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가 대표팀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악습에 시달려왔다는 자료를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막내라는 이유로 7년 동안 선배들의 끊어진 라켓 줄을 갈고, 방 청소에 빨래까지 해왔다는 겁니다. 대표팀 코치진은 이건 오래된 관습이라며 당장 해결할 순 없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배정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안세영은 금메달을 딴 직후 의외의 단어를 먼저 꺼냈습니다.
[안세영/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 7년 동안 참아왔던 그런 분노, 설움, 또 환호, 이런 게 다 섞여 있었고….]
안세영이 이런 표현을 쓴 이유 중 하나가 대표팀 생활 내내 시달린 각종 구시대적 악습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SBS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안세영의 부모님은 지난 2월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속팀에서 재활을 하게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선수촌 내 생활 문제 개선도 함께 요청했습니다.
안세영이 일부 선배들의 끊어진 라켓 줄을 갈아주는 것은 물론, 방 청소에 빨래까지 도맡아 하느라 일과 시간이 끝난 후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겁니다.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17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뒤 7년 내내 막내 생활을 해온 안세영은, 막내라는 이유로 시대착오적인 악습에 시달려온 겁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반응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협회가 당시 안세영 측과 면담을 가진 뒤 대표팀에 이런 악습을 개선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이를 들은 코칭스태프는 오래된 관습인 만큼 당장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순 없다며, 점진적으로 고쳐나가겠다고 답했습니다.
세계 최고 선수마저 불합리한 악습에 시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세영 사태'는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 스포츠계의 시대착오적인 민낯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 영상편집 : 이홍명, 디자인 : 김규연·이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