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워싱턴 DC의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국립사적지(NRHP·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습니다.
국립사적지는 한국의 국가유산(옛 국가문화재)과 유사한 제도로 미국 정부는 보존할 역사적 가치가 우수한 건물, 구조물, 장소 등을 국립사적지로 법으로 지정합니다.
국립사적지 지정은 국립공원관리청에 누구나 추천할 수 있는데,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워싱턴 DC 시정부가 추천했습니다.
시정부는 공사관이 미국 역사에 중대한 기여를 한 사건들과 관련된 건물이라는 이유로 지정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지정 추천서에 따르면 공사관은 한국이 미국에 설치한 첫 상시 외교 공관으로 한국의 근대국가 설립 노력과 관련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건물 원형이 잘 보존됐다면서 국가유산청이 2015년부터 3년간 진행된 대규모 복원 공사를 통해 공사관 운영 당시의 역사적 모습과 분위기를 되살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오는 22일까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9월 중 최종 등재 여부를 결정합니다.
국립사적지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가 그 역사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 보존에 필요한 지원을 연방 및 주정부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공사관은 한국 정부가 소유하고 한국의 역사가 주체인 장소로, 이런 곳이 미국 국립사적지로 지정된 경우는 아직 없다고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 1893년 촬영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외관 모습
백악관에서 1.5㎞ 거리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1889년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서양 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입니다.
1877년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19세기 워싱턴 DC에 있었던 외교공관 중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입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기 전까지 16년간 대한제국 공사관으로 쓰였습니다.
1910년 9월 일본이 단돈 5달러에 강제 매입한 뒤, 같은 해 미국인에게 10달러에 매각했습니다.
이후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2012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350만 달러에 매입한 뒤 보수·복원 공사를 거쳐 2018년 전시관으로 개관했습니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