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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렵게 시작한 난임 시술…중도포기 하지 않게 하려면

[취재파일] 어렵게 시작한 난임 시술…중도포기 하지 않게 하려면
하루가 멀다 하고 저출생 대책이 쏟아집니다. 대한민국이 소멸할 판이라고 하니, 정부도 '아기를 낳기만 하면 뭐든 해 주겠다'고 할 만큼 절박합니다. 특히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을 늘려 올해부터 소득기준을 없애고, 지원 횟수도 총 25회(인공수정 5회·시험관 20회)로 늘렸습니다. 효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당장 지원 혜택을 받는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시험관 시술 한 번에 '100만 원' 지출

난임치료 과정

보건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난임 부부가 아기를 갖기 위해 시험관시술을 하면, 통상 한번에 400~450만 원 정도가 듭니다. 이 중에 300만 원 정도는 건강보험으로 급여 적용이 되는 항목입니다. 건강보험으로 70%를 지원해주니까, 210만 원은 건보 재정으로 부담하는 셈입니다.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90만여 원의 본인부담금과 그 외 비급여 약값을 일부 합해 지방자치단체가 총 110만 원을 지원합니다. 남은 비급여 약값은 부부가 부담해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을 늘리긴 했지만 결국 회당 80~130만 원은 본인이 지출해야 합니다. 시험관 시술의 1회 성공률이 30%안팎인 걸 고려하면 시술 횟수가 거듭될수록 경제적 부담도 커집니다.

그런데 시술 비용을 지원받았다가 다시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학적인 사유로 난자를 채취하지 못했을 때입니다. 시험관 시술은 '과배란 유도-난자와 정자 채취-체외 수정-배아 이식'의 과정을 거칩니다. 시술을 받는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정이 '과배란'과 '채취'입니다. 여성의 몸은 통상 한 달에 한 번 하나의 난자를 배출하지만, 난임인 경우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약물로 과도하게 배란을 유도합니다. 이걸 전신마취 후 채취하는데, 난소의 난포 여러 개를 바늘로 찔러 난자를 뽑아내다보니 시술 후 통증과 복수가 차는 후유증 등을 동반합니다.

"난자 채취 실패…지원금 토해내야"

난임치료 난자채취
'채취 실패'는 이렇게 힘든 과정을 마쳤는데, 정작 난자가 하나도 없는 겁니다. 애초에 난포 안에 난자가 없는 '공난포'일 수도, 드물게는 채취 전 배란이 끝나버린 '조기배란' 때문일 수 있습니다. 특히 공난포 여부는 채취 전까지 알 수가 없는데, 난자는 작은 세포이다 보니 초음파로 보이지 않아 채취 후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주창우 산부인과 전문의
"난자 여러 개를 한꺼번에 채취하다 보면 일부 공난포가 섞여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난소 기능이 떨어진 사람, 대표적으로 '고령'이거나 난소의 '질병'이나 '수술'로 인해서 난소 기능이 떨어진 여성은 과배란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은 자칫 공난포만 있고, 난자가 하나도 채취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점점 결혼 나이와 출산을 시도하는 나이가 많아지다 보니, 비례해서 난소 기능도 떨어지고, 공난포가 나올 가능성도 커지는 거죠."

실망스러운 결과를 접한 난임 부부들은 '이달엔 임신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실망감',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막막함', '다음에도 채취에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호소합니다. 여기에 채취 실패를 이유로 지자체 비용 지원까지 취소되니, 최소 70만 원에 달하는 시술비용을 추가로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30대 여성 A 씨도 지난해 말, 이런 일을 경험했습니다.
 
30대 난임 여성 A 씨
"마취가 덜 깬 상태였는데 의사선생님이 '공난포가 나왔어요, 난자가 없어요'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시험관(체외수정)을 못할 것 같다'고 해서 너무 속상했죠. 원무과에 갔더니 '공난포는 지원이 안 됩니다. 그동안 지원받은 금액은 개인 사비로 다시 결제해 주세요' 하는 거예요. 서울시 난임 정책에선 못 봤던 내용이어서 좀 황당하기도 했고,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처방에 따라서 똑같이 과배란 주사 맞고 채취했는데, 어차피 같은 과정인데 지원해줄 거면 예외 없이 다 해주는 게 맞지 않나."

그래서 '난자 채취가 안 됐을 때 지원을 취소하지 말고, 차라리 난임 지원 횟수를 1회 차감해 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지원 횟수가 크게 늘어 최근에는 25회까지 시술이 가능하다보니, 몇 차례 채취 실패 시 차감하더라도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난임 지원 관련 민원에서도, '난임 시술 중단·실패 시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몇 년 전까진 난자 채취에 실패한 경우, 지원을 해주되 횟수를 차감했습니다. 오히려 시술 당사자들이 "지원금을 토해낼 테니, 차감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당시엔 시험관 시술 비용 지원이 7회까지만 가능했기 때문에, 시술이 중단돼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나올 경우 본인이 부담하는 게 나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지 않게

바뀐 제도에 맞춰 지원을 재고해달란 민원이 쏟아지자, 경기도는 지난 5월부터 전국 최초로 난임 시술이 중단돼도 의료비를 최대 50만 원 지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와 시술 중단 시 횟수 차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시의 별도 의료비 지원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건강보험 재정과 지자체 예산이라는 한정된 재원으로 난임 부부를 어디까지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겁니다. 다만 저출생 예산으로 지난 20여 년간 280조 원을 쏟아 부은 걸 생각하면, 실제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내년도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예상되고, 청년 3명 중 1명만 '출산 계획이 있다'고 말합니다. 혼인율이 줄고 늦은 결혼이 늘면서, 그나마 아이를 낳겠다는 부부는 점점 연령대가 높아져 난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간절함으로 시작한 난임 시술을 경제적·심리적 이유로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세심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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