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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선수들 죽을 수도"…선수촌에 에어컨 없는 진짜 이유는 [스프]

[뉴스스프링]

박세용 뉴스스프링
파리 출장을 준비하고 있는 SBS 취재진은 지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도, 취재진이 머무는 공간에도 에어컨이 없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에게 공개된 선수촌 내부 영상을 보면 선풍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영국과 호주 전문가들은 '불의 고리'라는 이름의 폭염 보고서에서 "극심한 더위가 선수들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안심하라고 합니다. 차가운 지하수를 선수촌 내부로 끌어 올려 실내 기온을 바깥보다 6도 낮게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40도에서 6도를 낮추면 34도입니다.
 

무슨 상황인데?

34도 안팎의 실내에서 에어컨 없이 지낸다? 어떤 선수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악몽입니다. 일생일대 중대한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운동선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이를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달고 시장의 언급에 따르면, 에어컨 미설치는 한마디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에어컨 자체에서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습니다.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으면 그만큼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니 탄소 배출량을 간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파리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도쿄 올림픽의 탄소 배출은 350만 톤에 달했지만, 파리 올림픽에서는 158만 톤에 그칠 것이라고 합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통제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에어컨을 틀면 간접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유효한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석탄 화력 발전량은 2022년 기준, 전체 전기의 39.7%입니다. 반면 프랑스는 이 수치가 훨씬 낮습니다.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이 73.3%, 수력발전이 14.0%, 풍력발전이 8.6%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즉, 똑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어 낼 때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프랑스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습니다.

박세용 뉴스스프링
에어컨을 틀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각 나라에는 앞서 설명 드린 발전 방식의 비중에 따른 'CO2 배출량 계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는 1Wh의 전기를 생산할 때 0.425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계산합니다. 1시간에 10Wh의 전기를 쓰는 에어컨이 있다면 4.25g의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겁니다. 에어컨 2대를 틀었으면 1시간당 4.25g의 2배인 8.5g이 배출됩니다.

프랑스는 이 계수 자체가 굉장히 작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축에 속합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90%를 훨씬 웃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수는 0.425g/Wh이지만, 프랑스는 0.013g/Wh에 불과합니다. 이 계수를 토대로 선수촌 방 7천 개에 모두 에어컨이 설치됐다고 가정하고, 1일 8시간씩, 올림픽 기간 17일 내내 에어컨을 틀었다면 얼마나 배출될까요. 대략 10톤 정도가 나옵니다.
 

한 걸음 더

이산화탄소 10톤은 어느 정도일까요.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기로 확인해 봤습니다. 승객 300명이 탑승한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 도쿄까지 가면 CO2가 5.2톤 정도 나옵니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면 그만큼 사용한 연료가 많으므로 CO2 배출량은 71톤에 달합니다. 뉴욕까지 가면 이 수치는 120톤을 웃돕니다. 선수촌 에어컨에서 간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인천에서 뉴욕까지 가는 항공기가 배출하는 양의 12분의 1 정도입니다.

선수촌 방 전체를 시원하게 만드는 데 수반되는 CO2 배출량 10톤. 이 정도라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 노력을 폄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선수들이 잃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CO2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우리가 승용차를 타지 않는다면 그만큼 잃는 것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올림픽 선수촌에는 어떤 전기가 공급되고 있을까요.  파리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선수촌은 풍력과 태양광 같은 100% 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한다고 돼 있습니다. 프랑스 내에서 극히 일부 생산되는 석탄화력발전 전기는 아예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가 취재진에게 강조한 것 가운데 하나가 선수촌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었습니다. 선수촌 에어컨에 공급되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CO2는 배출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박세용 뉴스스프링
파리 올림픽 조직위의 입장이 궁금했습니다. 올림픽 조직위 소속의 기후변화 전문가에게 이메일로 질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 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는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경기력에 지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기후단체는 "실질적인 탄소 저감 효과는 없지만,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건 일종의 제스처고 메시지"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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