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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돼먹은 자들" 분노 폭발한 김정은…잡도리 결과는?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긴장한 간부들, 김정은 뜻대로 움직일까

안정식 N코리아 정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삼지연 현지 지도 과정에서 간부들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의 지난 14일 보도를 보면, 김정은은 지난 11일과 12일 삼지연시 건설사업을 현지 시찰했는데 시찰 과정에서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김정은은 새로 건설된 국내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들이 낡고 뒤떨어진 기준으로 허술하게 시공됐다며 이로 인한 개보수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러한 부족점들을 준공 검사에서 그대로 통과시킨 건설감독기관의 직무태만이 극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삼지연을 현지 지도한 김정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건설감독기관들의 역할을 높일 데 대하여 계기 때마다 늘 강조하고 있지만 이 부문 일군들은 당중앙과 정부의 요구와 지시, 경고를 귀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다고 하시면서 국가건설감독성의 책임 간부라는 사람부터가 그처럼 중시되는 삼지연시의 공공시설 준공 검열에 일절 관여하지 않은 사실 하나만 놓고 보아도 사상적 해이와 직무태공이 얼마나 극도에 이르렀는가를 명백히 알 수 있다고 말씀하시었다."

<조선중앙통신, 2024년 7월 14일>

김정은은 이어 강력한 문책을 지시했습니다.
 
"김정은 동지께서는 국가건설감독상 리순철은 준공 검사를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삼지연시에 나가보지 않고 현지 지휘부 일군들에게만 방임해 놓았으며 전 국가건설감독성 부상이라는 자는 현지에 나와 틀고 앉아서는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로 허송세월하였는데 이들은 국가와 인민을 위해 복무하려는 관점이 전혀 없고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초보적인 도덕과 자격도 없는 덜 돼먹은 자들이라고 엄정히 지적하시면서 이들을 권리 정지시키고 법기관에 즉시 넘겨 검토할 데 대하여 지시하시었다."

<조선중앙통신, 2024년 7월 14일>

국가건설감독상과 전 국가건설감독성 부상을 경질하고 사법 처리를 지시한 것인데,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정은은 삼지연시 건설지휘부 준공검사위원회 성원들을 전원 사업 정지시키고, 건설 부문 정치 책임자인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강직'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강직'이란 직위를 낮춘다는 뜻인데, 말이 강직이지 직위 강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또, 임무 수행을 태만히 한 내각 부총리와 국가설계기관 책임 간부들의 관점과 사업 능력도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도 간부들이 무책임하고 건설 감독의 날이 무디면 이렇게 엄중한 결과가 빚어지게 된다며, 모든 것을 시급히 바로잡을 것이라고 김정은은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

김정은의 질책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지난 15일 노동신문에는 북한 내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한 보도들이 잇따라 실렸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해 평양시와 각 도당에서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열렸다면서, "올해의 사업성과 여부는 전적으로 각급 당조직들과 당일군들의 높은 책임성과 역할에 달려있다는 것이 다시 강조"됐다고 전했습니다. 간부들이 대단히 분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노동신문은 또 '안석간석지의 교훈을 명심하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간부들이 폭우와 태풍에 철저하게 대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안석간석지에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것은 간부들의 둔감한 신경과 보신주의, 무관심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안석간석지의 뼈저린 교훈을 다시 깊이 새기고... 혁명적인 투쟁에서 자기의 당성, 혁명성, 인민성을 검증받자"고 독려했습니다.

여기서 '안석간석지의 교훈'이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안석간석지는 지난해 8월 김정은의 현지 지도에서 김덕훈 총리와 내각이 신랄하게 비판받았던 곳입니다. 당시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평안남도의 안석간석지에서는 제방 붕괴로 논벼를 심은 270여 정보를 포함해 모두 560여 정보의 간석지 구역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제방이 무너졌는데, 제방에서 물이 새는 것을 사전에 발견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8월 안석간석지를 현지 지도한 김정은
당시 김정은은 경제 총사령탑인 김덕훈 내각 총리를 정조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습니다.
 
"지금 내각에 사업 체계가 올바로 세워져있지 않으며, 실속 없는 일군들이 동원되어 유명무실하게 틀고 앉아 산하 단위들에 대한 지도도 제바로(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몇 년 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일군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성이 난무하게 된 데는 내각 총리의 무맥(힘이 없어서 맥을 못 추는)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총리가) 그나마 너절하게 조직한 사업마저도 료해(파악)해보면 피해 상황을 대하는 그(총리)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가 있는데 나라의 경제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고 인민생활을 책임진 안주인답지 못한 사고와 행동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고, 내각 총리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선중앙통신, 2023년 8월 22일>

북한 노동신문이 이러한 안석간석지 사건을 다시 거론하고 나온 것은 총리까지 신랄하게 비판받았던 기억을 일깨우며 일선 간부들에게 정신을 바짝 차리라는 경고를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삼지연에서 간부들을 집중 비판한 데서 보듯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몸 성히 보존하려면 더욱 분발하라는 촉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책 수준 어느 정도일지는 불확실

김정은의 질책과 노동신문의 이런 분위기를 볼 때 북한 간부들의 분위기가 얼어붙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삼지연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간부들이 피해를 볼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김정은의 발언으로만 보면 상당수가 해직이나 혁명화, 심한 경우 수용소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의 최근 용인술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앞서 본 것처럼 지난해 8월 안석간석지 현지 지도에서 인신공격에 가까울 정도로 신랄한 비판을 받았던 김덕훈 총리는 숙청되리라는 예상을 깨고 건재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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