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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은 나를 아방가르드한 여자라고 좋아했어요"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여사 (사진=김현경 여사 제공, 연합뉴스)
▲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여사

한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로 꼽히는 시인 김수영은 지난 1968년 6월 15일, 서울 마포 집 근처에서 길을 건너다 버스에 치여 47살이란 이른 나이에 부인과 두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 김수영 시인은 한국 문학의 전설이 됐습니다.

'김수영기념사업회'의 홍기원 이사장은 최근 '시인 김수영과 아방가르드 여인'이란 책을 펴냈습니다.

여기서 '아방가르드 여인'은 김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여사를 뜻합니다.

책은 시인과 여사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결합 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화를 김 여사의 구술을 바탕으로 펴낸 겁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등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한국 현대시의 거인으로 자리매김한 김 시인과 그의 영원한 뮤즈이자 사랑의 대상이었던 부인 김 여사, 두 남녀의 내밀한 이야기가 당대의 문화사와 함께 펼쳐집니다.

올해 97살인 김 여사는 최근 남편의 56번째 기일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온종일 홀로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고 연합뉴스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말했습니다.

김 여사는 "1960년대엔 버스가 다니던, 길 가운데만 아스팔트였고, 나머지는 흙바닥이었는데, 김 시인이 차에서 내려서 길가를 걸어오다가 그만 버스에 치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아방가르드 여인'은 당대 일반의 통념이나 가치관, 윤리 의식을 뛰어넘었던 김 여사의 전위적인 정신을 빗대 김 시인이 썼던 표현입니다.

실제로 책엔 김 시인이 김 여사를 "아방가르드한 여자"로 부른 이유가 자세하게 쓰여 있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 낮, 서울 여의도에서 산책하던 두 사람은 맑은 물웅덩이 하나를 발견합니다.

무더위에 지쳐 있던 김 여사는 갑자기 입고 있던 원피스는 물론, 속옷까지 벗어버린 채 알몸으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김 시인은 깜짝 놀라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곧 그녀를 따라 알몸으로 물속에 뛰어들었고, 연인은 인기척이 들려오기 전까지 인적이 없는 한적한 그곳에서 관능적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김 시인은 훗날 이 일이 무척 인상적이었는지, 김 여사를 향해 두고두고, "당신은 아방가르드한 여자"라며 "어디서 그런 실험 정신이 나왔느냐"고 묻곤 했다고 합니다.

김 여사는 책 제목에 '아방가르드 여인'이 쓰인 데 대해 "책 내용은 70년 전 얘기라 조금 진부한 것도 있겠지만, 제목은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자가 젊은 독자들이 김수영 시인의 시를 여전히 읽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김 여사는 "지금 읽어도 늘 새롭고, 무엇보다 솔직하고 진실하다"고 답했습니다.

(사진=김현경 여사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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