이 가른 ‘법적 책임’

귀빡티메프 사태 초기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여행상품이다. 여행사가 티몬을 통해 판매한 여행상품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티몬에 가서 환불을 받으라고 해 소비자가 큰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 이를 법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티몬에는 환불의 책임이 없다. 오히려 여행사가 환불해 줘야 하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티몬과 위메프는 대부분의 물건을 단순히 중개만 해 주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통신판매 중개업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즉,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계약은 티몬이나 위메프 같은 중개업자와 하는 게 아니라, 그 물건을 파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불의 의무는 계약의 주체인 판매자에게 있다. 티메프 사태에서 논란이 된 여행상품의 경우는 티몬에 입점해서 그 상품을 판매한 여행사에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티몬은 이렇게 큰 사고를 쳤는데도 법적으로는 ‘환불 의무’가 없는 것이다.

반면 쿠팡은 다르다. 쿠팡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한 물건은 쿠팡이 직접 매입해서 판매하는 물건들이다. 이는 ‘통신판매업’에 해당하는 사업이다. 즉, 쿠팡이 직접 판매를 하므로 환불 책임도 쿠팡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쿠팡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다면, 소비자는 당당하게 쿠팡에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런 법적 책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쿠팡에 대한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번 티메프 사태가 터진 뒤 많은 판매자는 ‘쿠팡도 정산일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쿠팡도 티메프처럼 다른 데 돈을 써야 해서 정산일을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이다.

쿠팡의 정산일이 늦어지는 이유

귀빡쿠팡의 정산일은 과연 얼마나 늦어졌을까? 쿠팡은 자신들이 물건을 매입할 때 우선 외상으로 받아온다. 그리고 그 대금을 추후에 지불하는데, 이게 2015년만 해도 평균 37.2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8년에 닷새 정도가 늦어져 42.4일로 늘어난다. 그러다 2022년 정산일을 50일로 규정하더니, 최근엔 아예 정산일을 60일로 못 박았다. 약 10년 만에 정산일이 1.6배나 느려진 것이다. 사업에 있어 현금의 흐름, 즉 유동성은 큰 업체 작은 업체 할 것 없이 매우 중요하고, 유동성이 막히는 순간 흑자를 내고도 부도를 맞이할 수도 있는 소규모 납품 업체들의 경우는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쿠팡 같은 공룡이 이렇게 매년 정산기일을 늦추고 있으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쿠팡은 왜 이렇게 정산기일을 늦추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자신들이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렇게 지급 기일을 조절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쿠팡은 지금까지 줄곧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에도 중국 알리와 테무의 침공에 맞서 물류센터를 더 확충하겠다며 많은 돈을 물류 인프라에 쏟아붓고 있다. 이렇게 지출이 늘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고, 그 현금의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의 기일을 늦추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되면 쿠팡은 좋지만, 판매자는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덩치 큰 사업자가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 대금 지급 기일을 늦춰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쿠팡의 60일 정산일은 우리나라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대규모유통업법은 위탁판매의 경우 정산일을 40일, 그리고 쿠팡의 로켓배송과 같은 직매입의 경우는 정산을 60일 이내에 할 것으로 규정한다. 즉, 쿠팡은 우리 법에서 지정한 정산일을 꽉꽉 채워서 가장 늦게 외상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잠깐 부연 설명을 하자면, 정산일이 77일이나 됐던 티메프는 앞서 설명했듯, 직매입이 아닌 통신판매중개업이었기 때문에 대규모유통법상 정산기일 규정이 없다. 이 구멍을 이용해 60일보다도 더 질질 끌 수 있었다.)

하지만 법이 정산일을 이렇게 정한 ‘취지’만 놓고 보자면 반드시 대기업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서라고는 볼 수 없다. 온라인 판매라는 것은 매대에 놓인 물건을 이리저리 따져보고 직접 구매하는 기존의 유통과는 다르게 소비자가 물건을 보지 못한 상태로 구매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잘못된 물건이 오거나 설명과 다른 물건이 올 경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를 즉시 온라인 쇼핑몰이 환불해 줘야 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게 하기 위해 정산일에 텀을 둔 것이다. 하지만 쿠팡이 과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산일을 60일로 늘렸느냐고 한다면 당연히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이번 티메프 사태를 겪으면서 이 정산일을 손봐야 할 때가 왔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부채비율 400% 넘는 쿠팡... 정말 괜찮나?

귀빡정산일도 정산일이지만 재무제표상 나타나는 쿠팡의 부채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재무 현황’ 자료를 보면,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 1위는 금호아시아나였고, 2위가 쿠팡이었다. 쿠팡은 부채비율이 427%로, 총자본 3조 2,860억 원에 부채총계 14조 370억 원이었다. 이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매입채무’이다. 즉 앞서 언급한 60일 정산기일과 연관이 있는데, 60일간 붙잡아 두고 있는 외상액이 전부 부채로 잡히면서 이렇게 기업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이 매입채무는 지난해 말 7조 5,752억 원이었는데, 이게 2018년 말 6,442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11배 넘게 많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채비율이 높은 쿠팡도 티메프처럼 갑자기 망할 것인가?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왜냐하면 쿠팡은 가지고 있는 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티메프의 재무구조상 언젠가는 망했을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서서히 말라죽었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무너질 그룹은 아니었다고 얘기한다. 즉, 망하더라도 서서히 정상적인 절차로 망했다면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무너지다 보니 나오지 않았어도 될 피해자들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티메프의 갑작스러운 몰락의 이유는, 이미 구영배 대표가 국회에 나와 실토를 하기도 했지만, 바로 고객의 돈에 손을 대 다른 곳에 유용했기 때문이다. 티메프는 자본 잠식 상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오늘 번 돈으로 어제 빌린 돈을 갚는 형태의 운영을 계속하고 있었다.
귀빡즉, 어제 갚지 못한 돈만큼 오늘 수익을 내야 계속 굴러가는 형태였는데, 그 돈을 미국의 ‘위시’라는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는데 갖다가 쓰면서 모든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나스닥에 상장만 하면 큰돈이 한꺼번에 생길 것이란 욕심이 잘못된 유혹을 만들어 낸 것이다. 쿠팡 역시 60일이란 텀을 두고 판매자에게 건넬 대금을 돌려 막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쿠팡은 갑자기 무너지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미 세워놓은 물류센터만 해도 그 가치가 엄청나고, 티메프처럼 고객의 돈을 다른 곳에 가져다 쓸 일도 지금으로선 없어 보인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돌고 있는 돈의 규모가 티메프랑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버틸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티메프 사태 같은 일이 만에 하나 쿠팡에도 벌어진다면 하다못해 물류센터 부동산만 갖다 팔아도 당장 급한 채무는 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쿠팡의 미래가 밝다는 뜻은 아니야..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쿠팡이 갑자기 무너질 일은 없다는 것이지 미래가 장밋빛이란 얘기는 아니다. 쿠팡은 지난해 창사 13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했다. 사람들이 ‘되겠어?’라고 의심했던 사업을 보란 듯이 성공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1분기 다시 적자로 전환했고, 2분기에도 매출이 처음으로 10조를 돌파했음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쿠팡은 공정위 과징금 1,630억 원을 선반영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막대한 돈을 들여 투자하는 ‘투자 타임’이었다면, 이제야 비로소 이익을 내는 ‘환수 타임’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딱 그 순간에 중국의 알리와 테무가 한국 시장을 공략해 온 것이다. 쿠팡은 다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이러한 투자가 쿠팡의 시장 지배력과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다소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쿠팡의 적은 쿠팡? 쿠팡이 티메프 사태에 웃을 수 없는 이유

귀빡김범석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알리와 테무를 언급했다. “소비자가 클릭 한 번에 다른 곳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즉, 쿠팡이 쿠팡플레이와 로켓배송 등으로 고객을 충분히 락인시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그런데 기자가 지난 1분기 알리와 테무의 실적을 분석하며 떠들썩하던 중국 C커머스가 정작 뚜껑 열어보니 별거 없더라는 내용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결제추정 금액을 살펴보면 한국인이 알리와 테무에 쓴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들이 한국 시장에 쏟아부은 돈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였었기에, 역시 중국 업체의 한계라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런데 왜 김범석 대표는 같은 시기 알리와 테무를 경계하는 발언을 한 것일까? 왜 알리 테무를 의식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일까?
귀빡우리는 알리와 테무 중, 한국 시장을 진심으로 공략하고 있는 알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테무는 여전히 중국 물건을 직구 판매하는 형태의 사업만 하고 있다면, 알리는 한국의 이커머스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판매자들을 입점시켜 한국 물건을 파는 K-베뉴라는 코너에 올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사람들이 결제한 금액은 약 8,200억 원으로 12조 7,000억 원을 기록한 쿠팡과는 사실 비교도 되지 않았다. 이것만 놓고 보면 C커머스가 별거 아니란 얘기가 나올 법한데, 1년 사이 성장률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알리의 2023년 1분기 결제추정액은 3,100억 원으로 불과 1년 사이 3배 가까이 성장을 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K베뉴가 있다.
귀빡올 초 한국 물건 전용관을 만들어 한국 판매자들이 물건을 팔게 하는가 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천억 페스타’라는 할인 행사를 하며 자기네 돈으로 물건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할인을 했다. 이게 3배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가?’ 수준으로 물건 가격을 깎아주는 행태는 사실 이번에 티몬이 무너지기 직전에 보였던 것과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그 할인 폭만큼의 피해를 떠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리와 티몬의 차이가 있다면, 알리는 한 해 수십조 원의 흑자를 내는, 말 그대로 돈이 넘쳐나는 모기업을 뒤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국에서 천억 정도 풀어서 물건값을 최저가로 깎아줘도, 알리바바 그룹 전체 차원으로 보면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수준인 것이다. 이렇게 물건값을 깎아주는 할인 행사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쿠팡도 최근 잘 깎아주지 않던 물건값을 깎아주는 할인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쿠팡이 알리의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위협적으로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쿠팡의 이런 위기의식은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전략에 자신들이 당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쿠팡의 사업모델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는데, 손해를 보는데 이익을 낸다는 걸 보여준 사업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돈만 많다면 막대한 자금을 풀어서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그 이후 업계를 다 내가 차지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쿠팡은 전통적 유통 강자인 신세계까지 뛰어넘게 된 건데, 문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중국의 자본이 우리나라에 본격 진출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쓰는 돈을 쿠팡이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에서 앞으로 더욱더 치열한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있을 수 있고, 쿠팡은 당분간 적자를 더 이어갈 수도 있단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쿠팡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은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싼 물건도 괜찮다는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1천 원 하던 바나나를 400원에 팔면 사람들은 물건을 의심하며 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는 그런 물건만 찾아다닌다. 그런 분위기를 만든 것이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체들인데, 이걸 또 기가 막히게 잘하는 게 알리 같은 중국 업체들이다 보니 이들이 마음대로 활개 칠 수 있는 장을 쿠팡이 열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제 살 깎아 먹기를 한창 하는 알리는 앞으로도 한국에서 흑자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냐? 이 부분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알리바바가 한국이라는 시장 자체를 수익을 내는 시장이 아닌, 마케팅 비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알리의 대부분 매출은 13억 인구의 중국 본토에서 나오고, 이 중국 본토에서 ‘한국에서 한국 물건으로 성공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소구 포인트가 된다. 따라서 한국에서 손해를 좀 보더라도 중국 본토에서 그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낸다면 한국에서 지금과 같은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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