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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2,400만 명 듣는 그 밴드, 앨범 표지가 한국인 작품이었어? [스프]

[취향저격] '갤러리에서 레코드숍으로...' 해외 앨범 커버 장식하는 한국 사진가들 (글 : 임희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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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형 프레임 안에 희미한 두 사람의 실루엣이 어른거리는 사진. 어떤 사연이 담긴, 어떤 작품일까요? 그리고 그 위에 쓰인 다소 민망한 텍스트는 또 뭘까요.

몽환적인 팝이나 록 음악을 즐겨 들으시는 분들께는 익숙할 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의 새 앨범 표지입니다. 12일에 발매된 3집 'X's'입니다. 무려 5년 만의 정규앨범인데요. 드림 팝, 슈게이즈, 슬로코어 같은 꿈결 같은 장르들의 특성을 버무리되 조금 더 팝적인 감각으로, 달콤한 멜로디와 관능적인 가사를 실어 표현하는 아름다운 그룹입니다.

5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를 보면, 19일 기준 월간 청취자 수가 2,400만 명 이상(전체 아티스트 중 239위). 약 1,760만 명인 뉴진스(434위)보다 많으니 상당한 대중성을 갖춘 밴드이기도 합니다.

Tenjano Blue - Cigarettes After Sex

리더 겸 보컬 그레그 곤살레스와 멤버들은 흑백 마니아입니다. 지금껏 발표한 거의 모든 싱글과 앨범 표지는 흑백 사진으로 돼 있습니다. 위에서 보시다시피 라이브 때는 위아래로 검은 의상만 고집합니다. 음악, 아트워크, 의상까지... 사운드와 비주얼에 대한 리더 곤살레스의 집착에 가까운 성격이 엿보입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17년 1집의 분위기를 "누아르 드림팝(noir dream pop)"이란 말로 요약했습니다. NME는 "페스티벌에서 만나 반한 사람과 이들의 공연에 가라. 키스쯤은 순식간에 일어날 것이다"라고 썼죠.

Apocalypse - Cigarettes After Sex

어때요. 생생한 흑백의 꿈이 깊은 밤 파도처럼 고막으로, 가슴으로 들이치나요. 저 위에 몽환적인 키스 사진, 사실 한국 작가 작품입니다. 민병헌 사진가의 누드연작 일부인 'MG 325'죠. 흐릿한 배경에 입맞춤하는 두 사람의 사진이 몽환적으로 담긴 작품. 2022년 민 작가의 개인전에 실린 사진들을 우연히 접한 밴드 리더 그레그 곤살레스가 표지에 사용할 수 있을지 문의해 왔고 지난해 2월 내한공연 때 멤버들과 작가가 직접 만나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리더 곤살레스는 사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음악가입니다. 2012년 미니앨범 표지에 예술가 만 레이(1890∼1976)의 작품을 싣기도 했죠. 아래에 보이는, '목걸이'라는 작품입니다.

Nothing's Gonna Hurt You Baby - Cigarettes After Sex

곤살레스가 독특한 이미지에 집착적인 관심을 가진 배경에는 비디오테이프 유통업을 한 부친이 있습니다. 저와 인터뷰 때 "집에 비디오 가게 하나를 통째로 들여놨다 싶을 정도로 테이프가 많아서, 어려서부터 오만가지 영화를 접했다"고 했어요. 옛 영화에서 영향받은 노래들도 많습니다. "'Opera House'는 영화 '피츠카랄도'와 '버든 오브 드림스'의 영향을 받았고, 'John Wayne'은 팀 멤버의 힘든 연애를 보며 영화 주인공이 떠올라 만든 곡"이라더군요.

영화 마니아, 사진 마니아인 그의 눈에 한국 사진가의 작품이 띄고, 그렇게 해외 유명 밴드의 앨범 표지를 한국인이 장식한 사연이 독특합니다.​​​​​​​

Cigarettes After Sex, private session - live @ Paris - ARTE Concert

임희윤 취향저격
혹시 어디를 찍은 어떤 사진인지 아시겠습니까. 어느 머나먼 이국의 검은 강과 몽환적 불빛의 콜라주...? 실은 한강의 야경입니다. 서울 반포 쪽 한강둔치에서 한남대교 북단을 바라보고 촬영한 컷이죠. 번져서 표현된 한남대교의 불빛들 위로 솟은 검은 형체는 용산구 한남동 부촌이 자리한 언덕입니다. 안웅철 사진가가 촬영했고, 2016년 알제리 출신 재즈 베이시스트 미셸 베니타의 음반 'River Silver'의 표지로 사용됐습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재즈 음반사 ECM은 예술적인 앨범 표지들로도 유명한데요. 한국 사진가인 안웅철 씨는 2014년부터 30장 넘는 음반의 표지를 작업해 왔습니다. 2014년 정명훈의 피아노 소품집 표지에 경남 창녕 우포늪 풍경을 담은 것을 비롯해 국내외의 다양한 풍경이 안 작가의 손과 감각을 거쳐 ECM의 표지로 거듭났지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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