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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그 사람, 커피-사탕 패키지로 내 편 만드는 방법 [스프]

[직장인 고민처방] (글 : 박진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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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일을 잘하고 싶은데, 유관부서 선배의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고민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업무 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관계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업무적으로만 접근해서 해결하려고 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우선 업무적으로만 접근하는 갈등 해결 방식을 소개드리면, 구체적인 행동과 영향,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선배의 행동으로 인해, 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어떠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I-Message(나 전달법: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전달하는 기법)로 전달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언제까지 자료를 취합하지 못하면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전달하지 못해 전체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그 결과 나도 야단맞고 힘들겠지만, 선배도 이런 일로 비난받을 것이 염려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구체적 행동-영향-결과의 프레임워크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업무상 필요한 소통법은 맞습니다만, 이런 소통법으로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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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설득기법이 필요합니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그의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에서 설득의 6가지 법칙에 대해 언급합니다. 설득의 6가지 법칙은 제가 암기하기 쉽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상일동에 지하철 사호선을 연장하려고 했던 것을 아시나요? 이 문장으로 여러분은 설득의 6가지 법칙을 암기했습니다. 6가지 법칙은 <건(권)희, 상일, 사호>입니다.

첫 번째는 권위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은 권위와 지위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사람들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전문가의 말에 더 순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지위나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전문성이 높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희소성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은 희귀할수록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시간, 공간, 수량 등의 희소성을 만들어내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언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에게 호감을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애의 고수들은 밀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세 번째는 상호성의 법칙입니다. 상호성의 법칙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보답하고 싶어지는 경향을 말합니다. 소위 말해 빚진 감정을 유발하는 것이죠. 사람들은 아주 작은 호의에도 보답하고 싶어 합니다. 상호성의 법칙을 활용한 마트의 시식 코너나 화장품 샘플 등의 마케팅은 이제는 보편적 기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네 번째는 일관성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은 한 번 어떤 행동을 취하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을 받습니다. 병원 진료를 받고 후속 일정을 잡을 때, 병원 직원이 스케줄을 적는 것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 예약 시간을 적게 하면 예약 취소율이 감소합니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자 하는 일관성의 법칙이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다섯 번째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나 판단을 할 때,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유사한 사람들의 행동과 판단을 따라 합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가짜 웃음소리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한 시청자들의 판단을 대신 담당해 줍니다. 사람들은 가짜 웃음소리가 나올 때 더 크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낯선 식당을 찾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안심이 됩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호감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외모가 훌륭한 사람에게 보다 큰 영향을 받습니다. 후광효과(halo effect) 때문인데요, 좋은 외모를 가진 사람이 착하고 능력있고 정직하며 똑똑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호감이 외모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격, 출신, 취미 등이 유사한 사람을 만날 때, 심지어 단순히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은 형성됩니다.

우리는 이 여섯 가지 설득의 법칙을 활용해 다른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여섯 가지가 모두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중 하나만 제대로 작동해도 상대를 내 편으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고민 처방전 드립니다

대나무슾
유관부서 선배와의 관계에서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설득의 법칙은 상호성의 법칙입니다. 응용해 볼 만한 실험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심리학자들은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미국의 레스토랑엔 팁 문화가 있는데요, 심리학자들은 서빙하는 종업원들을 섭외해 손님들이 계산하기 전에 사탕을 건네주는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실험은 4가지 조건이었는데요, 첫 번째는 사탕을 주지 않는 조건, 두 번째는 사탕을 하나 주는 조건, 세 번째는 사탕을 두 개 주는 조건, 마지막 네 번째는 하나를 건넨 후에, 다시 돌아가 하나를 더 건네는 조건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사탕을 주지 않는 조건에 비해 사탕을 하나 건넬 때 팁은 3% 증가했고, 사탕 두 개를 건넸을 때는 14%가 증가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똑같이 사탕 2개를 주는데 한 번에 주지 않고 하나를 건넨 뒤, 다시 돌아와서 하나를 더 건넸을 때 팁이 무려 23%나 증가한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특별한 호의를 받았다고 생각할 때, 가장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입니다(Strohmetz, D. B., Rind, B., Fisher, R., & Lynn, M. (2002). Sweetening the till: the use of candy to increase restaurant tipping 1.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32(2), 300-309.).

저는 업무적 소통에 앞서, 이렇게 호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우선 실천해 보시길 권합니다. 유관부서 선배에게 커피나 캔디바와 같은 작은 선물을 건네고 언제까지 꼭 부탁드린다고 얘기해 보는 것입니다. 커피를 하나 건네고 돌아서려다 다시 "커피에 이거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이 좋더라고요." 하면서 하나 더 건네는 겁니다. 그래도 안 통한다면 다음 설득의 법칙을 활용해 보시죠. 다음은 일관성의 법칙입니다.

일관성의 법칙은 한 번 태도가 형성되면 그대로 유지하려는 현상을 말합니다. 유관부서 선배가 제때 협조를 해서 잘된 사례를 먼저 언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난번 A프로젝트 수행할 때, 선배님이 자료 조사와 업무 협조를 잘 진행해 주셔서 프로젝트를 원활히 잘 끝낼 수 있었어요. 덕분에 상무님께 칭찬도 받았고요,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이런 방식의 대화는 상대로부터 일관성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두 가지 설득의 법칙이 작동되는 데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상대가 나에게 악의적 감정을 품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상대가 악의적이라면 설득의 법칙이 아니라 철저하게 거래의 법칙을 따라야 합니다. 마치 외부 거래처와 거래를 맺듯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업무를 처리하기로 서로 합의하고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을 시, 페널티도 사전에 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대화 방식입니다. "지난 미팅 때 합의한 대로 늦어도 6월 말까지는 첨부드린 엑셀 시트에 자료가 기입되어 넘어와야 합니다. 제때 자료가 넘어오지 않으면 다음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고 전체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은 선배님도 아실 겁니다. 이 경우 저도 늦어진 원인에 대해 저희 상무님께 보고드릴 수밖에 없어요. 꼭 늦지 않게 부탁드립니다."

물론 이 방식은 최악의 관계일 때 활용하는 것이고 이렇게 악화되기 전에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계가 원만해지면 업무가 수월하게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득의 법칙을 우선 활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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