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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반했던 고급 요리, 사실은 돼지고기 장아찌였다는 전설 [스프]

[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⑮] 농민 장조림에서 황실요리로…오향장육

윤덕노 중국본색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오향장육은 우리한테 익숙한 듯 낯선 요리가 아닐까 싶다. 일단 중국 음식점 차림표에 자주 보이니 눈과 귀에 설지는 않는데 실제 자주 먹지는 않는다. 아마 식사로 먹는 요리라기보다는 술안주에 가깝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는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오향장육이라는 이름의 요리는 일부러 찾지 않는 한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 북경이나 상해 등지에서는 비슷한 이름의 장육은 많아도 '오향' 장육은 흔하지 않다. 오향장육이 원래는 강소성 소주(蘇州) 요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향장육. 출처 : 게티이미지
오향장육의 역사에서 중국 장조림이 발전해온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오향장육은 문자 그대로 다섯 가지 향(五香)을 가미한 장육(醬肉), 즉 장조림이라는 뜻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장조림이라기보다는 장 절임에 더 가깝다. 그런데 졸임이 됐건 절임이 됐건 장육에 왜 다시 다섯 가지 향을 덧입힌 것일까?

그 배경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젓갈 장(醬)에 고기 육(肉)자를 쓰는 장육의 역사다. 장육은 중국식 된장인 첨면장에 돼지고기를 묻어 숙성해 만든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우리가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를 박아 무 장아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니 돼지고기 장아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돼지고기에 첨면장의 맛과 향이 배는데 이렇게 만든 장 절임을 깨끗이 씻어 바람에 말리면 쫀득한 식감의 맛있는 장육이 된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만드는 법은 이렇다.

중국에서 이런 장육은 10세기 송나라 때부터 발달했다고 말한다. 물론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기 젓갈인 육장(肉醬), 즉 식해(食醢)를 기원으로 꼽지만, 돼지고기를 된장에 묻어 숙성한 것은 송나라 때라는 것이다.

오향장육과 육장. 출처 : 바이두
그게 뭐가 중요할까 싶지만, 역사적으로, 음식 문화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송나라는 중원에 살았던 한족이 북방 민족에 밀려 남쪽 양자강 이남으로 내려오면서 북방과 남방 음식이 만나 중국 음식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진화한 시기였다.

중국에서 돼지고기가 널리 퍼진 것도 이 무렵이다. 목축의 영향으로 양고기를 주로 먹던 북방 한족이 벼농사를 짓던 남방 한족과 만나면서 예전에는 즐기지 않았던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뒤집어 말하면 송나라에서 돼지고기는 귀족이나 부자 등의 상류층이 아닌 평민과 농민들이 먹던 대중적인 고기였다.

먹고 남은 돼지고기는 장기 보관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소시지나 연기로 훈제해 햄 혹은 베이컨으로 만들었지만, 고대 중국에서는 쌀밥이나 조밥 등에 묻어 육장(肉醬)인 식해로 만들었다. 하지만 값싼 돼지고기를 평소에도 못 먹는 쌀밥이나 조밥에 묻어 보관할 수는 없으니 대신 된장에 박아 장아찌로 만든 것이 장육의 시작이다. 이 무렵 돼지고기 장육은 농민과 서민의 음식이었다.

이런 돼지고기 장 절임, 장육이 유목민인 몽골이 지배했던 원나라를 지나 상류층이 돼지고기를 좋아했던 명, 청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더욱 발전하게 됐고 고급 요리로 거듭났다. 귀족과 부자들이 농민들처럼 된장에 박아 만든 돼지고기 장아찌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인데 오향장육은 이런 과정에서 생겨났다.

강소성 소주. 출처 : 바이두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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