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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쓰고 나서 머리카락 덜 빠져"…암 환자들 웃게 한 '이 모자' 뭐길래

항암 치료를 하면 부작용으로 따로 오는 탈모 현상을 막는데 '냉각 모자'(쿨링캡)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암교육센터 조주희·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해당 연구 결과를 '임상종양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했습니다. 

조주희 교수는 "드라마·영화 속 암환자는 대부분 항암치료 후 머리카락이 빠져 있고, 혈색 하나 없는 얼굴로, 초췌하고 초라한 모습"이라면서 "실제로 암환자 대부분이 치료로 인한 외모 변화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암환자의 머리가 빠지는 이유는 항암제의 특정 성분이 모낭세포나 피부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도세탁셀(Docetaxel) △독소루비신(Doxorubicin) △에피루비신(Epirubicin) △파클리탁셀(Paclitaxel) 등은 탈모를 잘 일으키는 항암제로, 유방암·부인암 치료에 주로 사용됩니다. 

환자들은 통상 항암 치료 종료 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회복한다고 교육받지만,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42.3%는 항암치료를 받고 3년이 지나도 항암치료 이전의 모발 상태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모발량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모발 굵기는 항암치료가 종료된 지 3년이 지났어도 항암치료 이전보다 절반 정도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항암 이후에도 모발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냉각모자'에 주목했습니다. 

냉각모자는 머리가 닿는 부분에 매립된 관을 따라 냉각수가 일정 온도로 순환하면서 두피 열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동됩니다. 

암 환자가 '냉각모자'를 착용한 모습. (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냉각모자를 쓰면 혈관이 수축돼 두피로 가는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모낭세포를 망가뜨리는 항암제의 영향도 감소시켜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연구팀은 냉각모자를 쓰고 모발이 아예 빠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세포들은 보호됐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연구팀은 '모발이 다시 날 때 냉각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한 모발이 자라날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20년 12월 23일부터 2021년 8월 27일 사이 유방암 1~3기로 진단받고 치료받은 139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를 설계한 강단비 교수는 "환자를 냉각모자군(89명)과 대조군(50명)으로 나누고, 나머지 임상적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해 냉각모자를 쓸 때와 쓰지 않을 때 지속탈모 및 모발의 양과 굵기, 스트레스를 비교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환자들은 항암 치료 전 30분 동안 냉각모자를 착용하고 치료 후 90분 동안 모자를 추가로 쓴 채 연구에 참여했고, 이 기간 동안 환자에게는 머리를 밀지 않도록 했습니다. 

연구 결과, 치료 후 6개월이 지난 뒤 대조군과 냉각모자군은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대조군의 52%가 치료 6개월 이후에도 지속적인 탈모를 경험했지만, 냉각모자군은 13.5%에서만 나타났습니다. 

모발 굵기는 치료 시작 전 보다 치료 후 6개월 지난 시점 대조군에서 7.5μm(마이크로미터) 감소했지만, 냉각모자군은 오히려 1.5μm 증가하면서, 연구 시작 당시에는 두 집단 간 모발 굵기 차이가 없었지만 치료 후에는 9.1μm 차이를 보였습니다. 

탈모를 가리려 가발을 착용하는 환자의 비율이 대조군은 32%의 절반 수준인 17%에 불과할 정도로 가발 착용도 냉각모자군에서 크게 줄었으며, 환자들이 보고한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스트레스도 6개월 시점에 냉각모자군이 유의미하게 더 낮았습니다. 

연구를 주관한 안진석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냉각모자를 착용하면 모낭 손상이 덜하기 때문에 항암치료 후 머리카락이 다시 날 때 빨리 나고, 굵은 모발이 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며 "탈모는 환자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부분 또한 치료할 수 있어야 암 치료가 완성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항암환자를 위한 냉각모자는 미국 FDA, 유럽 EMA의 허가를 받고 미국·유럽 등에서 암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실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보조적 암 치료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관련 연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연구팀은 신의료기술 등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암 환자 대상으로 추가 연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냉각모자'의 탈모 방지 효과를 입증한 국내 연구진(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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