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중에게 인사하는 김경문 감독
"이재원은 야구를 잘했던 선수다. (선수 생활을) 서운하게 끝내면 안 될 선수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타격이나 송구를 보니까 (이재원이 현역으로) 충분히 더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주전 포수 최재훈의 백업을 맡고 있는 베테랑 이재원(36)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응원의 한마디를 남긴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베테랑 이재원이 SSG 랜더스와 18년간의 인연을 끝내고 한화에서 새 출발 한 시즌입니다.
이재원은 2010년대 중반부터 정교한 타격과 장타력으로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고, 4년 총액 69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재원은 점차 내리막길을 탔고 지난 시즌 27경기 44타수 4안타(타율 0.091)에 그쳤습니다.
이재원은 결국 SSG에 방출을 자진 요청한 뒤 한화와 올 시즌 연봉 5천만 원에 계약했습니다.
이날 이재원은 두산전에서 선발 류현진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동시에 공격에선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이재원은 "나이를 먹다 보면 아무래도 기대치가 떨어지고 '이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주위에서 많이 하다 보니 저도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감독님이 실망하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좀 더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입단 19년 차 이재원은 팀 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았습니다.
그는 "주전 포수가 딱 있어야 팀의 기준이 딱 선다. 재훈이에게 맞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재훈이에게도 그런 책임감을 항상 얘기하고 '내가 확실하게 도와주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재원에게선 들뜨지 않으려는 평정심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습니다.
이재원은 3안타에 대해 "이제 3개 쳤는데 좋았다고 말하기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고, 이번 시즌에 대해서도 "저는 이 팀에 배우려고 왔다. 즐겁게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동갑내기 류현진과의 호흡에 대해선 "현진이가 다 리드를 하기 때문에 사실 특별하게 할 게 없다. 투수들이 공부해서 주도적으로 하는 게 메이저리그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