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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풍선' 불러 온 대북전단, 몇 가지 짚어 볼 지점들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북한의 대북전단 공세는 남남갈등을 파고 든다

스프 n코리아
이른바 ‘삐라’로 불리는 대북(대남) 전단은 분단 이후 남북이 체제 경쟁 차원에서 꾸준히 보내왔던 것들입니다. 자기 체제에 대한 선전과 상대 체제에 대한 비방을 담은 전단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 등과 함께 ‘심리전’이라고 불리는 남북의 또 다른 전쟁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한 체제의 우위가 확실해지면서 ‘심리전’은 북한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으로 변해 갔습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선전은 남한에서 먹혀들지 않는 반면, 인간의 본성과 자유에 기반한 남한 노래와 선전물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남북의 심리전은 남북 대화와 화해의 와중에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화해 분위기 속에 대북 전단 살포가 중단됐고, 2004년 6월 4일 제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남북 간에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이른바 ‘6·4 합의’입니다.

이 합의에서 남북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수단들을 제거하기로” 했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한다고 합의했습니다. 대북 확성기와 전광판, 전단 살포 같은 행위를 일체 금지하기로 한 것입니다.

남북 심리전의 대표적 수단인 확성기
대북 확성기 방송은 이후 2015년 목함지뢰 사건과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재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남북의 화해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2018.4.27.)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합의했고, 같은 해 9월 ‘9·19 남북군사합의’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남북 당국 차원에서는 이렇게 상황에 따라 심리전의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지만, 민간 차원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는 당국 합의와는 관계없이 꾸준히 이뤄져 왔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남한에서 정부가 민간의 활동을 제약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0년 대북전단 문제로 북한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당시 정부가 이른바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을 만들기도 했지만, 2023년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전단금지법은 무력화됐습니다.

 

대북전단, 생각해 볼 지점들

대북전단 살포는 대개 탈북자단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북전단을 폐쇄 체제에 갇혀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의 정보를 전해주고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는 도구로 생각합니다. 외부세계와 차단돼 있는 북한 주민들은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에게 외부 정보를 전해주고 외부의 관심(1달러 지폐, 구급약, 마스크 등)을 표명해 줄 수 있는 수단이 전단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북전단으로 인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특히 남북 접경 지역 주민들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대북전단으로 긴장이 고조돼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때마다 접경지 주민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이 문제는 양쪽 모두 나름의 주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말이 맞다고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대북전단 문제는 워낙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성이 강해서 어떤 주장이 타당한지 논리적인 토론도 어렵습니다.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의 주장은 무조건 배척하고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대북전단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짚어볼 포인트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냐의 문제입니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로 인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기도 하니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되돌아보면 전반적인 남북관계는 대북전단과는 큰 관계없이 진행돼 왔습니다. 민간단체는 지속적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해 왔지만, 그 기간 동안 남북은 대화와 화해의 분위기로 가기도 했고 갈등과 분쟁 국면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대남관계를 화해 국면으로 가져갈 것이냐, 대결 국면으로 끌어갈 것이냐는 그 당시의 정세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북한이 대북전단을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으로 지목했다면, 그것은 남북관계의 차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북전단을 명분으로 활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북한도 그래도 하나의 나라인데 대북전단 때문에 대남정책을 왔다갔다 하지는 않습니다.
 
둘째, 대북전단이 정말 효과가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민간단체가 북한에 보냈다는 대형풍선과 전단들이 강원도 등 국내 일부 지역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단체가 보내는 풍선 중에 실제로 북한으로 날아가는 것들은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존재합니다. 이 논란은 일부 민간단체가 북한에 전단을 날려보낸다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으며, 단체의 언론플레이가 후원단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번 오물풍선 논란은 역설적으로 대북전단의 효과를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대북전단이 북한으로 날아가는 것이 거의 없다면 북한이 무시하면 그만일 텐데, 북한이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북전단이 실제로 북한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과민반응이 대북전단의 효과를 오히려 확인시켜주고 있는 셈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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