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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스프링클러 미작동 원인은…"누군가 연동 정지 버튼 눌러"

인천 스프링클러 미작동 원인은…"누군가 연동 정지 버튼 눌러"
▲ 8일 청라 아파트 화재 전기차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는 모습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핵심 밸브가 임의로 조작됐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천소방본부는 지난 1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서구 청라동 아파트 방재실에서 화재 수신기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을 실시한 결과 '솔레노이드 밸브'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 불이 난 직후 오전 6시 9분 수신기로 화재 신호가 전달됐으나 아파트 관계자가 준비작동식 밸브 연동 정지 버튼을 누른 기록도 확인됐습니다.

이 정지 버튼을 누르면 화재 신호가 정상 수신돼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후 5분 만인 6시 14분 밸브 정지 버튼은 해제됐지만, 그 사이 불이 난 구역 내 중계기 선로 고장 신호가 수신기로 전달돼 결국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소방 당국은 밸브 작동이 멈춘 상황에서 소방 전기배선 일부가 화재로 훼손되며 수신기와 밸브 간 신호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는 화재 감지 후 소방 배관에 물이 통하도록 설계된 '준비작동식' 설비입니다.

이 설비는 수조부터 특정 밸브가 설치된 구간까지만 물이 채워져 있고 스프링클러 헤드로 이어지는 나머지 배관은 평소에 비어 있는 형태입니다.

불이 났을 때 2개 이상의 화재 감지기가 작동해야 수문이 열려 물이 공급되고 불길에 헤드가 터지면 소화수가 분출되는 방식입니다.

준비작동식 설비는 감지기나 밸브·제어반 등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데 이번 화재에서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스프링클러는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불을 완전히 꺼뜨리는 역할을 하진 못하더라도 불길이 확산하거나 주변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방 당국은 현장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발화 지점을 중심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 역시 지하 2층에 있는 수조에 소화용수가 90% 이상 채워져 있는 점, 펌프가 정상 작동할 때 발생하는 물 자국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토대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아파트 관계자 진술 등을 추가로 확보해 관련법 위반 사항에 대해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습니다.

또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대규모 정전과 단수가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전날 벤츠 전기차를 대상으로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해 배터리 관리 장치(BMU)를 확보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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