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공군의 F-35 전투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의 심장부인 수도 테헤란 한복판에서 암살된 것을 두고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를 살해했는지 의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하마스와 이란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시선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는 쪽에 모아지는 분위기입니다.
하니예는 전날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습니다.
피살 당시 숙소에 있다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는 것이 이란과 하마스의 설명이지만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운영하는 누르뉴스는 하니예가 머물던 숙소가 새벽 2시 '발사체'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누르뉴스는 하니예가 "테헤란 북부에 있는 참전용사를 위한 특별 주택에 머물고 있었다"면서 "발사체의 발사 장소 등 이번 테러 작전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아랍 매체 알하다스는 유도미사일이 하니예 거처를 타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런 보도 내용이 맞는다면 전투기나 공격용 무인기(드론)가 하니예 숙소에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걸로 하니예의 숙소를 정밀 타격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미국산 최첨단 F-35 전투기를 투입했을 가능성이 먼저 제기됩니다.
F-35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고 적국 깊숙이 침투할 수 있습니다.
이 전투기는 이란이 러시아에서 도입한 S-300 방공망을 뚫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F-35 전투기가 테헤란까지 가려면 튀르키예나 이라크 등 미군 활동 지역 국가의 상공을 비행해야 하는 데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전투기가 아니라면 공격용 드론이 하니예 암살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현지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면서 '닌자 미사일'로 불리는 헬파이어 R9X 미사일을 장착한 드론을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도 이 드론을 과거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지도부를 암살하는 데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용 드론이 이스라엘에서 이란 테헤란까지 1천600여㎞를 비행할 수 있는 정도의 작전 능력은 갖추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동 전문매체인 암와즈는 이번 공격이 회전날개 4개짜리인 무장 드론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이런 드론의 특성상 하니예 숙소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호주 매쿼리대학의 안보·범죄 연구원인 카일리 무어-길버트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하니예 공격에 드론이 동원됐을 것으로 보고, 드론이 탐지되지 않으려면 이란 국경 너머에서보다는 이란 내부에서 발사하는 게 더 쉽다면서 이란의 권위주의 체제에 불만을 품은 이란인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