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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눈에 밟혀"…집단 휴진에도 문 연 '동네 의원'

<앵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집단 휴진까지 실시된 지난주, 무주에서는 11개 의원 가운데 무려 10곳이 문을 닫고 진료를 하지 않았는데요. 이런 와중에 단 한 곳만 환자들의 곁을 지킨 시골 의원이 있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굽은 허리로 찾아오는 환자들이 눈에 밟혔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김학준 기자입니다.

<기자>

이른 아침 시골의 작은 의원에 머리가 희끗한 노인 환자들이 하나둘씩 들어옵니다.

이웃집에 마실을 온 것처럼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차례가 되자 진료실로 향합니다.

무주군 안성면에 이 의원이 문을 연 건 지난 1994년.

인구가 가파르게 줄면서 하루 200명까지 보던 환자가 20~30명까지 줄었지만,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서 환자들을 맞고 있습니다.

[○○의원 원장 : (나 자신도) 시골에 건강상 문제가 있어서 들어왔기 때문에 정말 다른 아픈 분들 좀 챙기고, 그렇게 돌봐 드린다는 입장이지. 뭐 큰 철학은 없어.]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픈 주민들에게는 멀리 있는 대형병원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하옹림/의원 환자 : 30년 넘었어. 이 병원만 다녔어, 젊어서부터. 먼 곳은 못 가, 허리를 못 써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있었던 지난 18일.

무주의 11개 의원 가운데 10곳이 문을 닫은 날에도 이 의원은 유일하게 환자를 봤습니다.

원장은 오랜 세월 함께한 주민들, 굽은 허리로 찾아오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을 뿐이라며 애써 의미 부여를 경계했습니다.

[○○의원 원장 : 환자들하고 가깝게 지내다 보니까 대부분은 그냥 왔다 가는 그런 환자들이 아니에요. 여기 오래 계셨던 분들이라….]

원장은 자칫 의료계와 선을 긋는 모습으로 비칠까 걱정된다며 솔직한 심정도 털어놨습니다.

자신도 맹목적인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럼에도 부인과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의원은 이제는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 됐습니다.

[○○의원 환자 : 문을 안 열면 어디 멀리까지 가야 하는데 그 불편이 여간 힘든 게 아니지. 주민을 위해서 원장님이 많이 신경 써주는 거지.]

보건복지부는 무주 등 휴진율이 30%를 넘긴 전국 4개 시군에서 현장 조사를 해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별한 철학이 따로 있는 건 아니라며 애써 몸을 낮췄지만, 의정갈등 속에 그야말로 취약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환자를 돌본 시골 의원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성민 JTV)

JTV 김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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