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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음식값 좌지우지하는 '배달의 민족', 3년 후 사라질 수 있다고?! [스프]

[귀에 빡!종원] AI 전쟁이 불러올 '나비 효과'

귀에빡요식업계 지배적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나섰다. 6.8%에서 9.8%로 한꺼번에 3%포인트 올리는 것이다. 자영업자는 압박을 느낄 것이고, 이 부담은 소비자와 나눠지게 된다. 음식값이 올라간단 뜻이다. 배달앱 안 써서 상관없다고 생각할 게 아닌 게, 이렇게 오른 음식값은 배달앱을 쓰든 안 쓰든 모두에게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배달앱, 그중에서도 지배적 사업자인 배달의 민족이 우리나라 전체 음식 물가를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배달의 민족 모기업이 독일 기업이라는 점과, 지난해 영업익만 7천억 원을 내며 역대급 흑자를 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며 자영업자들은 물론 국민들의 거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은 아직까지 수수료 인상 카드를 철회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배달앱 안 쓰면 되지’ 생각하겠지만, 자영업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다시 예전처럼 전화로 주문하는 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전단지를 따로 만들어 돌리는 등 독립을 위한 온갖 노력을 해도,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앱으로 주문을 하는 손님들의 습관이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래서 플랫폼 사업이 무섭다는 얘기가 나온다. 행동 단계를 하나라도 줄이는 데서 편안함을 느끼는 인간의 본능 상, 배달이 됐든, 택시 호출이 됐든, 어떤 분야가 됐든 사용 편의를 주는 플랫폼 하나에 익숙해지면 그 행동 패턴을 바꾸기가 쉽지 않고, 그렇게 지배적 플랫폼 자리에 오른 기업은 전체 물가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각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 하지만 3년 후면 이 경제구도가 모두 무너지고 재편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삼성 vs. 애플의 2차 대전, AI
얼마 전 삼성은 프랑스에서 성대하게 폴드·플립 6 언팩 행사를 진행하며 ‘가장 강력한 AI 폴더블 폰’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역시 얼마 전 열린 WWDC 행사에서, 가을 출시될 아이폰 16부터 탑재될 인공지능 기능을 소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양대 휴대폰 제조사의 AI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이 꿈꾸는 AI 스마트폰의 최종 형태는, 손가락이 아닌 음성으로 내 스마트폰을 완벽히 제어하는 것이다. 말만 하면 아이폰의 시리가 됐든, 갤럭시의 빅스비가 됐든 AI 비서가 내 스마트폰에 깔린 앱과 앱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모든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다. 마치 아이언맨 영화에 나오는 조수 AI ‘자비스’와 같은 이 AI 기능을 ‘AI 에이전트’라고 부른다. 
귀에빡종원 AI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지금은 내가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의 민족을 쓸지 요기요를 쓸지 판단한 후 그 앱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음식을 고르고, 주소를 입력하고, 결제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이제 AI 에이전트가 상용화되면 소비자는 그냥 음성으로 명령만 하면 된다. “30분 내로 배달되는 중국집에서 삼선 짜장면 한 그릇 시켜 줘. 별점은 4.5점 이상이고, 달걀 프라이가 올라가는 집으로 해. 단무지 많이 달라고 하고. 그리고 지금 배달 행사 하고 있는 배달앱에서 주문하는 거 잊지 말고.” 이렇게 음성 명령 하나 하고 나면, AI가 내 휴대폰에 깔린 배달앱을 다 돌아다니며 해당 조건에 맞는 음식점과 최적의 배달앱을 찾아 주문을 하게 된다. 이는 비단 배달 어플뿐 아니라, 택시를 호출할 때도, 물건을 구매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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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 초 MWC2024 행사에서 독일의 ‘도이치텔레콤’은 AI기능으로만 작동하는 콘셉트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이 스마트폰의 특징은 앱이 단 하나도 깔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에 스마트폰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AI 앱만 하나 있을 뿐이다. 내가 굳이 앱을 깔지 않아도 음성 명령 하나로 위와 같은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이다.

먼 미래의 얘기처럼 들리지만, 현재 삼성과 애플 같은 휴대폰 제조사는 물론, 오픈 AI와 MS, 구글 같은 빅테크들도 이런 ‘AI 에이전트’ 앱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애플이 이미 올 하반기 이런 ‘AI 에이전트’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기능을 담은 새 아이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삼성은 3년 후면 ‘AI 에이전트’ 기능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위험한 건 인터넷의 관문 ‘네이버’
인터페이스가 바뀐다는 건 삶의 패턴이 바뀐다는 이야기이다.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 기업들도 이에 따라 질서가 재편된다.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었을 때 그랬고, 이후 애플의 아이폰 발표로 모바일 시대가 시작되며 또 그랬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IT업계의 공룡으로 자란 두 기업이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이어진 모바일 시대가 이제 AI 시대로 또 한 번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고, 지금껏 전성기를 누린 네이버와 카카오의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네이버를 우리는 ‘포털’이라고 부른다. 인터넷 세상에 들어가기 위해 대부분의 한국인이 거쳐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이 ‘관문’의 기능을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로 구축했다. 단어 하나를 검색해도 관련된 상품이 뜨게 되고, 그 링크를 타고 타고 들어가며 쇼핑부터 엔터테인먼트까지 인터넷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너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지금 같은 형태의 검색을 하나 하는 데 드는 비용은 거의 없지만, 그 결과로 얻는 수익은 극대화돼 있다.

문제는 이런 효율성이 극대화된 사업 모델이 산업계의 급변하는 지각변동을 따라가는 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챗GPT 같은 생성형 AI들은 검색에 드는 비용이 비싸다. 언론사나 대형 커뮤니티에 막대한 금액을 내고 데이터 이용권 계약까지 해 가며 검색 결과를 도출해 내는 식이다보니, 소비자들에게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비싸지만, 정작 이 결과물에 대한 수익모델은 여전히 전무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챗GPT를 서비스하는 오픈 AI 내부에서도 검색 결과에 광고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신뢰도’를 위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귀에빡종원 AI

네이버 역시 생성형 AI를 개발하지 않는 건 아니다.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등,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하이퍼클로버 X’가 그것이다. 네이버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한국 역사 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자사의 ‘하이퍼클로버 X’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는 외산 AI들과 비교해 그리 큰 장점이 아닐 수 있다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이미 챗GPT나 제미나이 등은 전 세계에 있는 데이터를 거의 다 학습을 해 더 이상 학습을 할 게 없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 이 전 세계에 있는 데이터에서 한글이나 한국 역사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작다는 것이다. 즉, 지금 생성형 AI의 성능 상 우리나라 전체에 쌓여있는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순식간이고, 이걸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는 외산 AI와의 차별점을 두는 데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AI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플랫폼 사업보다 ‘승자독식’ 성격이 강한 사업이다. 무릇 대부분의 플랫폼이 승자독식이라고 하지만, AI는 이들 플랫폼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 중에 플랫폼이다 보니 더욱 그러하다. 현재 네이버는 긴 시간 쌓인 블로그나 카페의 데이터를 외산 AI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 때문에 결국 네이버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많은 생성형 AI 업체들이 곧 검색 결과에 수익모델을 결합시킬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데이터에 대한 이용료도 더욱 활발히 논의가 될 것이다. 이때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에 양질의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데이터가 외산 생성형 AI에 전혀 공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점점 네이버에 머무를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이들은 결국 네이버를 떠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자니, 네이버가 내세우는 ‘우리만의 데이터’라는 메리트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네이버가 상당히 진퇴양난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AI가 완전히 우리 휴대폰에 들어오게 되면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 네이버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배달앱의 몰락...'을'로 전락하는가?
그리고 위험한 것이 플랫폼 사업자이다. 배달 플랫폼을 예로 들어보자. ‘배달의 민족’이 지배적 사업자인 이 분야에 위에서 언급한 ‘AI에이전트’가 끼어든다면?

위에서 언급했듯, 많은 소비자들이 이제 음성으로 AI에게 음식을 주문할 것이고, AI는 배달앱들을 뒤져 배달을 시킬 것이다. AI는 여기서 두 가지 결정을 하게 된다. 하나는 지금 소비자들이 배달앱을 보며 하는 것처럼, ‘어느 음식점’에서 시킬 것인가를 결정하게 될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 음식을 어떤 배달앱 플랫폼을 통해 주문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즉,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달의 민족’이라는 지배적 플랫폼에 들어가 음식점만 고르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이 ‘배달의 민족’ 역시 AI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도 수많은 업체가 플랫폼 업체에 돈을 내는 이유는 사람들의 눈동자와 손가락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배치되고 싶어서인데, 앞으로는 이런 결정을 AI가 하게 되다 보니 기존 플랫폼 기업들이 AI 업체에 ‘우리를 선택해 달라’며 잘 보여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지배적 사업자들은 AI 에이전트가 활성화돼도 저항을 할 것이다. 하지만 후발 업체들이라면 다르다. 이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AI 에이전트와 먼저 계약을 맺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것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진다면 결국 선두 업자들도 어쩔 수 없이 AI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IT업계가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물론 이런 시대가 와도 모든 소비자가 플랫폼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평균 20~30% 정도 고객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I에 내는 비용도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을까?
플랫폼 사업자 위에 AI 에이전트가 올라서는 상황, 사실 ‘옥상옥’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업체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AI 업체에 수수료를 낸다면 그 비용은 결국 자영업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그리고 자영업자의 부담은 그대로 소비자에게 이어지며 ‘물가 폭등’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때가 되면 AI로 인한 또 다른 거래 형태가 활성화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플랫폼 업체와 손 잡을 필요 없이, AI가 그 역할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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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하는 일은 결국 ‘만남 주선’이다. 재화가 필요한 소비자와 이를 공급하는 공급자를 이어주는 것이 본질이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이 역할을 기가 막히게 잘 수행할 수 있다. 지금은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전자상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업주들도 꽤 많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혹은 플랫폼에 종속되는 게 싫어서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생성형 AI는 이미 내가 내 가게 매대를 사진만 찍으면 알아서 재고와 가격을 정리해 주는 수준까지 발달해 있다. 자영업자들이 간단하게 사진 몇 장 찍어 올려 내 물건들을 가상의 세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대형 플랫폼에 들어가지 않고도 개인 차원에서 팔 물건과 이를 살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이미 수익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생성형 AI들이 이런 시장이 활성화 됐을 때 이를 무료로 제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플랫폼을 대체할 정도의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런 상황이 왔을 때 기존 ‘배달의 민족’ 같은 플랫폼들은 큰 위기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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