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을밀대
타이완 기자 출신으로 사진·출판 전문가인 쉬충마오가 모은 사진집 '당신이 보지 못한 희귀사진'에 수록된 근현대 한국의 사진들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책은 구한말부터 해방 전후까지 격동기를 담았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도시의 경관과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 390여 점을 수록했습니다.
북한의 국보 19호인 유서 깊은 누대 을밀대가 고아한 풍취를 자랑합니다.
세월을 견뎌낸 푸르스름한 빛의 기와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룹니다.
19세기 말 한양도성의 모습과 1930년대 경성의 풍경을 비교해 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빼곡한 초가집과 지게꾼, 짐 실은 말로 채워진 도성의 풍경과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인파로 붐비는 경성 거리는 시각적으로 대비됩니다.
당시 국제 환경을 반영하는 철도, 전신, 외국공사관 등 근대화의 자취를 담은 사진들도 있습니다.
인물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국궁장에서 활쏘기 하는 여인들, 도시로 가는 행인들, 김치 담그는 여성들, 곰방대를 피우며 당당하게 서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인들 등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당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소개합니다.
항일운동의 면모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진들도 볼 수 있습니다.
1904년 항일운동을 벌이다 일본 헌병에 체포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김성산, 이춘근, 안순서 의사의 순국 장면을 담은 사진은 대단히 사실적입니다.
희끗희끗한 콧수염을 기른 백범 김구의 사진도 이채롭습니다.
책은 '한양 그리고 도시'(1권), '전통과 사람들'(2권), '망국과 광복'(3권) 등 세 권으로 이뤄졌습니다.
대부분의 사진은 서양과 일본 사진작가들이 찍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가와 가즈마사의 작품 몇 점을 제외하면 대체로 작자 미상의 작품들입니다.
출판사인 서해문집은 오늘(13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서해문집은 "(사진들이) 역사적 도시의 외형만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근대사의 여정에서 겪은 기쁨과 슬픔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책은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일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한 소명에서 비롯한 작업의 결과물"이며 수록 사진 중 "대한민국임시정부 사진들은 중국 국민당에서 보관해 온 것들로, 대부분이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책은 서울국제도서전(6월 26일~30일)에 맞춰 정식 출간될 예정입니다.
(사진=서해문집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