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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Y] 영화표 4500원?…대한적십자사, 헌혈 기념품 130만 장 기초금액 적정한가

극장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헌혈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영화관람권을 영화관에 입찰하는 과정에서 기초금액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헌혈자에게 답례로 기념품을 제공하고 있다. 헌혈자 기념품은 문화상품권, 영화관람권, 편의점교환권, 커피교환권, 여행용 세트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중 헌혈자가 가장 선호하는 기념품 중 하나가 영화관람권이다.

대한적십자사가 혈액관리본부가 극장에 영화관람권을 구매하는 규모는 연간 약 130만 장이다. 2024년 상반기에 62만 5,500매를 구매했고, 하반기에는 68만 4,000매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극장을 찾는 1년 전체 관객 수(2023년 1억 2,500만 기준)의 약 1%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수량이다. 그런 만큼 국내 멀티플렉스 3사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비롯해 중소 영화관은 수년간 대한적십자사가 공고하는 영화관람권 구매 계약 입찰에 참여해 왔다.

지난 13일 나라장터에 올라온 '2024년도 하반기 헌혈자 공동기념품(영화관람권) 구매 계약 입찰 공고'에 따르면 영화관람권에 배정된 대한적십자사의 예산은 장 당 6,000원으로 총액 41억 400만 원(68만 4,000매 기준)이다.

배정예산 6,000원은 2020년부터 4년 가까이 고정(2023년 상반기 5,500원 제외)된 금액이다. 그러나 원가계산서에 의거한 기초 금액은 2020년 5,800원에서 반기마다 계속 떨어져 2024년 하반기에는 4,500원까지 내려왔다.

대한적십자사는 상, 하반기에 나눠 한 번씩 자사가 정한 기초 금액에서 낙찰 하한 금액 이상의 최저가를 제안한 입찰자를 블라인드 추첨 방식으로 선정해 왔고, 2024년 상반기에는 롯데시네마가 입찰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롯데시네마의 낙찰금액은 3,621원(장 당)이었다. 이는 2023년 하반기 4,039원보다도 약 10%가량 떨어진 금액이며, 2020년 상반기 5,700원과 비교하면 약 35% 가까이 낮아진 금액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측은 "영화관람권 계약 금액은 경쟁입찰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계약수량 등 본 계약의 조건에 따라 경쟁입찰 참가자가 제시한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이며, 대한적십자사가 정하는 기초금액은 이전에 체결되어 왔던 계약금액과 1번 질의 답변 사항, 경쟁입찰 성립 가능성과 입찰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극장들이 경쟁입찰의 원리를 모를 리 없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기초금액의 계속된 인하다. 기초금액을 기준으로 입찰을 하게 되는데 수년째 낮아진 기초금액으로 인해 극장들의 제살 깎기식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여러 차례 낙찰에 응해왔지만 기초금액은 2020년에는 5,800원, 5,650원이었지만 이후부터 계속 떨어져 현재 4,500원까지 내려왔다. 대한적십자사가 배정된 예산이 있음에도 다 사용하지 않고, 기초 금액을 계속 낮추기만 한다면 극장은 앞으로 더 낮은 가격에 입찰할 수밖에 없다. 이런 행태는 영화 관람과 콘텐츠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초금액의 산정 기준은 원가계산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측은 영화관람료 원가 계산 방식에 대해 "기초금액은 '국가계약법'시행령 제9조에 따라 결정하는데, 해당 조항의 결정기준 및 계약수량, 이행기간, 수급상황, 계약조건 기타 제반여건을 참작하여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극장 측은 이러한 원가 계산 방식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타 공동기념품의 기초금액과 비교해 봐도 영화관람권이 유독 낮다는 것이다.

최근 영화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객단가 문제다. 현재 영화 티켓은 평일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이다. 극장이 코로나 19 시대에 총 세 차례나 영화 관람료를 인상한 결과다. 그러나 관람료 인상이 객단가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객단가는 관객 한 명이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매출액을 관객수로 나눈 수치)을 뜻한다.

영화 관람료 인상에도 객단가가 낮아진 이유로는 각종 할인권과 무료권 남발이 지적된다. 일례로 통신사들이 VIP 혜택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료 관람이나 1+1 티켓 혜택의 경우 극장에 티켓값 전액을 보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객단가가 떨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영화관 입장에서 보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영화관람권 구매권은 통신사의 할인·포인트 차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분명 작지 않은 규모다. 그동안은 박리다매라는 이점 때문에 입찰에 응했지만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며 관객 수가 현저히 떨어진 만큼 이 같은 '티켓값 후려치기'가 달가울 리 없다. 그러다 보니 영화관들도 과거와 달리 입찰에 소극적이다.

2024년도 하반기 헌혈자 공동기념품(영화관람권) 구매 계약 입찰 공고는 복수의 영화관이 입찰에 나서지 않아 유찰됐다. 현재 올라와 있는 공고는 재입찰로 오는 21일에 마감된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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