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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출전 선수의 '성별 검사'는 공정 경쟁을 위한 것? 이전부터 그렇게 해왔을까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At the Paris Olympics, Sex Testing Will Be in Full Force. How Did We Get Here? by Michael Waters

0628 뉴욕타임스 번역
 
*마이클 워터스는 책 "또 다른 올림피언: 파시즘, 퀴어, 그리고 현대 스포츠의 탄생"을 썼다.
 

1936년 5월 어느 날, 영국 플리머스에 있는 신문사 웨스턴 모닝 뉴스(The Western Morning News) 소속 한 기자가 마크 웨스턴의 집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웨스턴은 포환던지기 선수 생활을 마치고 마사지 치료사로서 은퇴 후의 삶을 막 시작한 참이었다. 기자를 거실로 안내한 웨스턴은 기자에게 최근 의사의 서명을 받은 인증서 한 장을 건넸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문서는 마크 웨스턴 씨(Mr. Mark Weston)가 지금껏 여성으로 길러지고 자랐지만, 실은 남성이며, 앞으로도 남성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1905년 플리머스에서 태어난 웨스턴은 생애 대부분 여자로 분류됐다. 운동선수로 보낸 경력 대부분을 여성 리그에 참가해 여성과 경쟁하며 보냈다. 그러나 1936년 초 웨스턴은 남은 생을 남자로 살아가기 위해 의사를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체어링 크로스 병원에서 4월과 5월 두 차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웨스턴은 기자에게 이에 관해 "마침내 진짜 내 모습을 찾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날 인터뷰 내용을 추려 5월 28일 "데본 출신의 여자 운동선수, 남자가 되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오늘날 성별을 바꾸거나 두 성을 오락가락하는 운동선수를 둘러싼 논쟁은 매번 격렬한 토론을 낳지만, 당시의 기사와 후속 보도들은 웨스턴 씨에게 대체로 공감하는 논조였다. 신문은 웨스턴 씨가 받은 성전환 수술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설명하는 데 지면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러나 끝내 이야기의 다른 측면도 관심을 받게 됐고, 성전환 수술을 받은 여성 운동선수 웨스턴의 이야기는 두 명의 저명한 스포츠 관계자의 귀에 들어가게 됐다. 둘은 각각 체육협회에 선수들의 의료 문제에 관해 자문하는 스포츠 전문의와 오늘날 세계육상연맹의 전신인 국제아마추어육상협회의 회원이었다.

국제아마추어육상협회는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현대적인 의미의 성별 검사 정책의 초안을 마련했다. 근현대 스포츠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미 은퇴한 마크 웨스턴은 현역 선수로 복귀할 생각이 없었으므로, 여성 종목에 참여할 수 있는지 검사를 받을 일도 없었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들은 누구나 웨스턴처럼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면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 놓은 스포츠 종목 분류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때부터 국제 스포츠 협회나 단체들은 최고 수준의 대회에서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나 다른 성으로 산 적이 있던 운동선수의 출전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거나 아예 금지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아예 해당 종목에서 선수를 퇴출시키기도 했다. 다만 "여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금지나 퇴출 사유가 다분히 주관적이라서 문제였다.

웨스턴 씨를 둘러싼 역사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오늘날 스포츠를 지배하고 있는 성별 검사와 감시 체계 없이도 얼마든지 현대 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 아쉬웠다. 물론 여전히 우리에게 기회는 있다. 즉, 스포츠에서 남성과 여성이 완벽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운동선수의 인간성과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둘 수 있다는 말이다.

성별 검사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공정성을 내세운다. 즉, 여성끼리 경쟁해야 하는 종목에서 생물학적 이점을 몰래 숨기고 경쟁하는 건 반칙이다. 반칙을 방조한다면 이는 공정하지 않은 일이므로, 성별 검사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들이 말하는 공정성을 위협하는 반칙 세력들은 꽤 다양하다.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난 뒤에도 대부분 주요 스포츠에 참여할 수 없는 트랜스젠더 여성도 있고, 아무런 의학적 처치를 받지 않은 시스젠더 여성이나 간성(intersex) 여성 중에도 원래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보통 여성보다 높아서 현재 성별 검사 기준에 따르면 여성이 아닌 선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여성들이 완력을 비롯한 여러 신체적 수치에서 다른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거의 없다.

성별 검사를 옹호하는 이들의 또 다른 문제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차이마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의 성별을 단 두 가지로 완벽히 분류할 수 있는 법은 없다. 그런데도 스포츠 협회는 그 불가능한 일에 쉼 없이 도전해 왔고, 지금 이 순간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운동선수가 여성임을 증명하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요즘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옷을 벗고 나체로 생식기를 확인받던 야만적인 시절도 있었다. 이어 염색체 검사, 호르몬 검사를 통해 여성 스포츠 종목에 참여할 수 있는 선수를 가려냈다. 그러나 완벽한 기준은 없었다. 매번 스포츠 협회는 여성성에 관해 매우 주관적인 정의를 내려놓고,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선수는 여성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밀어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리아 토마스(Lia Thomas) 선수다. 토마스는 세계수영연맹 규정에 따라 올림픽 선발전에도 나서지 못한 트랜스젠더 여성 수영 선수다. 수영 종목의 최상위 스포츠 협회인 세계수영연맹은 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의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세계육상연맹도 비슷한 결정을 여러 번 내렸다. 케냐의 달리기 선수  막시밀라 이말리(Maximila Imali)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대회 출전이 금지됐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캐스터 세메냐(Caster Semenya)나 부룬디의 프란시네 니욘사바(Francine Niyonsaba) 선수도 여성들이 경쟁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올여름 파리 올림픽에서는 과거보다 어떤 의미에선 더욱 강화된 성별 검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대회 차원에서 전면적인 검사 규정을 일괄 적용하는 대신 올림픽에 참가하는 종목별 협회나 연맹에 성별 검사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발표한 성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그간 줄곧 올림픽 스포츠에서의 "공정함, 포용, 차별 금지"를 기치로 내걸고, 특히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를 지향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엄격한 성별 검사를 시행하려고 준비 중인 종목별 협회의 움직임을 보면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구호는 공허하게 들린다.

그동안 트랜스젠더 선수와 간성 여성 선수의 출전을 엄격히 금지해 온 국제육상연맹의  세바스티안 코 회장은 최근 성별에 따라 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연맹의 방침을 재차 천명했다. 이 여성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성 선수와 경쟁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승산이 없는 싸움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말수도 적은 편이던 마크 웨스턴 씨는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해졌다. 선수 시절 영국 안에서는 포환던지기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지만, 국제 대회만 나가면 성적이 좋지 않았다. 국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뒤 (규모 면에서는 올림픽 못지않은) 세계여자육상대회에 두 번이나 영국 대표로 출전했다. 그러나 1926년, 1930년 두 차례 모두 입상하지 못했다. 웨스턴은 스포츠 외에는 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웨스턴 모닝 뉴스의 기사 한 편은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마크 웨스턴은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고, 전 세계 언론이 앞다투어 웨스턴의 이야기를 지면에 실었다.

언론이 웨스턴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인 이유는 또 있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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