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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대박' '폴더블6 호평'에도 웃지 못하는 삼성, 왜 '칼바람' 불고 있나 [스프]

[귀에 빡!종원]

스프
삼성이 어느덧 6세대 폴더블폰을 선보였다. 반응은 뜨겁다. 새로운 Z플립6와 폴드6에 대한 찬사가 국내외서 쏟아지고 있고, 스마트 반지 갤럭시 링 역시 ‘애플을 앞섰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파리 올림픽에 맞춰 모나리자 초상화가 전시돼 있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진행된 ‘언팩 행사’는 무척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삼성에게 고무적인 일은 또 있다. 얼마 전 발표된 2분기 실적이 말 그대로 깜짝 놀랄 만큼 좋았다. AI 열풍으로 메모리 호황이 일면서 순익 10조 4천억 원을 기록, 7분기 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의 두 축, 휴대폰 부문과 반도체 부문이 모두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일 것만 같은 삼성 내부에선 어쩐 일인지 ‘비상경영 칼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승진 임원의 법인차를 기존 제네시스 G90에서 G80으로 낮췄다. 출장을 갈 때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던 것 역시 이코노미로 좌석을 강등했고, 임원에 한해서는 주 6일 출근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솔직히 삼성이라는 대기업 입장에서 그리 큰 비용은 아닐진대, 이렇게까지 줄이고 조이는 모습에 ‘삼성이 그 정도로 어렵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 이전에, 아니 바깥 분위기는 그렇게 좋은데 도대체 왜 ‘비상 경영?’이라는 생각을 먼저 할 수밖에 없다. 삼성이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를 스마트폰 AI 경쟁의 측면에서 살펴봤다.
 

영화 ‘아이언맨’의 AI비서 자비스, 누가 먼저 만드나?

AI라는 단어를 하루도 빠짐없이 듣게 된 게 사실 1년 조금 넘는 일이다. 오픈 AI의 챗GPT가 영화에서나 보던 것 같은 생성형 AI를 선보였고, 이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AI비서 ‘자비스’와 비슷한 형태의 AI를 선보이려고 경쟁 중이다.

‘요원’이라는 뜻의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이 AI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개인 디바이스 차원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AI이다. 지금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 손가락으로 눌러 스마트폰의 앱들을 열고 닫고 조정한다면, 이제는 음성으로 지시만 하면 AI 에이전트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 주는 것이다.
귀빡


예를 들어 내 스마트폰에 음성으로 “내일 백종원 볶음밥 만들어 먹을 건데 아침까지 4인분 재료 배달해 줘. 가성비 가장 좋은 곳에서 사.”라고 지시를 한다고 해 보자. 이 음성 명령을 받은 내 스마트폰의 AI에이전트는
①인터넷에 들어가 백종원 볶음밥의 레시피를 찾아본다.
②쇼핑 앱들을 돌며 레시피에 적힌 재료를 검색한다.
③새벽 배송이 되는 곳을 찾은 뒤, 가격과 평점을 비교한다.
④평점과 가격 사이 균형이 가장 잘 맞는 업체에서 식재료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직접 검색을 하고 쇼핑 앱을 돌아다니는 수고 없이, 음성 명령 하나로 다음날 아침에 원하는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종국에는 “내가 갖고 있는 코인을 2배로 늘려줘”라는 명령을 내리면 AI에이전트가 내 전자지갑을 드나들며 코인 거래까지 하는 시대가 곧 올 거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로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의 ‘빅스비’니, 애플의 ‘시리’니 지금까지 ‘개인 비서’를 표방하는 AI는 많았지만, 실생활에서는 시간을 물어보고 알람을 맞추는 것 정도 이외에는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정말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AI의 시대가 열리는 것인데, 삼성은 이게 실현되는 걸 3년 후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3년도 안 걸릴 것이란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애플이 얼마 전 WWDC(세계 개발자 대회)에서 이 AI 에이전트로 나아가는 1단계 AI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치고 나가는 ‘애플’

그동안 애플은 ‘애플카’나 ‘비전 프로’ 같은 제품을 개발하느라 정작 가장 치열한 AI 전쟁에서 뒤떨어졌단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애플은 차기 아이폰에 탑재될 새로운 AI 시스템을 발표하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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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고 이름 붙인 이 시스템은 내 아이폰 내부의 모든 앱을 장벽 없이 돌아다니며 나만의 정보를 취합해 최선의 결과를 보여주는 기술이다. 애플이 개발한 ‘페렛 UI(Ferret-UI)’ 기술을 사용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기능이다. 내가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언제 만나기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핸드폰을 뒤져 약속 일시를 찾아보려 해도, 내가 약속을 전화로 했는지, 문자로 했는지, 카톡으로 했는지 가물가물하다. 그러면 그냥 시리에게 약속이 언제인지 음성으로 묻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애플이 개발한 AI가 내 전화통화 내역(이를 위해 애플도 통화녹취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과 이메일, 카톡, 문자를 돌아다니며 해당 내용을 검색해 약속 일시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해당 장소에 시간 맞춰 가려면 몇 시에 집에서 나가야 하는지까지 알려준다.

당장 애플은 올 하반기 나올 아이폰16부터 이 기능을 집어넣는다고 하고 있다. 물론 이번에 애플이 발표한 것은 앞서 설명한 AI 에이전트 수준은 아니다. 에이전트가 되려면 내가 의사결정을 하며 손가락으로 누르는 행위까지도 AI가 해줘야 하지만, 애플의 AI는 이미 내가 결정하고 입력해 놓은 결과물을 앱과 앱을 돌아다니며 읽어 들이고 정보를 취합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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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과정이 삼성도, 구글도 개발을 진행중인 ‘에이전트 AI’ 단계로 가는 첫 관문이다 보니 이번에도 역시 애플이 먼저 치고 나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동안 AI 개발에 뒤쳐졌다고 비판받던 애플이 사실은 스위스 취리히에 애플 로고조차 달지 않은 비밀 연구소를 차려놓고 이 AI를 개발하고 있었단 사실이 미국 언론에 의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애플은 AI 서비스 제공을 위해 챗GPT와도 손을 잡았다. 자신들의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는 AI를 스스로 개발했다면, 챗GPT와는 왜 손을 잡은 걸까? 이는 스마트폰 내부가 아닌 스마트폰 외부에 있는 정보를 검색하고 처리하기 위한 AI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챗GPT는 전 세계에 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에 답을 해 주는 생성형 AI이다.

애플은 애당초 이 ‘생성형 AI’까지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 별로 없는 기업이다. 내가 검색을 하고 지식을 구하는 등의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필요하지만, 소비자가 내 손 안에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데에는 이런 방대한 데이터는 필요 없다. 즉 같은 AI라도 그 하는 기능과 역할이 다른 것이다. 애플은 이 모든 AI 기술을 다 섭렵하는 전략이 아닌, 아이폰을 제어하는 그 핵심 AI기술만을 선택적으로 투자하고 연구한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지난달 애플의 WWDC에 초대된 샘 올트먼 오픈 AI 대표는 발표 내내 무대에 단 한 차례도 올라가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그동안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은 크고 작은 기술들을 주고받으며 서로가 서로를 닮아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애플이 선보인 AI기술은 마치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할 때처럼 한 단계 다른 차원으로 접어드는 기술이란 평이다.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을 애플이 먼저 차지했듯, AI 시스템으로의 전환 역시 애플이 먼저 치고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역시 앞으로의 경쟁은 AI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 갤럭시S24 시리즈 공개 행사 때와 이번 6세대 폴더블폰 발표 행사 때 모두 AI 기능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 삼성이 자랑하는 AI기능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동시통역이다. 또 펜으로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면 AI가 멋진 사진으로 바꿔주는 기능도 화제가 됐고, 화면에 보이는 이미지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해당 부분을 검색해 주기도 한다.

모두 AI를 활용한 기능들이고 무척 편리한 기능들이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앞서 설명한 핵심적인 AI 기능의 부가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삼성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삼성은 심지어 애플이 이번에 첫선을 보인, 내 스마트폰을 음성 하나로 완전히 통제하는 에이전트 AI 단계가 3년 후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걸 다 알고 있는 삼성은 왜 애플보다 먼저 치고 나가지 못한 것일까?

삼성의 태생적인 한계가 또 발목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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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AI 기술에 있어서 이렇게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하드웨어인 스마트폰 기기부터 이 기기를 움직이는 운영체제(iOS)까지 모두 스스로 만드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심지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들어가는 칩까지도 스스로 제작한다. 칩과 기기, OS를 모두 통제하고 있으며, 이 위에 각종 서비스까지 얹고 있으니 애플의 수익성은 늘 삼성을 압도한다. AI 기술 역시 자신들 마음대로 기기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주무를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결과물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삼성은 스마트폰 기기를 제조하는 데 있어서는 세계 최강이라 할 수 있지만 자체 운영체제(OS)를 가지고 있지 않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OS로 사용하고 있다 보니,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기기를 개발해도 그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구동시킬 OS를 만들기 위해선 구글과 매번 협업을 해야 한다. AI가 가장 중요한 전쟁터가 될 것을 알면서도 애플처럼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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