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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격차가 인구 소멸 이끌고 있다" 일본은 '역대급 저출산'에 충격적인 상황 [스프]

[교양이를 부탁해] 이창민 한국외대 일본학과 교수

스프 0622 교양이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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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이 노트
- 임금 격차가 초래한 가족 형성의 격차
- 비노동력 인구를 어떻게 노동력 인구로 전환할 것인가?
- 저출산과 고령화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 지역 간 최저임금 격차로 인한 지방 인구 유출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일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단카이 세대(団塊の世代 단카이노세다이)를 위해서 빙하기 세대가 희생양이 됐다. 단카이 세대라는 게 뭐냐면 전쟁이 끝나고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그러니까 1947년, 48년, 49년에 태어나서 지금 70대 중후반이 되신 분들입니다.

90년대 경기가 안 좋은데 경기가 안 좋으면 인력 조정을 좀 해야 되는데 일본은 종신고용이다 보니까 단카이 세대의 고용을 지키느라 결국에는 신입사원을 덜 뽑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 당시에 신입사원들이 지금 한 30~40대들이죠. 1993년부터 2005년 정도에 취업한 사람들, '빙하기 세대' 이분들이 이제 손해를 봤다는 거죠. 이 세대들은 다른 (10년 전) 세대에 비해서 평생 벌 수 있는 임금을 계산하면 730만 엔(한화 약 6,400만 원) 적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취직을 1년이나 2년 정도 늦게 한다는 얘기죠.

그런데 이런 취업 빙하기 때 제대로 직장을 못 잡으면 경제적 능력이 없이 그냥 부모님한테 의지해서 살아가게 되는 사람들도 많이 있죠. 히키코모리라고 하는데 일본은 히키코모리의 고령화가 지금 문제가 됐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80대 부모가 50대 자식을 케어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자식이 직장도 없이 집에 그냥 있으니까 80대 부모의 연금으로 자식이 생활하는 거거든요.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사망했다는 신고를 안 하는 사람이 있어요. 연금이 끊기니까.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얼마 안 돼서 그 자식도 또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돌봐줄 사람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외로움도 있지만 영양실조도 걸리고 이래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일본 내 세대 간의 임금 격차가 좀 큰가요?

이걸 세대 간의 임금 격차 문제로 볼 수 있는데 사실 일본에서 더 큰 문제는 세대 내의 임금 격차입니다. 세대 내의 임금 격차라는 건 뭐냐 하면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를 말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하면 비정규직이 한 60 정도 되거든요. 일본에서 원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었어요. 옛날에는 굉장히 드물었는데 1990년대 말부터 점점 늘어나서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한국보다 높아요.

그리고 일본의 비정규직은 우리랑 좀 다르긴 한 게 70%가 여성입니다. 그러니까 전업주부가 아르바이트하거나 고령자들이 재취업을 할 경우에 비정규직이 많아서 우리와는 조금 문제가 다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가장인데 비정규직인 사람들도 꽤 지금 늘고 있어서 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고요.

이런 세대 간의 임금 격차와 세대 내 임금 격차가 뭐로 이어지냐면 가족 형성의 격차로 이어집니다. 쉽게 얘기하면 돈을 잘 못 버니까, 소득이 낮으니까 결혼을 못 하거나 안 한다는 겁니다. 결혼을 안 한다는 거는 출산도 안 한다는 얘기죠. 그래서 세대 내 또는 세대 간의 이런 임금 격차가 결국에는 가족 형성의 격차를 낳고 이게 지금 일본의 고독사 문제까지도 연결돼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창민 교양이를 부탁해 

일본은 어떻게 저출산 위기 극복할까 ①
"저출산과 고령화를 분리해야"

Q. 일본의 저출산 추세는 어떤가요?

일본이 1994년부터 엔젤 플랜이라고 저출산 대책을 30년 동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산을 작년까지 한 6조 엔(약 53조 원) 쓰다가 올해부터는 10조 엔(약 88조 원)으로 늘렸거든요. 엄청나게 예산을 써서 엄청나게 많은 정책을 하고 있는데 다 실패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일본은 지금 1.26인데 2005년에도 1.26이었어요. 그러니까 2005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창민 교양이를 부탁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약간 합계출산율이 오른 적은 있습니다. 1.26에서 1.45 정도로.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일본의 저출산 대책 성과라고 평가를 했었는데 이게 성과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합계출산율이 뭔지를 가만히 생각해 봐야 돼요. 직관적으로 말씀드리면 합계출산율의 분모는 가임기 여성 숫자의 합이에요. 분자가 그 가임기 여성들이 낳은 아이의 숫자죠. 그래서 합계출산율이 상승했다 그러면 우리는 뭘 생각하냐면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사실은 합계출산율이 상승할 때는 분모가 줄어도 합계 출산율이 상승하거든요. 일본이 2005년에서 2015년까지 합계출산율이 상승한 거는 가임기 여성 숫자가 줄어서 그렇게 된 거예요.
 
이창민 교양이를 부탁해 
그래서 실제 중요한 거는 출생아 수입니다. 매년 몇 명이 태어나는지를 봐야합니다. 출생아 수는 늘어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일본이 이러다가는 한 해에 100만 명도 안 태어난다고 걱정했었는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줄고 있고요. 한국이든 일본이든 유럽이든 특징적으로 공통적인 게 2015년을 기점으로 엄청나게 출생아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몰라요. 지금 전 세계 특히 선진국들은 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일본도 떨어지고 있고, 성공한 정책이 없다.

일본 정책 당국자도 이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출산 정책도 중요하지만 일본에서 사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는 연착륙 정책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거는 기정사실이에요. 이 줄어든 인구를 어떻게 할 수는 없고, 그 대신 줄어드는 속도를 어떻게 하면 늦추면서 탄력 있는 또는 생산력이 높은 사회를 만들 것인가.

아베가 '1억 총활약 사회'라고 1억 인구를 50년 뒤에도 유지하면서 모두가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했잖아요. 최근에 기시다 총리가 얘기하고 있는 거는 8천만입니다. 그러니까 '100년 뒤에도 인구 8천만을 유지하면서 생산력 높은 생산성 높은 사회를 만들자'인데 이게 왜 중요하냐면 우리가 인구를 100이라고 했을 때 100이라는 인구가 다 일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비노동력 인구가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은퇴하신 분도 일 안 하죠. 전업주부도 일을 안 하죠. 그래서 일본이 지금 하는 거는 비노동력 인구를 어떻게 하면 노동력 인구로 전환할 것인가. 일본은 지금 본인이 원하면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고령자라고 예전에는 분류되던 분들도 다시 노동력 인구로 들어올 수 있고, 전업주부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외국인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사키 쇼코ㅣ출입국재류관리청 초대 청장
"외국인도 행복해지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일본 사회도 함께 행복해지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
 
지금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 200만 되는데 2040년까지 670만 명으로 늘린다고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속도를 늦추면서 질서 있는 축소를 할 것인가 그게 중요한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그런 연착륙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들어보셨나요? 50년 뒤에 4천만을 목표로 한다 이런 거 없잖아요. 그래서 목표가 일단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붙여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저출산과 고령화를 붙이는 순간 아이를 낳는 게 노동력 재생산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아이를 하나 낳으세요. 왜? 우리 노동력 부족하니까. 연금 고갈되니까 아이 낳으세요. 그러면 아이를 안 낳을 거 아니에요. 사실은 저출생 하고 고령화 문제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걸 떼서 생각해야 돼요. 그래서 일본은 작년에 어린이가정청이라는 부서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저출산 대책이라는 게 30년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는 거죠. 인구 감소 대책의 일환으로서 출생의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뭘 신경 써야 될지에 대한 고민을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고 고령화는 후생노동성에서 하던 대로 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도 저출산 고령화 이걸 붙여서 자꾸 생각할 게 아니고 저출생 문제는 따로 떼서 관련 부서에서 이걸 집중적으로 아동 복지나 보건 모자 건강 뭐 이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되고 어린이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되고 고령화 문제는 노동력의 재생산 이런 측면에서 분리해서 접근을 해야 된다.
 
이창민 교양이를 부탁해 

일본은 어떻게 저출산 위기 극복할까 ②
"노동력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우리가 고령자다, 은퇴해야 됩니다라고 했을 때 그 은퇴 연령도 사실은 물리적인 게 아니잖아요. 지금 60살이면 은퇴하지만 은퇴 나이를 70으로 하면 일할 수 있는 노동력 자원은 더 늘어납니다. 또, 전업주부들도 사실은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거든요. 그래서 노동시장을 만들어주면 얼마든지 인구는 줄지만 일하는 사람은 늘릴 수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우리가 부족한 노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그런 방안들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문제가 뭐냐 하면 청년 실업률이 굉장히 높아요. 그러니까 세대 간의 갈등 요인이 되는 거죠. 아니 지금 젊은 사람도 취업을 못 하고 있는데 무슨 정년 연장이냐고 하는데 인구는 확실한 미래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대책을 잘 세워도 분명히 노동력 부족의 시간은 다가옵니다. 근데 그거를 위해서 지금 사실은 논의를 시작해야 더 늦지 않게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거죠.
 
이창민 교양이를 부탁해 
Q. 고령층이 일을 할 수 있는 그 노동시장과 청년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그 노동시장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국은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있는건가요?

제 생각에는, 일본도 지금 그렇습니다만, 정년 이후에 계속해서 일을 하시는 분은 말하자면 비정규직으로 다시 일을 해야 됩니다. 임금피크제 등을 이용해서요. 정규직, 비정규직이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사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실현이 안 되기 때문에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신경써야 되는 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될지, 오히려 비정규직 시장을 활성화해서 정년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정규직 직원으로 들어가서 안정된 직장에서 미래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고요.

이게 중요한 이유는 어느 직장을 가더라도 여기서 정년 때까지 다닌다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면 결혼할 수가 있어요. 30년 대출을 끼고 집을 살 수가 있습니다. 아이를 낳을 수가 있죠. 이게 일본의 고도 성장기 공식이었죠. 지금 당장은 돈이 없지만 내가 10년 뒤에는 어떤 직위에서 어느 정도 월급을 받을 것이다는 게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울 수 있고 미리 선투자할 수가 있는 거죠. 직장이 튼튼하지 않으면 그 결정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일본 같은 경우에 보면 대부분 30년 대출을 끼면 30년 그러니까 은퇴할 때 거의 다 갚아요.

그런데 근속연수가 짧고 또 어떻게 될지 모르고 전직해야 될 수도 있고 직장을 그만둬야 될 수도 있다 이러면 회사 입장에서는 그게 어떤 이익 측면에서 도움이 될지 몰라도 개개인의 행복의 측면에서는 사실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고통스러운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일본이 고용을 중시하는 게 때로는 그게 기업 측면에서는 비용 고비용 측면도 있지만 또 노동자 측면에서 보면 도움이 됐던 측면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만큼 예측 가능한 사회라는 거고 그만큼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거죠.
 
이창민 교양이를 부탁해 

일본은 지금 지방 소멸 중... 최저임금이 원흉?

지금 일본에 논쟁이 있어요. 최저임금을 올려야 된다라는 사람들이 있고 최저임금 올리면 안 된다, 올리더라도 속도 조절해야 된다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게 대치하고 있는데, 일본 같은 경우는 47개 도도부현 지자체별로 최저임금이 다 다릅니다. 1급지가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입니다. 도쿄는 1천 엔이 넘어요. 그런데 도쿄 주변에는 900엔도 있어요.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 하면 젊은 사람들이 도쿄로 일하러 가는 거예요. 전철 타고 버스 타고 1시간, 1시간 반 걸려도 갑니다. 왜? 일본에서는 교통수당을 주기 때문에 교통비가 얼마 나오더라도 부담이 안 돼요. 그러니까 최저임금만 많으면 가는 거예요. 그러면 도쿄나 오사카처럼 대도시 주변은 이게 블랙홀이 되는 거예요. 인력 유출이 굉장히 심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
 
이창민 교양이를 부탁해 
일본이 처음에 왜 이 지역마다 이 최저임금 격차를 인정했냐면 지역별로 생활비 물가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도시에서 아마 생활비가 더 들겠지 그러니까 도시는 최저임금을 좀 더 높여줘야 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보니까 그것도 아닌 게 도시는 교통 인프라가 잘 돼 있어서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탈 수 있는데, 지방은 자가용이 있어야 되거든요. 결국에는 비용에 큰 차이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지방이 더 비용이 들 수도 있는데 도시와 지방의 최저임금 격차를 보면 한 10년 전에는 100엔 차이였는데 지금 한 200엔 차이까지 나거든요. 이대로 두면 가면 갈수록 더 차이가 벌어지는 거죠. 그래서 아마 들어보셨을 거예요. 일본의 빈집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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