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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향한 메시지' 처음 발신한 북한…'트럼프 2기' 대비 들어갔나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트럼프 2기'의 북미 관계는 순항할까

스프 N코리아
미국 대선전을 관망해오던 북한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미국 대선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3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서입니다.

'조미 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는 제목의 이 논평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미 해병대의 'F/A-18 슈퍼 호넷' 전투기 10여 대가 최근 수원 공군기지에 전개된 것을 비판하며, 미국이 '전면적인 대결 구도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지난 23일 논평 

올해 들어 처음 트럼프 언급한 북한

그런데, 이 논평의 후반부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합니다. 트럼프가 최근 후보 수락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을 언급하며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고 쏘아붙인 것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경쟁이 본격적인 단계에 이른 속에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된 트럼프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우리를 두고 <나는 그들과 잘 지냈다> <많은 핵무기나 다른 것을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등의 발언을 하며 조미 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는데,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양당 간의 엎치락뒤치락으로 난잡스러운 정치 풍토는 어디 갈 데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였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 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보아야 한다."

<조선중앙통신 논평, 7월 23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
먼저, 가장 주시해서 볼 부분은 북한이 트럼프를 언급한 것이 올해 들어 처음이라는 점입니다. 올해 초부터 미국 대선전이 각 당의 후보 경선 절차 등을 통해 본격화됐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 대선전을 관망만 해왔을 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정세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총격 사건을 계기로 상승세를 타고 바이든 미 대통령이 결국 후보를 사퇴하는 국면까지 이르자 북한은 트럼프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나름으로 대선 판도가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는 판단하에 트럼프를 향한 메시지 발신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 인용한 조선중앙통신 논평도 행간의 의미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트럼프의 발언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일 당시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 개인적 친분 관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을 부인하지 않은 것입니다. 북한이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말도 역으로 보면 사적으로는 김정은과 트럼프 두 사람이 친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트럼프, 지금까지 세 차례 만나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두 사람은 세 차례 만났습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했고, 2019년 6월 판문점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남북미 3자 정상회동을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적대국 지도자와 1년 동안 세 차례나 만나는 이례적인 관계가 맺어진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했습니다. 2018년 4월 1일부터 2019년 8월 5일까지 두 사람이 교환한 친서는 27통에 이릅니다. 2020년 트럼프가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는 김정은이 위문 전문을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세 차례 만났다. 

친분 강조하면서도 선 그은 북한?

이런 개인적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은 김정은-트럼프 간 친분이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며, 국가의 대외 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두 사람의 개인적 친분이 북미 관계의 진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미국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미국은 조미 대결사의 득과 실에 대해 성근히 고민해보고 앞으로 우리와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하는 문제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미 대결의 초침이 멎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

<조선중앙통신 논평, 7월 23일>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북미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정책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주문인데, 북한의 주장이 현실성이 있는지를 떠나 주목할 점은 북한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대선까지 아직도 몇 개월이 남아있지만, 북한이 보기에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대트럼프 메시지 발신을 시작한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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