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폭염의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휴가가 허락되지 못한 소시민에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며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가성비 최고 피서의 한 방법. 오랜만에 심야에 집 앞 극장엘 가보니 부쩍 늘어난 콘서트 실황 영화들이 눈에 띈다. 시공간 제약이 적은 OTT 콘텐츠에 맞서, 극장은 생존 전략으로 스크린에서 상영할 수 있는 팬미팅, 월드 투어, 스포츠 생중계 등 복합상영관의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콘텐츠들을 상영하기 시작했다.
<슬램덩크> N차 관람으로 시작된 마니아들의 극장 N차 관람 열풍,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관 상영을 통해 이제 극장이 더 이상 조용한 몰입의 공간이 아닌 다 같이 즐기며 흥을 발산하는 체험과 소통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티빙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마지막 회차를 변우석, 김혜윤 등 남녀 배우들과 함께 한 극장 실시간 관람 이벤트는 영화와 드라마, OTT와 극장 무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성공적인 영상 콘텐츠를 위한 쌍방향 소통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일방적 상영이 아닌 쌍방의 관계,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체험과 창작의 마케팅이 극장과 영화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스토리텔링 전문가 김공숙 교수는 극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지나 '스토리두잉'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7월 마지막 주 극장가는 대형 텐트폴 영화와 예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파일럿> 같은 코믹 영화 속에서 블랙핑크, 이준호, 영탁의 콘서트 실황 영화들이 예매 차트 순위를 석권하고 있었다. <탁쇼2>는 주말까지 3만 명을 동원했다. 작년 <탁쇼: The Movie>가 4만 2천 명을 동원한 스코어와 비교해 개봉 3주 차 성적으로 보면 선전하는 수치다. 더구나 개봉 2주 차부터 싱어롱 상영관을 오픈해 팬들에게 영화를 보면서 마음껏 떼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영탁의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콘서트 장면을 스크린으로 보며 노래까지 따라 부를 수 있게 배려한 싱어롱관은 개봉 2주 차 중년 팬덤을 극장으로 끌어모았고 예매율을 다시 상승하게 만든 마케팅 전략이었다. <탁쇼 2>가 개봉하자 팬들은 그의 노래 제목을 딴 '폼 미친 영탁관'을 만들어 단체관람하고 티켓을 문화 소외 계층에 기부하는 등 스토리두잉으로 화답했다.
이미 본 팬 vs 콘서트 못 본 대중 : 콘서트 영화의 타깃은 누구?
두 번째 <탁쇼2>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갔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여행하는 콘셉트를 잡아 미국과 유럽, 남미까지 돌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영화 속에서 나라와 나라를 이동하는 무대의 소개 브리지로 영탁은 축구를 하고 삼바춤을 추며 마지막엔 한국으로 귀국하는 영탁과 입국심사대의 영탁으로 1인 2역 연기까지 보여준다. 이미 몇 편의 드라마에서 조연과 카메오로 연기를 보여준 영탁은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이 영화란 사실을 상기시키며 남자 주연배우로서 짧지만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웃음을 안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공연 뒤 이야기인 비하인드가 쿠키 영상으로만 제공되고 120분의 러닝타임이 공연 모습으로만 채워졌다는 점이다. <탁쇼2>는 소비층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를 못 가본 일반인이라면 처음 보는 공연을 체험하는 느낌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미 그의 공연을 많이 본 팬이라면 조금은 아쉬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 영화는 2월에 있었던 탁쇼 전국 투어의 앙코르 콘서트를 담아서 보여주는 영화니 공연 모습을 담는 것에 가장 충실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탁쇼를 마친 영탁의 감회가 들어간 인터뷰나 달라진 셋 리스트 소개, 앙코르 콘서트에 처음 등장한 '니 편이야' 반응에 대한 느낌, 7개 도시 15번의 공연 도시별 에피소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음악 다큐 같은 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겐 아쉬움을 남겼다. 내년에 <탁쇼 3> 공개 뒤 제작될 영화는 실황 공개가 아닌 뮤직 다큐멘터리로 접근한다면 팬들도, 그의 공연과 음악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공연의 영상 콘텐츠화…트랜스미디어 핵심은 Something New의 재구성
처음 영탁이라는 가수를 알게 되고 그의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도 그가 노래를 부르는 가수(歌手)만이 아닌 노래를 만드는 프로듀서이자 자신의 음악에 대한 콘셉트가 명확한 뮤지션이라는 점이다. 그가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준우승자라는 발판을 딛고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한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그동안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장르의 음악을 다양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찐이야'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에서 보여준 유쾌한 리듬감과 밝은 에너지와는 또 다른 '담'에서 보여준 자신의 지난날에 대한 자전적 서사와 하드락의 결합, '신사답게'와 '폼 미쳤다'가 대중의 참여와 체험을 유도하는 즐거움의 스토리두잉 전략을 실천한 대표곡이라면 2집의 '풀리나'와 '값'은 우리 사회에 대한 유쾌한 비판이자 1집에 이어 여전히 현실 가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단다.' 이적이 영탁의 목소리에 대해 말했던 것처럼 팽팽한 천을 명중시키는 강렬한 화살처럼 그의 목소리는 세상을 향해 날아가 꽂힌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