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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꿈의 후보' 미셸 오바마, 정말 출마할까 [스프]

[뉴스쉽]

바이든의 인지 능력 저하 논란을 낳은 TV 토론 이후, 민주당은 혼돈 그 자체다. 트럼프 유죄 판결 이후 좁혀나가던 지지율 격차는 도로 커지는 중이다. 민주당 내 유력 인사들과 거액 후원자 그룹에서 후보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분출했다. 수뇌부는 '적 앞에서 혼란은 자멸로 이어질 뿐'이라며 대오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시간 5일 현재 미국은 독립기념일 연휴인데, 물밑에서 엄청난 수싸움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바이든이 비켜선다면, 누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서 트럼프를 상대해야 할까? 거론된 대부분의 인물은 한국에선 잘 모르는 미국 정치인들인데, 딱 하나 눈길을 끄는 이름이 있다. 바로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 재선 대통령이던 남편만큼이나 인기 있는, 어쩌면 남편보다 더 대통령감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여성이고, 전 세계 젊은 여성들의 롤모델로도 꼽히던 유명인이다.

이현식 뉴스쉽
TV 토론 이후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미셸 오바마는 유일하게 트럼프를 압도할 수 있는 민주당 쪽 인사로 떠올랐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은 대부분 트럼프를 넘어서지 못하거나 적지 않은 격차로 지는 것으로 나온 반면, 미셸 오바마는 무려 11%포인트 차이로 트럼프를 이길 거라는 여론조사가 나온 것이다.

미셸 오바마는 등장하기만 한다면 지금의 민주당에 '꿈의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출마할까?
 

당장 투표한다면 누구에게? 미셸 오바마 50% vs 트럼프 39%

미국시간 6월 27일 밤의 TV 토론 이후 여론조사 중 가장 주목받은 숫자는 로이터 의뢰로 입소스(Ipsos)가 7월 1일~2일에 실시한  가상대결 여론조사였다.

'오늘 당장 선거를 한다면 대통령으로 누구를 찍겠는가'라는 질문에, 미셸 오바마 50% vs 트럼프 39%라는 응답이 나온 것이다. 11%포인트 차이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에 1%P 뒤지는 걸로 나왔고, 차기 주자로 꼽히는 주지사들이 해리스만큼도 안 나온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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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미셸은 호감 55 vs 비호감 42로, 조 바이든이나 트럼프보다 훨씬 좋은 숫자를 받았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 유권자라면 희망에 가슴이 부풀만도 한 숫자다.

그런데, 로이터와 입소스는 신뢰도가 높은 기관들이기는 하지만 '미셸 오바마가 11%P 차이로 트럼프를 누를 것'이라는 위의 조사 결과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왜 그런지는 글의 후반부에서 설명할 것이다. 일단은, 미셸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짚어보자.
 

미셸 오바마가 민주당에게 꿈의 후보가 될 수 있는 이유

1) 높은 유명세와 인기

미셸 오바마는 이미 8년간의 영부인 생활을 통해 세계적인 유명인이 된 데다, 자신이 쓴 책들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했다. <비커밍(Becoming)>, <자기만의 빛(The Light We Carry)> 등을 읽은 세계의 젊은 여성들은 그녀를 롤 모델로 꼽는다.

미셸 오바마의 책 <비커밍> 표지 (출처 : 아마존)
미셸 오바마는 미국의 역대 영부인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사람으로 꼽힌다. 2023년 말 유고브(Yougov)의 여론조사에서 그렇게 나왔다.

미셸은 청중을 끓어오르게 만들 줄 아는 대중연설가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갖추지 못한 장점이기도 하다.


2) 검증 완료

미셸 오바마는 남편 버락 오바마의 두 차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그리고 8년의 영부인 생활을 통해서 전국적 레벨의 검증이 끝난 사람이다. 새롭게 튀어나올 악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더 이상 실수할 시간이 없는 민주당 입장에서 큰 장점이다.

그 외의 민주당 예비주자들은 아직 대선 레벨에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상대적으로 젊은 주지사들은 전국 선거의 경험을 갖추지 못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조차 바이든 캠프의 필요에 의해 '발탁'되었을 뿐이다. 본인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서 트럼프와 맞붙을 경우 어떤 실수를 할지, 어떤 악재가 튀어나올지 미지수다.

재선 도전 당시(2012)의 오바마 부부와 바이든 당시 부통령 (사진 : 게티이미지)
3) 적통의 계승

미셸 오바마가 나선다면, 민주당은 마지막(?) 황금기였던 오바마 시대의 기억을 고스란히 이번 대선 캠페인에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의 선거 전략가와 참모들은 바이든 캠프보다 자신들이 경험이나 실력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을 선거전에 투입할 수 있다.


4) '정통' 흑인 여성이라는 정체성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인기가 별로 없는데 바이든과 민주당이 손을 쓰지 못했던 이유는, 흑인에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지지를 잃는다는 건 민주당으로선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미셸 오바마는 흑인에 여성이다. 그것도 젊은 여성들의 영웅이며, '정통' 흑인이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어머니가 인도계인 혼혈이다.

시카고의 흑인 서민 가정 출신인 미셸 오바마는 남편 버락 오바마도 따라올 수 없는 흑인적 정통성을 갖고 있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남편 버락 오바마는 어머니가 백인인 혼혈 흑인이고, 백인 할머니 아래서 자랐다. 그가 대통령이 될 때부터, 흑인 정치권에선 "오바마는 충분히 흑인적이지 않다(Not black enough)"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힙합 등 대중문화에 나오는 미국 흑인의 이미지와 오바마의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실제로 보면 피부색도 좀 다른 느낌을 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 지지가 자꾸 떨어져서 고민인데, 미셸 오바마라면 흑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미셸 오바마, 2012년 노스캐롤라이나 (사진 : 게티이미지)

5) 마침, 시카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전당대회(National Convention)는 8월 19일~23일 시카고에서 열린다. 시카고는 미셸의 고향이자, 버락 오바마가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대통령의 길을 시작한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선거 전문가들도 상당수 시카고 출신이다.

만일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오바마 부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면? 민주당은 패배의 분위기를 일소하고 핵심 지지층의 열기에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미셸 오바마의 출마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이유

하지만 이제부터 설명할 요인들 때문에, 미셸 오바마의 출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람 사는 일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100%'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 미셸의 등판 가능성을 진지하게 거론하는 정치 전문가 의견이나 권위 있는 매체의 보도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1) '권력 의지' 부족, 정치에 대한 염증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얘기가 있다. 어느 정치인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 의지'라는 말이다. 대선이라는 혈투가 그만큼 치열하고 잔인하고 진이 빠지는 싸움이기 때문인데, 하물며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길은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미셸 오바마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정당 정치와 선거에 거리를 두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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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최근의 사례로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를 들 수 있다.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인터뷰인데, 여기서 미셸 오바마는 선거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에 뛰어들려면... 원해야 해요. 당신의 영혼에 있어야 하죠."
"내 영혼에는 (정치가) 없어요."


올해 3월에도 바이든 대신 트럼프에 맞서 대선에 나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이어지자, 미셸 오바마는 자신의 공보 담당자를 통해 강력히 부인했다. 미셸의 공보특보인 크리스탈 칼슨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냈다.

"영부인께서는 수년간에 걸쳐 여러 차례 밝히셨듯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바마 여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재선을 응원합니다."

두 차례나 대선을 치렀고 두 번의 대통령 임기 동안 영부인 노릇을 하며 어린 딸들을 키운 미셸은, 정치판에서 오가는 음모와 협잡과 배신이 얼마나 치열한지 어느 정치인 못지않게 잘 안다. 흑인 대통령 가족이었기에 받아야 했던 각종 협박도 적지 않았다. 딸들을 그런 외부 환경에서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생활의 끝에 이미 오래전에 내린 결론이 "나는 정치 안 한다"는 것이었다.

임기 말년(2015)의 오바마 가족 (사진 : 게티이미지)
그런데 이제 와서 11월 5일 대선에 나선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미국정치전문가 토머스 기프트 교수는, "미셸 오바마의 출마는 미국 진보 진영의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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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이든 부부와의 묘한 관계

미셸 오바마가 이 시점에 대선 후보로 나서려면 바이든 부부와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 대선 후보가 된 뒤에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미셸 오바마는 바이든 부부와 매우 서먹서먹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남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유세 활동에 여러 차례 나섰지만, 미셸은 나선 적이 없다. 부부가 함께 참석하는 것이 관례인 바이든 지원 행사에도 남편만 혼자 등장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 빠졌다'는 게 미셸 측 해명이지만, 악시오스(Axios) 등 매체들은 '바이든 가족과 불편한 사이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2022년 9월, 초상화 제막식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이들을 맞이하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 (사진 : 게티이미지)
오바마 대통령-바이든 부통령이던 시절, 두 가족의 관계는 꽤 돈독했다. 하지만 2015년 조 바이든의 장남 보(Beau)가 사망하고, 조 바이든의 대선 출마를 오바마가 지지하지 않으면서, 두 부부의 사이가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대선에는 부통령인 조 바이든 대신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이 나갔다가 트럼프에게 패했다.)

2017년에는 바이든의 차남 헌터가 약물 중독 등 여러 가지 말썽을 일으킨 끝에 이혼을 하게 되는데, 당시 헌터의 부인 캐슬린 뷸(Kathleen Buhle)은 미셸과 아주 친한 사이였다. 당시 헌터는 자신의 형수(2015년 사망한 보(Beau)의 부인 핼리)와 바람을 피우고 있을 정도로 인생이 난잡한 상태였다.

이혼 전해(2016) 한 행사장에서 포즈를 취한 헌터 바이든과 캐슬린 (사진 : 게티이미지)
캐슬린이 피해자인 셈인데, 바이든 가족-특히 질 바이든 여사는 며느리가 자기 아들의 비밀을 바깥에 떠들고 다녔다고 캐슬린을 구박했다고 한다. 친구가 당하는 과정을 보면서 미셸은 차차 바이든 가족과 거리를 두게 됐다고 전해진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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