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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경제는 '당뇨 오기 직전'과 다르지 않다 (폴 크루그먼 칼럼)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The Economy Is Looking Pre-Recessionary, by Paul Krugman

0808 뉴욕타임스 번역
 
* 폴 크루그먼은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내 나이대 미국인이 으레 그렇듯 내 주변에는 의사로부터 당뇨 조짐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은 사람들이 꽤 많다. 이는 다시 말하면 아직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혈당이 높아 2형 당뇨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이 사람들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식단을 조절하거나 운동을 해서 살을 빼면 당뇨에 걸릴 위험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건강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신속하게 조처해야 한다.

물론 오늘 쓰는 글은 의학적인 조언에 관한 글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경제 관련 데이터를 보다 보면 자연히 의학적인 상황이 떠오르곤 한다. 아마도 미국은 아직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경제는 아무리 봐도 경기 침체의 전조가 가득하다. 그리고 정책 결정자들은 경제가 더 심각하게 망가지기 전에 서둘러 조처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책 결정자란 사실상 연방준비제도를 뜻한다.

연준이 지난주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는 것이 이미 자명해졌다. 사실 연준은 몇 달 전부터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제 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연준에서 단기 이자율을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는 다음 달 중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통상 하는 0.25%P 대신 0.5%P 정도 대폭 인하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앞으로 연준이 금리를 내리리라는 기대를 반영해 최근 장기 이자율이 급락한 것이 어떻게든 더 큰 경기 침체를 피하기에 충분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지금의 경제를 두고 경기 침체의 전조가 보인다고 말하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몇 달간 꾸준히 오른 실업률이다.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고용 지표를 보고 샴 법칙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다. 샴 법칙에 따르면, 실업률이 크게 오르면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 법칙을 고안한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샴을 포함해 많은 경제학자가 여러 기술적인 이유로 지금의 상황은 보기보다 나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금 상황은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공식 데이터만 그런 게 아니다. 각종 설문조사나 경기에 관한 소문에서도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읽힌다. 콘퍼런스 보드가 조사한 소비자들의 노동시장 평가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고, 아마존은 소비자들이 조심스럽게 주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모든 상황이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머지않아 경기침체가 올 수 있는 위험은 분명 점점 커지고 있다.

연준이 발 빠르게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침체가 올 거라는 전망은 100% 확신할 수 있을까? 경제에서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건 없다. 사실 우리 삶도 대체로 마찬가지다. 그러나 완벽히 확실할 때까지 기다리는 정책 결정자들은 보통 너무 늦게 움직인다.

그럼 우리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2021년, 2022년에 계속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연준은 꾸준히 금리를 올렸다. 이때의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1970년대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막지 못해 침체에 빠졌던 걸 떠올리면 사실 연준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2023년 하반기가 되면 1970년대 일어난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과장됐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불가피한 일이라고 우려하던 높은 실업률 없이 인플레이션은 차차 잦아들고 있었다.

그러나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것처럼 금리를 고집스럽게 낮추지 않았다. (완벽히 확실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보통 너무 늦게 움직이는 정책 결정자의 또 다른 예다) 어느 정도는 연준이 통계 조작의 희생양일 수도 있다. 2024년 초까지만 해도 물가가 매달 오르고 있다는 통계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때도 썼듯이 이는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기보다 그저 데이터에서 발견된 일시적인 소음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외에도 연준은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 조짐만 보여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면이 있다. 몇 년 전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을 때 금리를 너무 천천히 올리고 있다는 강력한 비판을 받던 연준은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졌는데도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으로 그때의 비판을 만회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오랫동안 우리 경제는 아주 높은 이자율에 상관없이 아주 좋았다. 그러나 이제 분명한 위기의 조짐이 보인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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