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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중 추돌 장면 이렇게 찍었다…이선균 유작 '탈출' / TV씨네멘터리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탈주, 퍼펙트 데이즈, 러브 라이즈 블리딩, 플라이 미 투 더 문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라이브 방송 내용은 기사 내용과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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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Q. ‘씨네멘터리’ 이번 주 추천작은 어떤 영화인가요?

이제 곧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입니다. 휴가는 일상을 벗어나서 어디론가 탈출하거나 탈주하는 기간이죠. 편 앵커, 혹시 탈출과 탈주의 차이점이 뭘까요? (앵커 답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탈출] : 어떤 상황이나 구속 따위에서 빠져나옴
[탈주] : 몸을 빼쳐 달아남

두 낱말이 비슷한 의미이긴 한데, 탈출은 어떤 공간이나 상황에서 일단 빠져나오는데 초점을 두고 있고, 탈주는 빠져나와서 달아난다는데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우연히 “탈출”과 “탈주”라는 제목의 한국 영화 두 편이 올 여름 극장가에서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탈출”은 재난 영화이고, 탈주는 액션 드라마인데, 먼저 오늘 개봉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Q. 고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죠?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상영됐었구요, 개봉 시기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이런저런 좋지 않은 소식이 겹치면서 올 여름 시장에 개봉을 하게 됐습니다.

Q. 어떤 내용의 영화입니까?
이선균 씨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으로 나옵니다. 싱글 대디로 유학가는 외동딸을 바래다주러 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짙은 안개가 낀 공항대교에서 대형 추돌 사고가 터집니다. 그런데 이 사고로 군사용 살상견을 실은 차량에서 수십 마리의 군견들이 풀려나면서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구조 헬기가 교각에 부딪히면서 추락하고 다리는 붕괴될 위기에 처합니다. 이 상황에서 청와대 행정관 이선균과 껄렁껄렁한 렉카차 기사 주지훈, 살상용 군견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김희원 등이 대립과 반목, 협력을 오가면서 이 곳을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펼칩니다.

Q. 이 영화가 올 여름 개봉작 중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어갔다면서요?
그렇습니다. 200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서 400만 명 정도가 봐야 그때부터 수익이 납니다. 요즘 한국영화판은 대박 아니면 쪽박 분위기로 가고 있어서 “파묘”와 “범죄도시4”를 빼면 올해 관객 200만을 넘긴 영화가 없거든요. 이 영화는 CJ 영화거든요, 재작년 “공조2”이후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스튜디오 CJ가 이번엔 어떤 성적을 거둘지 주목됩니다.

100중 추돌 사고가 발생하는 장면을 위해서 200미터에 이르는 아스팔트 도로를 실제로 제작하고 300대의 차량을 동원해 찍었다고 합니다. “곡성”과 “기생충” 등을 촬영한 홍경표 촬영감독이 전체 분량의 90%를 들고 찍기 기법으로 촬영해 역동적인 영상이 나왔습니다.

주지훈 배우 인터뷰: “정말 제대로 만들어준 한 50m, 100m 되는 거리를 직접 뛸 수 있고, 실제 차량도 그 안에서 다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넓은 세트장을 구현해 주셔서 (연기에) 되게 많은 도움을 받았죠.”

총 11마리가 나오는 군견은 실제 개가 아니라 전부 VFX로 만들어졌습니다.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한정된 공간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다룬 재난 영화는 그동안 여름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해왔죠. 지난해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도 새롭지는 않지만 대중 영화로서 안정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Q. 자 그러면 이제 “탈주”로 가죠,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탈주한다는 내용이군요, 얼핏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네, 로그라인만 들으면 박찬욱 감독의 출세작인 “공동경비구역 JSA”도 생각나고, 재작년 여름에 뜻밖의 히트를 했던 “육사오”라는 영화가 살짝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 두 영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장르가 액션으로 분류돼있기는 하지만 저는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드라마로 느껴졌습니다.

Q. 어떤 내용의 영화입니까.
배경은 휴전선 근처에 배치된 북한군 최전방 부대입니다. 10년 만기 제대를 눈 앞에 둔 중사 이제훈은 시퍼렇게 젊은 나이에 제대 후 농장가서 땅이나 팔 생각을 하니까 앞길이 갑갑합니다. 그는 라디오에서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들을 정도로 남한 세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눈치입니다. 

결국 이제훈은 탈주를 꿈꾸며 준비를 했는데 이를 눈치 챈 하급 병사가 따라붙는 바람에 둘 다 붙잡히고 맙니다. 이들을 심문하러 보위부에서 구교환 배우가 연기한 소좌가 나왔는데 이제훈과는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사이입니다. 구교환은 이제훈을 탈주병을 체포한 영웅으로 둔갑시키고 사단장 당번병을 시켜주면서 실적을 올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훈은 또다시 내일이 있는 삶을 꿈꾸며 남한으로 목숨을 건 탈주를 시작하고 구교환은 필사적으로 탈주병을 뒤쫓습니다. 

Q. 이제훈과 구교환, 두 주인공 배우들은 앞으로 한국영화를 짊어지고 갈 차세대 배우들인데, 두 사람 이번 영화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줬습니까.
서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던 두 배우가 함께 한 첫 영화인데요, 이제훈 배우는 살을 빼고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을 감내하면서 열심히 연기를 했고요, 전혀 군인에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반도”, “D.P” 등에서 군인 역을 개성있게 소화한 구교환 배우도 피아노 연주자 출신이지만 결국 군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감성적인 북한군 소좌 역을 소화해냈습니다. 

이 영화가 겉으로는 탈주를 꿈꾸는 젊은 북한군 이야기지만 이건 일종의 은유 같은 설정이거든요, 무슨 얘기냐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답답하고 앞이 안보이는 삶을 벗어나고 싶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종필 감독: 아마 영화 보시면 ‘이게 북한 병사 얘기인 줄 알았는데 내 이야기였구나.’ 그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공감대가 많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다음 영화로 가시죠. 요즘 보면 흥행에 성공한 예술 영화들이 꽤 눈에 띄던데, 소개해주실 “퍼펙트 데이즈”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라구요?
네, 2022년에 송강호 배우가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잖아요, 지난해는 일본 배우인 야쿠쇼 코지가 받아서 2년 연속으로 아시아 배우가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야쿠쇼 코지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지금 극장에 걸려서 한국 관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Q. 야쿠쇼 코지라고 하면 “쉘 위 댄스”에서 춤바람이 났던 바로 그 회사원을 연기한 배우 아닙니까?
맞습니다. 명실상부 일본의 국민 배우죠. 한국으로 치면 송강호와 안성기를 합쳐놓은 것 같은 배우라는 평을 받기도 하는데, 다작 배우라는 측면에서는 이경영 배우까지도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쿄 공중화장실 청소부의 일상을 말그대로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린 “퍼펙트 데이즈”는 야쿠쇼 코지가 아니었으면 누가 했을까 싶은 느낌이 듭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캔 커피 하나 뽑아서 시부야의 공중화장실들을 깨끗하게 청소한 뒤 작은 공원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에는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허름한 식당에서 하이볼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책을 보며 잠이 드는 도쿄 화장실 청소부의 하루 하루를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지,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새어들며 일렁이는 순간순간처럼 빛나는 삶이란 어떤 삶인지 묻는 영화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울었다고 관객들도 있습니다.

Q. 다음 영화는 “러브 라이즈 블리딩”이란 영화군요, 어떤 영화입니까?
먼저 포스터 좀 보여주시죠. 저 포스터가 딱 이 영화 분위기를 말해 줍니다.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영화의 포스터도 보여드릴게요.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죠. 한 네티즌이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두고 “벌크업한 ‘델마와 루이스’”라고 한 글을 봤는데, 저도 공감합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이고 지난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최연소 심사위원장을 했던 미국의 스타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배경은 1980년대 후반 미국입니다. 체육관 매니저로 지루한 삶을 보내던 ‘루’, 크리스틴 스튜어트 앞에 여성 보디빌더 ‘잭키’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집니다. 이 영화는 퀴어 영화입니다. ‘루’ 주변에는 아버지와 형부 등 온통 마초적인 악당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잭키가 루 때문에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두 사람은 망설이면서도 거침없는 범죄와 로맨스를 펼쳐 나갑니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사랑은 피를 흘린다 정도의 뜻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꽃 이름이기도 합니다. 줄맨드라미의 이름이 러브 라이즈 블리딩인데요, 사진 보실까요, 정말 피 흘리는 것 같이 생긴 꽃입니다. 딱 이 꽃의 모양처럼 강렬하고 기괴하고 묘한 분위기의 에너지 넘치는 영화입니다.

Q. 자, 마지막 영화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다룬 영화네요.
올해가 아폴로 11호 달착륙 55주년되는 해입니다. 이 달착륙은 지금까지도 “진짜네”, “조작이네”하면서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오르기도 하죠. 

“플라이 미 투 더 문”이라는 낭만적인 제목을 단 이 영화는 아폴로 11호 달 착륙 조작설에서 상상력을 키운 뒤 스타 배우인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의 로맨스를 섞어서 만든 전형적인 할리우드 오락 영화입니다. 

아폴로 11호 사령관이었던 닐 암스토롱은 달에 발딛기 직전에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입니다.”라는 명언을 하잖아요, 이 명언이 어떻게 나왔는지 영화는 할리우드 특유의 상상력으로 역사적 사실의 빈틈들을 픽션으로 메꿔나갑니다.

이야기 구조는 전형적이지만, 신선한 소재로 인류의 대형 이벤트를 맞는 당시 미국의 분위기를 뉴스 화면 등 자료 화면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어서 역사 덕후들에게도 관심을 끌만한 영화입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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