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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것만 하면 어쩌지…별로일 것 같은데…' 고민 많은 팀장의 사연 [스프]

[직장인 고민처방] (글 : 박진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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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결코 무능한 팀장이 아닙니다. 진짜 무능한 팀장들은 자신의 능력이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자율성 부여를 통한 육성과 성장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고 사람마다 효과도 다릅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세요. 선생님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수업받는 것에 비해, 자율학습은 학생에 따라 효과 차이가 매우 큽니다.

자율성은 관계성, 유능감과 더불어 인간의 기본 욕구에 속합니다. 유아들은 부모가 떠먹여 주는 밥을 수동적으로 먹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스스로 숟가락을 입에 넣으려고 고집합니다. 입가에 묻히고 흘린다고 이 단계를 부모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자, 이 지점에서 우리의 자율성에 관한 오해가 생겨납니다. "자율성의 반대는 통제고, 통제의 반대에는 자율성이 있다"라고 말이죠.

사실, 자율성과 통제는 양극단의 개념이 아닙니다.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자기 혼자 스스로 먹겠다고 여기저기 흘리고 사고 치고 다니는 아이 옆에서 부모는 열심히 치우고 아이 스스로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효과적 리더십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의 머릿속에 자율성과 통제를 반대 선상에 위치한 양극단의 개념으로 인식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자율성과 통제의 균형을 잡겠다는 발상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자율성과 통제가 병립할 수 있는 서로 다른 개념이라면 이 둘을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이 바로 자율성-통제 상호의존 모형(the autonomy and control interdependence mode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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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과 통제는 효과적 리더십을 위해 공존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합니다. 자율성-통제 상호의존 모형에 따르면 효과적인 리더십은 자율과 통제의 두 가지 옵션을 모두 최적화하여 구성원의 직무 몰입과 조직 성과를 높이는 능력입니다. 직접적이고 체계적인 통제는 단기적으로 효율적인 관리 도구가 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구성원들은 리더와 조직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최근 '개통령' 강형욱 대표의 보듬컴퍼니에서 벌어진 CCTV 논쟁은 이러한 통제 방식 사용에 대한 구성원과의 합의 부족으로 인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명확한 지침과 통제가 없으면 절대적인 자율성은 혼란과 혼돈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더는 간접적인 통제를 통해 자율성을 부여해야 합니다. 간접 통제 방식을 잘 활용하면 구성원은 동기와 성취감을 느끼고 리더는 통제권을 갖는 윈윈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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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이 구성원 개인의 성장과 조직 성과를 높인다는 획일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연구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리더십과 자율성에 관한 일관된 증거는 지나친 자율성은 효과적 리더십 발현에 독이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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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은 리더가 결정해야 할 사항까지 위임받을 때 효과적 리더십이라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높은 자율성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간접 통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연의 사례라면 기한이나 업무 처리 방식은 구성원이 정하되, 기획안의 퀄리티는 리더가 통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말해 자율성을 발휘할 영역 혹은 요인과 통제를 발휘할 영역을 구분해 보는 것입니다.

물론, 업무의 사안이나 경중에 따라 이 영역은 유동적이어야 합니다.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드라이브(Drive)>에서 업무 자율성 영역을 업무 자체, 시간, 방식(기술), 팀(팀원 구성과 업무 할당)으로 구분해 자율성 보장 영역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 역시 업무 성과와 구성원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은 리더가 업무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영역을 명확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율성을 보장하는 영역과 통제해야 할 영역을 구분해 구성원의 이해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은 자율성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탠포드대학교 바바 시브(Baba Shiv) 교수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업무 기한을 스스로 선택하면 시간적 압박(time pressure)을 상대적으로 덜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말해,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업무 영역이 있다는 뜻입니다(Litt, A., Reich, T., Maymin, S., & Shiv, B. (2011). Pressure and perverse flights to familiarity. Psychological Science, 22(4), 523-531.).

그리고 중요한 일일수록, 역량과 직급이 높아질수록, 자율성의 범위는 더 넓어져야 합니다. 역량과 직급이 높아지는 것과 자율성을 늘리는 것의 관계는 쉽게 이해되지만,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자율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업무에 자율성이 더 요구되는 이유는 첫째, 학습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고, 둘째, 중요한 일에 자율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스트레스를 더 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일은 업무 자율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일일수록 보다 현명한 방식의 간접 통제가 필요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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