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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회장이 저격한 법원 판결, 의협 의료감정원 감정서가 근거

의협 회장이 저격한 법원 판결, 의협 의료감정원 감정서가 근거
▲ 투쟁 선포하는 임현택 의협 회장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판사를 공개 저격하며 비판했던 판결이 의협 산하 의료감정원이 작성한 감정서를 근거로 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의협 회장이 해당 판결에 대해 "제정신이냐"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지만, 정작 의협 의료감정원이 낸 감정서가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13일 의료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3-2부는 지난달 30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60대 의사 A 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A 씨는 80대 환자 B 씨에게 맥페란 주사액(2㎖)을 투여해 부작용으로 전신 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의 병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약물을 투여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멕페란 투여 행위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E와 F 등 2곳이 낸 감정서를 근거로 들었는데, 연합뉴스 취재 결과 E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고 F는 의협 의료감정원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판결문은 의협 의료감정원의 감정서와 관련해서 "F의 감정회신서에 의하면, '멕페란의 성분인 메토클로프라미드는 뇌내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해 파킨슨 증상, 즉 느린 동작, 경직, 떨림, 균형장애로 인한 넘어짐을 악화시킬 수 있고, 멕페란 주사 이후 이러한 파킨슨 증상의 악화가 있을 경우 이를 멕페란 주사로 발생한 상해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즉, 의료감정원의 감정서를 토대로 멕페란 투여와 파킨슨 증상의 악화가 관련성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판결문은 E의 감정서와 관련해서는 "'멕페란 투약 후 당일 의식저하 또는 상실, 발음장애 등은 멕페란 주사액의 투약으로 인한 약물 이상 반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협 의료감정원의 감정서가 판결의 근거인데도 해당 판결은 의정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반발이 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판결을 내린 판사의 사진을 이름과 함께 공개하면서 "창원지법 판사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 여자와 가족이 병의원에 올 때 병 종류에 무관하게 의사 양심이 아니라 반드시 심평원 심사규정에 맞게 치료해주시기를 바랍니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임 회장은 이어 11일에도 SNS에 "앞으로 병의원에 오는 모든 구토 환자에 어떤 약도 쓰지 마세요"라며 "당신이 교도소에 갈 만큼 위험을 무릅쓸 중요한 환자는 없습니다"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임 회장의 '공개 저격'과 관련해 창원지법은 지난 10일 "재판장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으로 사법부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유감을 표하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임 회장의 비판 글 이후 의료계에서는 '이러면 누가 진료를 하겠느냐'는 식의 거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선한 목적을 가지는 의료 행위의 특수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2017년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영아 사망 사건에 빗대며 판결이 필수 진료과에 대한 의사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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