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인근 성인VR방
"학교 주변에는 유해업소가 못 들어오게 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저런 게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네요."
서울 종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이 학교 4학년 여학생의 아버지 정 모(44) 씨는 '차세대 휴게텔'이라고 적힌 한 업소를 언급하며 혀를 찼습니다.
이곳은 VR기기로 성인용 영상을 볼 수 있는 성인VR(가상현실)방으로, 문과 창문이 모두 어두운 시트지로 가려져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업소가 초등학교 담벼락에서 직선거리로 약 29m, 정문에서 도보로 2분 떨어진 곳에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환경보호법은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유치원·초중고 등)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범위 안의 지역을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 구역에는 신·변종 성매매 업소와 성인용품점, 유흥·단란주점 등 유해업소가 들어설 수 없습니다.
이 성인VR방은 지난해 11월 경찰에 적발돼 운영자가 검찰로 송치된 뒤로는 운영을 멈췄지만, 외관상으로는 영업 중일 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6학년생 하 모(12) 양은 "학교 근처니깐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 담벼락에도 유해업소가 들어오면 안 된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며 안내판을 가리켰습니다.
하 양의 친구 채 모(12) 양은 "불법인데 저런 게 생겼다는 게 놀랍다"며 "이상한 사람이 올까 무섭다"고 거들었습니다.
오늘(19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교육청과 경찰의 합동 단속에 적발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불법 유해업소는 72곳으로 작년 전체보다 17곳 늘었습니다.
안마방, 키스방 등 신·변종 업소가 53곳으로 가장 많고 성인용품점 7곳, 성인PC방 4곳, 성인 노래방 4곳, 숙박업·호텔업 3곳, 유흥주점 1곳이 뒤를 이었습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39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부산 13곳, 서울 9곳, 인천 3곳, 광주 2곳, 전남 2곳, 대구 1곳, 경북 1곳, 전남 1곳, 충남 1곳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사례를 살펴보면 광진구와 관악구에는 학교에서 각각 약 125m, 170m 떨어진 거리에 키스방이 차려져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도봉구 한 특수학교 근처에는 153m 거리에 성인용품점이 들어서 약식기소됐습니다.
전 의원은 "등하굣길 아이들에게 유해업소가 주기적으로 노출되는 건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아이들이 오가는 등하굣길은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더 체계적인 조사와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