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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에게 최저임금 보장? 뜻밖에도 먼저 도입한 뉴욕, 이유는? [스프]

[뉴스쉽] 미국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방식 - ① 노동법

✏️ 뉴스쉽 네 줄 요약

·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분류되면서 최저임금을 포함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 미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고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 뉴욕시에서는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라이더에게 최저보수가 도입됐습니다.
 

전형우 뉴스쉽

1. 플랫폼 규제의 두 축 – 경쟁법과 노동법

쿠팡이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주된 이유는 알고리즘을 조작해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권에 노출시켰다는 내용이다. 쿠팡이나 쿠팡이츠에서 배달과 배송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왔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가 주요하게 주장한 내용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보수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전형우 뉴스쉽 
쿠팡 같은 플랫폼 기업은 양쪽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경쟁법이고, 왼쪽은 노동법이다. 경쟁법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여한다. 이번 쿠팡의 사례처럼 불공정한 거래 행위를 통해 자유로운 시장의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는다. 노동법은 주로 고용노동부에서 관여한다. 노동하는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근로 조건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플랫폼 산업이 크게 확장됐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커져 독점하거나 갑질하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플랫폼 기업을 통해 일하지만 최소한의 근로 조건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정위를 중심으로 온라인플랫폼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막는 법안('온플법')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고, 노동부를 중심으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의 입법 시도가 있었다. 둘 다 업계의 강력한 반대 등으로 입법이 아직 이뤄지진 않았지만, 앞으로도 언제든 법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거액의 과징금을 맞은 쿠팡 측은 행정소송을 예고하면서, 제재 때문에 로켓배송을 축소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이렇게 규제를 하면 사업 못 해먹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경쟁법과 노동법으로 플랫폼 산업을 옥죄고 있는 것일까. 플랫폼과 빅테크, 혁신 기업의 천국인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 뉴스쉽에서는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 그중에서도 특히 노동법 분야에 집중해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려고 한다. 글의 상당 부분은 필자의 석사논문(전형우, "미국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와 노동법의 역할 : 지방정부 입법과 연방법의 관계를 중심으로")을 토대로 작성했다.
 

2. 미국의 세 가지 길

한 테크 기업의 대표를 만나 대화를 한 적이 있다. 테크 앱을 통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왜 근로자로 고용하지 않는지 물었다. 이 사람들이 없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 사람들 또한 이 사업에 의존해 먹고 살고 있는데 고용 계약을 맺으면 사업과 노동력의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냐는 질문이다. 답은 절대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한 번 근로자로 고용하면 사업이 축소되거나 일시적으로 휘청일 때 해고가 어려워 기민하게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아니고 개인사업자여야 회사 입장에서는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거나 한없이 긴 업무시간에도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돈을 받아도 법이 보호해 주지 않게 된다.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근로자일까 자영업자일까. 이 질문이 플랫폼 산업을 둘러싸고 화두가 됐다. 한국에서는 이들이 근로자냐 아니냐에 대해 정부나 대법원의 명확한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플랫폼 노동이라는 명칭으로 묶이지만 앱을 이용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해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도 플랫폼 노동자지만,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이나 개발 업무를 하는 프리랜서도 플랫폼 노동자다.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냐 아니냐의 질문을 풀지 못한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연방정부나 연방대법원은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인지 아닌지 아직 판단하지 않고 있다. 연방에서 판단을 미루고 있는데, 보호 필요성은 커지자 지방정부들이 이런 불확실성을 자체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을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집권하는 진보적인 곳이다. 캘리포니아주는 'ABC 테스트'라는 걸 도입해 일하는 사람들이 근로자로 분류되기 쉽게 만들었다. A. 통제와 지시에서 자유로운지 B. 고용주의 통상적인 업무 과정 밖에서 일하는지 C. 스스로 독립적인 사업을 운영하는지의 세 가지 조건을 통과하지 못하면 모두 근로자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ABC 테스트를 입법하면서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일하는 운전기사나 우버이츠, 그럽허브 같은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라이더가 근로자로 분류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플랫폼 종사자도 근로자로 분류해서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실업보험, 산재보험, 의료보험 같은 각종 사회보장도 적용되도록 했다. 이런 법안에 플랫폼 기업들이 강하게 반대해 주민발의안을 내면서 아직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민주당 버전'이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만드는 것이라면 '공화당 버전'의 대응도 존재한다.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인디애나, 아이오와, 켄터키, 테네시, 유타 등 7개 주는 공화당이 매번 집권하는 주다. 이 7개 주에서는 플랫폼 종사자를 자영업자로 명시하는 법안이 만들어졌다.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냐 아니냐의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캘리포니아는 근로자로, 공화당이 집권한 주에서는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정반대의 입법이 이뤄진 것이다.

플랫폼 기업인 우버(차량 공유)와 핸디(가사 노동) 등과 공화당 정치인들, 시장 자유를 추구하는 단체인 ALEC(미국 입법교류위원회)는 플랫폼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 '노동법 면제 정책'을 개발해 왔다. 이들은 로비 끝에 공화당이 집권한 7개 주에서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는 걸 명확히 하도록 서면으로 동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형우 뉴스쉽 
캘리포니아와 공화당이 집권한 7개 주 사이에 '제3의 길'도 있다. 뉴욕시의 방식이 그렇다.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있는 '혁신의 도시' 뉴욕시는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인지 자영업자인지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법에 준하는 여러 가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입법이 이뤄졌다.

뉴욕에서는 특정한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보수가 보장된다. 뉴욕주의 근로자 최저임금은 시간당 15달러인데, 뉴욕시에서 음식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배달라이더는 시간당 19.56달러 이상을 받도록 최저보수가 책정됐다. 내년 4월부터는 시간당 19.96달러까지 오른다. 근로자가 아닌 플랫폼 노동자인데 최저보수의 개념을 적용해 보호할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받는다. 근로자로 인정되지 못해서 의료보험 같은 사회보장을 못 받는 걸 보상해 주고, 기름값이나 오토바이 수리비처럼 배달라이더가 스스로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감안해 계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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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이런 방식은 실용적인 해법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냐 아니냐의 판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가장 필요한 보호를 제공한 것이다. 원래 뉴욕시의 배달라이더는 주 최저임금보다 훨씬 못한 저임금(팁 제외하면 평균 시급 7달러 수준)에 시달렸고, 2020년부터 3년간 33명이 배달하다 사망했다. 저임금, 고위험의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자 뉴욕시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저보수를 도입한 것이다.
 

3. 최저보수 도입하면 플랫폼 산업은 망한다?

매년 한국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기가 되면, 최저임금을 높이면 자영업자가 망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시에서도 배달라이더에게 최저보수를 도입하면 소비자와 식당 부담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플랫폼 산업은 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뉴욕시가 배달라이더 최저보수 조례를 도입하자 우버와 도어대시, 그럽허브, 릴레이 등 플랫폼 기업들이 이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이들이 주요 주장은 첫 번째로 최저시급이 도입되면 배달라이더가 배달을 몇 건 하지 않고 대기만 해도 일정 이상 돈을 받아 갈 수 있어 사업에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비자들이 내는 배달비가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둘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뉴욕시의 반박을 받아들이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앱에 로그인만 하고 배달은 하지 않는 라이더를 막기 위해서, 플랫폼 기업들이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을 이미 마련해 두고 있다고 봤다. 뉴욕시는 배달라이더가 생활 가능한 임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시간을 포함한 앱에 접속한 모든 시간에 최저보수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봤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뉴욕시와 법원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로 뉴욕시가 경제학자를 통해 분석해 보니 최저보수를 도입하면 소비자가 배달 한 건당 5.18달러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예상됐다. 그럼에도 뉴욕시는 플랫폼 기업이 스스로 부담하는 비율을 조정하고, 생산성 증대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뉴욕시가 연구용역을 통해 예측한 결과 최저보수를 도입하더라도 음식 배달 플랫폼은 2025년까지 배달 건수가 35% 증가하는 등 꾸준히 사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최저보수 도입이 지역사회의 경제 규모를 키우고 소비 증가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봤다. 뉴욕시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저보수 도입이 플랫폼 기업과 소비자, 식당에 일부 부담을 늘릴 수 있다 하더라도, 라이더가 최저임금 이하의 저임금으로 일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점이다.
 

4. 한국의 플랫폼 노동에도 최저보수 도입이 가능할까

한국에서 음식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배달라이더도 뉴욕시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쿠팡이나 배민에서 배달라이더 일을 해서 한 달에 400~500만 원을 벌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플랫폼 노동이 돈을 괜찮게 버는 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배달라이더의 경우 기름값과 오토바이 유지비, 단열가방 구매 등 개인이 추가적으로 들여야 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 이처럼 고정비용을 빼버리면 수익이 최저임금보다 더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9,160원인데 플랫폼 노동자들의 시급은 이에 못 미쳤다. 돈을 상당히 버는 것으로 알려진 택배기사나 배달라이더조차 최저임금보다 시급이 낮았고, 대리운전 기사나 가사서비스 노동자는 훨씬 더 낮았다.
 
전형우 뉴스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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