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스쿠니 신사 입구 돌기둥에 낙서한 중국인
일본 경찰이 한 달여 전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발생한 빨간색 스프레이 낙서 사건을 공모한 혐의(기물손괴 등)로 중국인 남성을 9일 체포했다고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에 사는 이 남성은 5월 31일 밤 10시쯤 야스쿠니 신사 입구 돌기둥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단어 'toilet'을 쓴 뒤 중국으로 출국한 다른 중국인 2명과 사건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샤오훙수(小紅書)에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야스쿠니 신사 돌기둥에 스프레이로 낙서하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이에 일본 경시청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추적했으나 이 남성 등 중국인 2명은 범행 직후인 6월 1일 이미 중국으로 출국한 상태였습니다.
경시청은 현장 주변 방범 카메라 영상 등을 통해 이번에 체포한 남성도 공모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당시 야스쿠니 신사 내 조각상에 "세계 인민은 단결하자"는 내용의 중국어가 적힌 종이가 2장 붙어 있던 것과 관련해서도 이 남성의 관여 여부를 조사 중입니다.
경시청은 중국으로 이미 출국한 2명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 발생 후 "중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했으며 중국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현지 법령 준수와 냉정한 행동을 하도록 주의 환기를 요청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가 대외에 발동한 전쟁의 정신적 도구이자 상징이라는 점"이라며 일본이 침략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함으로써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일본 우익 성지로 대내외 주목을 받아온 야스쿠니신사에서는 과거부터 낙서나 폭발 등 여러 사건이 발생해왔습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 6천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시설로,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