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여백과 기다림의 미학…공원, 일상을 바꾸다

<앵커>

도시의 높은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공원은 그 자체로도 소중한 공간인데요. 이곳을 진정한 쉼터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우섭 기자가 이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양쪽 6차선 도로에 갇혀 교통섬 같았던 광화문광장.

지난 2022년 8월, 서편에 공원이 완성되면서 녹지면적이 기존의 3배인 9천 제곱미터가 됐습니다.

[조나단/뉴욕 거주 : 옆에 원래 도로가 있었는데 가운데 이렇게 공원이 늘어나서 훨씬 시민들이 지내기 좋은 것 같네요.]

듬성듬성했던 나무들은 2년이 지나면서 아름답게 우거졌고, 77줄기 터널 분수 등은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됐습니다.

[매즈/덴마크 관광객 : 멋진 건물들이 많고, 이 분수들도 좋습니다. 대단히 멋진 곳이에요.]

김영민 교수가 공원을 설계하며 처음 머릿속에 그린 건, 아이와 어른이 어우러지는 모습입니다.

[김영민/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 저기 이순신 장군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성웅의 이미지가 있지만 그 밑에서 아이들이 그 분수 때문에 노는 것이 사실 그게 이순신 장군이 좀 지키려고 했던 나라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서울 목동 오목공원.

조경가 박승진 씨는 평범했던 이 도심 공원에 2천600제곱미터 크기의 정사각형 회랑 구조의 조형물을 복층으로 만들어 넣었습니다.

햇볕이 뜨거울 때는 그늘이, 비가 올 때는 처마가 되어주는 덕분에, 남녀노소의 쉼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해 12월 재개장 이후 공원 내 미술관 같은 실내시설 방문객만 해도 1만 5천 명이 넘습니다.

[박승진/조경가 : 젊은 직장인들 많죠. 그다음에 아이들이 있으면 항상 부모들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되게 많고요. 그다음에 또 중고등학생들이 학원가가 소규모 공공정원 같은 것들도 계속 지속적으로 도시에 많이 확장되면 사람들의 어떤 삶의 질이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조경가가 설계하는 건, 시멘트나 벽돌 건물이 아닌 꽃, 풀, 나무, 물 같은 자연적 존재들의 배치입니다.

그래서 공간을 꽉 채우지 않는 여백과 때를 기다려주는 미덕이 중요합니다.

[김영민/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 조경에선 가장 처음 사진을 찍었을 때가 사실 제일 별로 안 좋아요. 식물이 아직 아기들이니까. 한 2년에서 3년 정도가 이제 완전히 세팅이 자리를 잡는다 이래요. 그런 다음에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계속 바뀌죠. 계절별로.]

일상을 바꾸는 공원의 힘, 그 중심은 인간을 향합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장운석, 영상편집 : 황지영)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