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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재개발에 사라진 도로…장애인들 "겁나고, 힘들어요"

발달장애인 20여 명이 직업 훈련을 받는 부산의 한 직업재활시설.

2018년 운영 시작 때부터 수년 동안 이용하던 길이 지난해 3월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재개발로 기존 길 위로 4천4백여 세대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새 길이 뚫렸는데, 아무런 협의도 없었습니다.

[발달장애인 : 길이 험하니까 넘어질까 봐도 겁나고, 공사차량도 다니고 하니까 좀 힘들더라고요.]

시설을 출입하려면 주변이 온통 공사판인 이 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설 이용인들과 함께 이 길을 따라 외부로 나가보겠습니다.

보행 통로도 없는 가파른 길옆으로는 차들이 쌩쌩 달립니다.

[보호 시설이 하나도 없네요. 걸어갈 때 너무 무서우시겠다. (선생님들이랑 같이 걸을 땐 이 길에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세요.) 뒤에 차가 오거든요. 옆으로 비켜서 갈게요.]

두 명이 나란히 걷기에도 좁은 길 위에는 오토바이며 트럭이 주차돼 위험천만입니다.

시설에서 걸어오기 가장 가까운 도시철도역인 지게골역까지 약 15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복지 신청과 건강검진 등으로 자주 찾는 구청과 보건소로 가려면 20분을 더 걸어야 합니다.

걸어서 10분이면 가던 길이 사라지면서 시간이 3배 이상 걸리는 겁니다.

[발달장애인 보호자 : 처음 생기면서부터 여길 왔거든요. 계속 다녀야겠다, 마음먹어서 걸어도 10분도 안 걸리는 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기존 도로가 없어지고 한 번 걸어왔는데 아이가 안 가겠다고 울고….]

센터 관계자와 보호자들이 항의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보호자 : (조합 측이) 전혀 만나주지를 않고, 대화도 안 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아예 문전박대까지 하니까. 사회적 약자인데 너무 무시당하는 것 같고….]

구청은 도시계획 시설사업 인가 절차를 거쳤고, 차선규제봉 같은 보행자 안전시설을 설치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재개발조합 측은 취재에 일체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미정/사회복지법인 든솔 사무국장 : 인근에 대해서는 모두 다 보상을 하고 나름대로 신경을 썼던데, 저희는 처음부터 첫 미팅 때부터 너희가 있는 줄
몰랐다고….]

일방적인 통보로 도로가 사라지면서, 시설은 하나뿐인 승합차 없이는 오갈 수도 없는 곳이 돼버렸습니다.

(취재 : 이민재 KNN, 영상취재 : 박은성 KNN,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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