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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 모르고 동네병원 찾았다 헛걸음…"환자는 어떻게 하나요"

휴진 모르고 동네병원 찾았다 헛걸음…"환자는 어떻게 하나요"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청력 손실이 올 수 있어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댔는데 큰일났네요."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휴진에 돌입한 오늘(1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는 약 20분동안 7명의 환자가 문앞에 크게 붙은 휴진 안내문구를 보고 발길을 돌려야했습니다.

전날 저녁 돌발성 난청 증상이 발발해 이 의원을 찾았다는 김 모(33) 씨는 휴진 소식을 알지 못한 채 병원을 찾았다가 울상을 지었습니다.

그는 "오늘 병원 진료 하느냐"며 급히 인근 의원에 전화를 걸면서 발길을 돌려야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오늘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3만 6천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그쳤으나, 전국 곳곳에서는 동네 의원과 대학병원에서의 휴진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경기 수원시에서 아파트 밀집지역 내에 위치해 환자가 많은 곳으로 손꼽히던 소아과도 오늘 휴진에 참여했습니다.

이 병원 입구에는 '진료 휴진 안내'라는 안내문과 함께 "병원 사정으로 인해 휴진합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습니다.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일대 소아과 4곳 중 3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한 병원은 예약 앱 공지사항을 통해 "원장님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휴진입니다"라고 알렸고, 다른 곳들은 별도로 휴진 이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을 연 한 곳의 소아과에는 오전 한때 십수 명의 접수 대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한 지역 주민은 "의료 갈등에 대해 많이 듣기는 했어도 이렇게 피부로 와닿은 적은 없었는데 막상 우리동네 병원이 문을 닫으니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일을 키운 것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강원 춘천시에서도 한 병원을 찾았다가 휴진 안내 문구를 보고 발길을 돌린 70대 이 모 씨는 "개인 사정으로 휴진한다고만 하고 문을 닫아버리면 아픈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휴진을 한 대다수의 병원들은 기타 상황 안내 없이 '휴진'이라고만 안내 문구를 적어놓거나, '개인 사정으로 휴진합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에서도 한 소아 청소년과 병원이 휴진을 해 지역 주민의 불편을 초래했습니다.

출근 전 두 딸을 데리고 이 병원을 찾은 고 모(34) 씨는 휴진 안내문을 보고 병원에서 진료 받는 것을 포기한 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 씨는 "애들 감기 때문에 매주 병원을 찾고 있는데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 관련 문자도 오지 않았다"며 "미리 알아보지 않고 병원에 온 내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아과인데 이렇게 갑자기 휴진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응급실 진료 지연 안내, 환자들

대학병원에서도 전문의들과 개원의들이 휴가를 신청하거나 휴진하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충남대 대전병원은 감염내과, 비뇨기과, 신경과,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등 4개과 의사가 휴가를 가 진료실이 텅텅 비었습니다.

한 남성이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으나 접수처 직원으로부터 "오늘은 교수님이 진료를 안하세요. 응급실로 내려가서 다시 접수하세요"라고 안내받은 후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광주·전남 대학병원과 개인병원의 상당수 의사도 진료를 중단했습니다.

전남대병원은 오늘 진료가 예정돼 있던 교수 87명 중 약 30%에 달하는 26명이 휴진했습니다.

조선대병원도 외래 진료를 계획했던 교수 62명 중 38%인 24명이 오전 진료를 중단했습니다.

조선대병원 휴진 교수 24명 중 12명은 오늘 오후에는 진료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병원의 경우 당초 10여 명 안팎의 의사들만 휴진할 계획이었으나, 전날 저녁 휴진 참여 의사를 밝힌 의사가 갑자기 급증했습니다.

예약 환자 일정을 미리 조정한 탓에 휴진으로 인한 큰 혼란은 없었지만, 예약 없이 병원을 찾은 일부 외래 환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경우 대구시의사회 회원 300여 명이 오늘 서울에서 열리는 대한의사협회 총궐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세버스로 상경하며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휴진에 참여한 의원과 병원이 많지 않아 '의료 대란'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모습입니다.

대학 병원 관계자들은 집단 휴진이 사전에 예고돼있었고 환자들에게 이를 통지했기 때문에 큰 혼선은 없는 모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수들이 휴진 참여 의사를 밝힌 전북대병원은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250여 명의 교수 중 약 10%가 오늘 휴가를 제출했으나, 대부분의 교수들은 응급 및 중환자 수술과 입원환자 진료를 보고 있었습니다.

경기남부 지역 대학병원들은 전날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아주대병원은 오늘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습니다.

전체 400여 명의 교수 중 휴진에 동참한 교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많은 이들이 평소처럼 진료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주대의대 교수들은 전날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단체 행동이 아닌 개별적 판단에 따라 휴진에 참여키로 한 바 있습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오전에 병원 라운딩을 한 차례 했는데, 분위기는 어제와 비슷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7일부터 교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간 분당서울대병원 역시 평소 화요일과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중증·응급 환자는 휴진 대상에서 제외돼 긴급한 환자에 대한 진료가 막히는 일도 없었습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환자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각 진료과 외래환자 대기석에는 환자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고,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거나 진료를 아예 중단한 진료과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원무 창구는 진료를 접수하거나 진료비를 수납하려는 환자들로 가득 찼고, 외래 채혈실에도 대기 인원이 26명에 달하는 등 병원은 정상 가동되는 모양새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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