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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감사하면, 월드컵 출전 못 한다?…'감사 논란' 따져보니 [스프]

[뉴스스프링]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13일 국가대표 축구팀의 새 사령탑으로 홍명보 HD울산현대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기자회견에 나선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절차대로 진행해 선임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의 폭로로 파문이 커졌고, 정부가 칼을 빼들었습니다.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기로 한 겁니다. 정부가 축구협회를 직접 감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협회 내부에선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정부 감사가 FIFA 제재로 이어져 월드컵 출전까지 막힐 수 있단 내용이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대한축구협회
물론, 이런 주장을 내놓은 건 익명의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입니다. 협회 측은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에도 감사를 앞두고 FIFA 제재를 운운하는 건 자칫 감사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일리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대한축구협회는 매년 300억 원 넘는 지원금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인사혁신처가 협회를 '공직 유관단체'로 지정했고,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자체 감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감독 선임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축구협회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하는 건 정부 고유의 권한이자 의무인 셈입니다.

한편, FIFA의 정관*에는 각 회원국 협회의 독립성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이 규정의 핵심은 정부와 같은 제3자의 부당한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단 내용입니다. 그리고 FIFA는 이 조항이 위반됐다고 판단되면 즉각 회원국 자격 정지와 같은 제재를 내렸습니다. 즉, 정부의 감사 활동을 '독립성 훼손'으로 본다면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의 주장처럼 출전 정지와 같은 제재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FIFA STATUES(2024) 19조 1항
각 회원 협회는 제3자의 부당한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사무를 관리해야 한다.
 

좀 더 설명하면

이제 남은 쟁점은 '과연 FIFA가 우리 정부의 감사 활동을 부당한 개입으로 볼 것인가'입니다.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선 FIFA가 그동안 어떤 사례들에 대해 제재를 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쿠웨이트입니다. FIFA는 지난 2015년 10월, 쿠웨이트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쿠웨이트는 2016 리우 올림픽, 2018 러시아 월드컵,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까지 모두 출전할 수 없었습니다.

FIFA가 이처럼 쿠웨이트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킨 건 당시 쿠웨이트 정부가 통과시킬 '체육법' 때문이었습니다. 체육법은 쿠웨이트 정보부 장관이 자국 내 모든 스포츠기구 및 연맹을 관장하고 인사권과 재정적 사안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FIFA는 이런 법이 시행되면 축구협회의 독립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입니다. 쿠웨이트 사례 이외에도 지난 10년 간 FIFA가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킨 사례는 6건이 더 있었는데, 자국 축구협회를 아예 해산시키거나 직접 관리 또는 협회 선거에 개입한 경우였습니다.

사례
이처럼 FIFA는 정부가 협회 선거 또는 협회 집행부 구성에 영향을 미쳐 운영을 좌지우지하려 할 때 회원국 자격 정지라는 강도 높은 제재를 내렸습니다. 실제로, FIFA는 협회 선거나 선출기구 구성에 대한 '정부 개입(Government Interference)'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LEGAL HANDBOOK, 2023)
 

한 걸음 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우리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된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를 두고 협회 내부에선 FIFA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FIFA가 엄격히 금지하는 정부 개입은 협회의 선거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집행 기구의 구성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었습니다. 즉, 감독 선임 과정과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 자체만으로 FIFA의 제재 대상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국회는 사상 처음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열고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 경질과 아드보카트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조사했지만, FIFA는 지금까지도 이를 문제 삼은 적은 없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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