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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에 살고 있다…이유는? [스프]

[딥빽] 한스 크리스텐슨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선임연구원 인터뷰

김혜영 딥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 베트남을 차례로 방문하고 러시아로 복귀한 뒤, 군 사관학교 우수 졸업생들을 크렘린궁에 초청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푸틴ㅣ러시아 대통령 (지난 21일)
우리는 전략적 억지력을 보장하고 세계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3대 핵전력을 추가 개발할 계획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갖고 있다"며 핵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이어, 최근 북러 정상회담에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무시하는 공조로 핵 비확산 기조에 어깃장을 놓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이틀이 지난 시점에 자국의 핵무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세계 최대 핵 보유국 러시아의 이러한 '폭주' 외에, 다른 핵 보유국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오죽하면 1960년대부터 군축 문제를 연구해 온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수장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에 살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였습니다. 핵을 가진 국가들의 최근 현황이 어떻기에, 이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전문가들이 나서서 이렇게 우려하는 것일까요.
 

"모두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김혜영 딥빽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본 핵 보유국은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과 북한 등 9곳입니다. 이 연구소가 조사한, 이들 전 세계 핵 보유국의 핵탄두 총량은 총 1만 2,121기로, 1년 전(1만 2,512기)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이는 전체 핵탄두의 90%를 갖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퇴역 핵탄두를 해체했기 때문일 뿐 실체적 위협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김혜영 딥빽
실제 잠재적으로 사용 가능한 핵탄두 수는 오히려 지난해(9,576기)보다 9기 늘어난 9,585기인데 이 가운데 작전 병력과 배치된 핵탄두 수는 3,904기로 지난해보다 60기 더 늘었습니다. 특히 충돌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쓸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작전 경계 태세'에 있는 핵탄두 수는 지난해(2,000기)보다 약 100개 더 늘어난 2,100기로 조사됐습니다.
 
한스 크리스텐슨ㅣSIPRI 선임연구원
제가 연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당혹스러웠던 것은 기본적으로 핵무기 보유국들의 모든 발전이, 그들이 누구건 상관없이 핵무기 감축에서 벗어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두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거나, 핵무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불과 5년, 7년, 8년 전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군대가 잠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의 수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우연이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일관된 추세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냉전 종식 후 약 25년 동안 국제 사회가 시도했던 모든 것에서 큰 변화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확실히 새로운 시대입니다.

김혜영 딥빽
주요 국가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최다 핵 보유국 러시아는 전 세계 핵탄두 재고량(1만 2,121기) 중 5,580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사용 가능한 핵탄두는 4,380기입니다.

러시아는 2023년 1월보다 36기 이상 늘어난 핵탄두를 작전 부대에 배치한 것으로 연구소(SIPRI)는 추정했습니다.

러시아는 최다 핵 보유국이자 NPT의 중추국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전쟁 과정에서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위협을 계속해 왔습니다.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 독트린(nuclear doctrine·핵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전술 핵무기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최근에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힘의 균형'을 명분으로 핵 개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과의 사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참여 중단도 선언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겨냥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것뿐 아니라, 북한을 상대로 핵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도 모두 핵무기 확산을 막으려는 옛 소련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뒤흔드는 행위입니다.
 
한스 크리스텐슨ㅣSIPRI 선임연구원
러시아는 현재 새로운 유형의 핵무기를 소수 도입하고 있지만 오래된 무기를 현대화하고 있는, 낯선 '회색 지대'에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러시아의 가용 핵탄두가 작년에 비해 조금 줄어든 것은) 몇 가지의 전제를 수정했기 때문일 뿐 러시아가 핵무기를 실제 감축한 결과는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들이 어느 정도까지 숫자를 늘리고 있으며 우리가 아직 공개 데이터에서 그것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장 무서운 속도로 핵을 만들어내는 건 중국입니다.

김혜영 딥빽
올해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 추정치는 500기로, 지난해(410기)보다 90기 늘었습니다. 전례가 없는 급격한 증가 추세라는 게 연구소(SIPRI) 측 설명입니다. 연구소(SIPRI)는 또 중국이 2030년까지 핵탄두 재고를 1,000기까지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스 크리스텐슨ㅣSIPRI 선임연구원
중국은 보통 200개 정도의 핵탄두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2018년, 2019년부터 그 숫자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숫자는 2029년 말까지 약 1,000개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중국 기준으로 볼 때 완전히 전례가 없는 일이며, 과거 중국의 핵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일입니다.

또 중국이 현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38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역시 향후 10년 동안 급증할 것으로 보여 미국(800기)과 러시아(1,244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중국이 최초로 평시에 소량의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한스 크리스텐슨ㅣSIPRI 선임연구원
물론 그건 매우 조심스러운 예측입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어날 수 있음을 가리키는 몇 가지 지표가 있습니다. 원래 중국 지도부는 항상 군에 핵탄두를 넘기는 것을 매우 꺼려왔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절대적으로 통제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서방 정보기관에서는, 탄도미사일 잠수함 함대를 예로 들어, 잠수함들이 현재 거의 지속적인 억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방에서 탄도미사일 잠수함 작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즉 핵무기를 탑재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중국에 대해 다른 의미로 말하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부분은 지상 기반 탄도미사일 부대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소수의 대대 단위, 즉 많지 않은 수의 발사대가 훈련을 거치며 최고 경계 태세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정말로 최고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신속한 대응을 연습하고 있었다면, 이는 소수의 (핵) 무기를 가지고 이런 태세를 연습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훈련 연습이 끝나면 그들은 다시 그 무기를 내린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다음 부대가 들어와서 같은 과정을 거치는 식으로 순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소수의 무기를 대상으로 이런 연습을 (중국군이) 하고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는 공개된 정보에서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불확실한 추정입니다.

핵 개발에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의 움직임도 눈에 띕니다.

김혜영 딥빽
연구소(SIPRI)는 올해 1월 기준으로 북한이 약 50기의 핵탄두를 조립했고, 총 90기의 핵탄두에 도달하는 데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연구소(SIPRI)는 북한이 2022년에는 25기, 지난해에는 3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는데, 불과 1년 만에 기존 전체 보유량과 맞먹는 핵탄두 20기를 새로 생산해낸 것입니다.
 
한스 크리스텐슨ㅣSIPRI 선임연구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핵분열 물질의 지속적인 생산, 새로운 핵탄두 유형, 특히 새로운 발사 장비의 지속적인 생산이라는 측면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 재고량 추정치를 높였습니다.

북한 핵탄두 50기 중 대부분은 10~20킬로톤급의 위력을 지녔을 것으로 봤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트린 핵폭탄 '리틀보이'가 15킬로톤급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소(SIPRI)는 또 "북한이 핵무기 개발 목적으로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최근 북한의 군사력 확장 시도를 감안한다면 앞으로도 핵탄두 재고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한스 크리스텐슨ㅣSIPRI 선임연구원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다양한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든 핵 무력을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으로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북한이 최대 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과연 그 탄두가 어떤 종류의 발사체에 탑재가 가능한지,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용 핵탄두를 얼마나 잘 만들어냈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신한 점이 많습니다. 일부는 북한이 재돌입 기능을 갖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따라서 북한 핵전력의 다양한 요소에 대해 불확실한 부분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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