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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하나로 부르는 '사랑가'…형제가 되살린 '풀피리'

<앵커>

풀이나 나뭇잎으로 연주를 하는 풀피리는 수백 년 전 기록에도 나와 있는, 엄연한 국악기인데요. 맥이 끊기다시피 한 이 풀피리 연주법을 복원한 형제들이 있습니다.

장선이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풀피리 명인 형제가 손에 들고 있는 건,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이파리 한 장이 전부입니다.

공연 나흘 전, 음을 맞춰보는 연습.

대나무 피리와는 또 다른, 구슬픈 가락이 인상적입니다.

'초적'으로도 불리는 풀피리는 귤잎이나 유자잎, 또는 사철나무잎 등으로 만듭니다.

잎맥이 있는 잎의 뒷면에 연주자가 숨을 불어넣으면 잎이 진동하면서 음을 냅니다.

[정재룡/초적 명인 : 기록상으로 정확히 어떤 음을 내는 것을 전달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거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속으로 휘파람 불듯이 연구도 하고, 이렇게 내봤다, 저렇게 내봤다 하는 그런 시행착오, 이런 것도 많이 겪어야 하고.]

1493년, 조선 초기에 편찬된 '악학궤범'.

음악 사전으로 쓰였던 이 책에는 풀피리에 적합한 재료와 혀끝을 이 사이로 흔들어 악조를 맞추라는 연주 방법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도 '초적 악사'를 뽑아 육성하라는 연산군의 명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리나 대금 같은 운지법은 불가능한 악기라 실제로 어떻게 불었는지, 연주를 고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가야금 명인의 아들이기도 한 정재영, 재룡 씨 형제는 지난 2007년 풀피리를 알게 됐고, 연주법 복원에 도전했습니다.

강춘섭 선생의 풀피리 연주를 녹음한 1930년대 음반이 이들에게는 소중한 자료였습니다.

[정재영/초적 명인 : 지공이 있는 단소라든지 대금은 운지법을 떨고 이렇게 표시가 어느 정도 돼 있지만, 이건 그냥 음원만 하나 남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또 더 다듬고 다듬어서 한 5년 만에 (복원했어요.)]

지난 20일, 무대에 선 형제는 관객들에게 판소리 '사랑가'나 오페라 곡 '밤의 여왕' 등을 풀피리 연주로 들려줬습니다.

우리의 옛 소리를 되살린 형제는 외국에서 공연하는 날도 고대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김병직,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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