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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삼식이 삼촌', 시대를 관통한 열정…송강호의 '먹고사니즘'

삼식이

"'위장'에서 시작해 '머리'로 갔다가 뜨거운 '심장'에서 끝나는 드라마"

배우 송강호는 '삼식이 삼촌'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데뷔 35년 만의 첫 드라마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트렌드화 돼 있는 엄청난 물량의 OTT 시리즈와는 조금은 다른 작품이다. 그래서 더 모험일 수 있고 그래서 또 신선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호기심과 의욕이 발동됐다"고 말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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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의 말대로 고자극으로 점철된 요즘의 OTT 드라마와는 궤를 달리한다.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삼식이 삼촌과 김산이라는 인물을 통해 시대를 들여다본다. 타이틀롤인 삼식이 삼촌은 격동의 대한민국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며 시대의 알레고리다.

회당 40분 분량의 16부작. OTT에서는 보기 드문 장기 레이스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야기와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회차가 금방 지나간다. 이 작품의 개성은 깊이와 여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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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동의 시대에서 길어 올린 팩션…이야기의 매력

'삼식이 삼촌'은 1960년 수도방위대 비밀 벙커에서 시작된다. 육군 정보과 대령은 체포되어 온 김산(변요한)을 취조하며 삼식이 삼촌(송강호)에 대해 묻는다. 같은 시각, 정한민(서현우) 역시 취조를 받고 있다. "삼식이 삼촌은요..."라고 말하는 두 사람의 입을 통해 시계추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야기의 배경은 이승만 대통령의 정권 말기인 1959년부터 박정희 주도의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 5월 16일까지다. 드라마에서는 서사의 압축을 위해 군사 쿠데타의 시점을 1960년으로 바꿨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취조 장면은 5.16 직후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 전쟁이라는 고난과 비극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지만 그 이후의 역사적 사건들은 이상하리만치 콘텐츠의 소재로 사용되지 않았다.

'삼식이 삼촌'은 이승만 정권 말부터 윤보선, 박정희로 이어지는 시기를 그리며 3.15 부정선거,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까지 아우른다. 이승만을 모델로 한 것처럼 보이는 이승면이 대통령 4선을 노리고 있고 자유당과 민주당, 혁신당이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정치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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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드라마는 픽션이다. '삼식이 삼촌'은 시작과 함께 이 이야기가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한 창작'임을 강조한다.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있었을 법한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부분 부분이 아닌 전체 맥락을 보는 것이 이 작품을 조금 더 재밌게 보는 자세다.

'삼식이 삼촌'을 보다 보면 묘하게 현재가 겹친다. 여당과 야당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고,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 대의를 실천하기보다는 개인의 야욕을 채우기 급급하다. 이합집산, 야합이 판치는 정치판은 박제된 역사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정치권력과 개인의 욕망이 만나고 충돌하는 메커니즘 묘사가 드라마적 흥미를 자극한다.

드라마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신연식 감독은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세상이고 그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늘 궁금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을 구성한 사람들의 원형은 어디인가'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과거와 현재, 현재와 과거가 무관하지 않다는 성찰로부터 시작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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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주의자' 삼식이 삼촌 vs. '이상주의자' 김산

박두칠은 서해정유, 사일개발의 사장이다. 본명보다는 '삼식이 삼촌'으로 불린다. 전쟁 중에도 가족, 친척, 친구의 하루 삼시 세끼를 다 책임졌다는 데서 비롯된 별명이다.

언뜻 보면 점잖은 사업가지만 그는 정계와 재계, 군부에까지 손이 뻗어있는 로비스트이다. 검은 야심을 가진 욕망가들은 그를 심부름꾼으로 활용하고, 그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더러운 짓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집권당인 자유당의 유력 국회의원 강성민(이규형)의 뒤를 봐주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박두칠은 혁신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주인태의 강연회에 갔다가 그의 예비 사위인 김산의 연설을 듣고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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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은 내무부 소속의 공무원이다. 육사 출신인 그는 올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경제학을 공부하며 대한민국의 현실을 자각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변화의 핵심은 산업국가 재건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국내로 돌아와 내무부 국가재건국에서 일하게 된 그는 '국가 재건 5개년 계획'을 만들어 자신의 꿈을 실행해 보고자 한다.

엘리트들이 거대 담론을 이야기할 때 삼식이 삼촌은 먹는 것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한다. 그는 "배가 불러야 마음이 열린다"고 말한다. 요즘의 언어로 해석하면 "돈이 진심입니다"와 같은 말이다. 삼식이 삼촌은 단팥빵을 먹기 위해 16살 때 사람을 처음으로 죽였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는 이제 서양의 풍요를 상징하는 음식인 피자를 먹는 미래를 그린다.

김산 역시 연설에서 '피자'를 언급했다. 그는 "총칼이 아니라 경제입니다"라며 누구도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구체적으로는 농업에 의존하는 국가가 아니라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공업국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을 이용한 무역국가로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식이 삼촌과 김산은 '먹고사니즘'에 대한 대의가 맞았다. 물론 삼식이는 돈과 권력을 좇는 현실주의자, 김산은 꿈을 좇는 이상주의자라는 차이가 있다. 삼식이 삼촌과 김산은 서로가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여기며 '원대한 계획'을 함께 실행해 보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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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까지는 삼식이 삼촌이 김산을 휘감는 다소 장황한 과정이 펼쳐졌다면 6회부터는 두 사람이 그리는 '원대한 계획'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8회와 9회에서는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5.16 쿠데타로 이어지는 주요 사건의 서막이 열렸다.

'삼식이 삼촌'은 공개 초반 다소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 배경과 클래식한 서사 구조로 인해 호불호가 갈렸다. 너무 많은 인물이 나오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것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삼식이 삼촌과 김산이 본격적으로 결탁하고 근현대사의 핵심 사건에 주요 인물들을 연결시키며 이야기의 속도와 재미의 돛을 달았다.

신연식 감독은 삼식이와 김산의 관계를 브로맨스 서사와 멜로드라마로 무드로 풀어낸다. 삼식이 삼촌에게는 강성민이라는 조카뻘이자 파트너인 인물이 있었고, 김산에게는 주인태, 최한림이라는 아버지 역할을 하는 롤모델이 있다.

두 사람은 과거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서로를 보며 의심하고 질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다소 빽빽하게만 여겨졌던 이야기는 두 인물의 색다른 관계 묘사를 통해 숨통을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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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배우로 완성된 피카레스크…이래서 송강호, 송강호 하지

'삼식이 삼촌'은 피카레스크(Picaresque: 도덕적 결함을 갖춘 악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장르물) 드라마다.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내는 여타 피카레스크물과 달리 인물을 베일에 씌우고, 주변인들의 기억과 입을 통해 벗겨내는 방식의 작법을 통해 삼식이 삼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일으킬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삼식이 삼촌은요. 그런 사람이에요"라는 투의 뜬구름 잡는 증언은 송강호의 연기에 의해 구체화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도 죽이는 악인이지만 선과 악, 대의와 욕망, 계산과 본능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며 모호한 매력을 흩뿌린다.

송강호의 힘이 크다. 숨 쉬듯이 연기하는 송강호는 '연기 같지 않은 연기'로 희대의 로비스트를 야심가이자 전략가, 능청꾼 같은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냈다.

그의 연기에는 어떤 힘도 들어가 있지 않으며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최적의 온도로 완성돼 있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두 가지는 타고난 천성과 살아온 관성"이라는 '삼식이 삼촌' 속 대사를 인용하자면 "위대한 배우를 만드는 두 가지는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이다. 일찌감치 '송강호 스타일'을 완성한 그는 캐릭터의 기운에 맞는 리듬감을 넘치는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장악력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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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코를레오네(영화 '대부'의 주인공)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와 같은 말로 상대를 굴복시켰다면, 삼식이 삼촌은 "태양이 지구를 비추는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하며 김산에게 '원대한 계획'을 제안한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노련한 언변, 분명 다른 방식이지만 상대를 휘감았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위력이다.

삼식이 삼촌의 지분이 8할이 넘는 이 작품에서 송강호는 배우 경력 35년을 망라한 것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삼식이라는 인물에는 박두만('살인의 추억'), 이두삼('마약왕'), 이정출('밀정'), 내경('관상'), 기택('기생충')의 모습이 미묘하게 섞여 있다. 하나의 캐릭터에 투영된 여러 얼굴을 송강호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는 없다.

영화배우와 드라마 배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특정 매체에 보다 익숙한 배우들이 있다. 연기를 하는 배우도, 그 연기를 바라보는 대중도 낯을 가릴 때가 있다. 그러나 송강호는 아니었다.

송강호는 '마약왕'(2018)이라는 영화로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기술적으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연기왕 송강호'를 보여주는 데 손색이 없었으나, '이두삼'은 관객의 마음을 뺏지 못했다. 물론 이건 송강호의 실패가 아닌 각본과 연출의 실패였다. 아무리 빼어난 배우도 각본과 연출의 실패 속에서 홀로 빛날 수 없다. 감독과 배우는 상호작용을 해야 하고 합이 맞아야 한다. 신연식 감독과 송강호는 작용, 반작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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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악당을 그릴 때 어떤 관점으로 인물을 그릴 것인가가 중요하다. '왜 이 인물을 다루고자 하는가'에 대한 답이 보이지 않은 피카레스크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송강호의 연기는 그 자체로 훌륭했으나, 영화에서는 겉돌았다.

'삼식이 삼촌'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지만,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시대를 관통한 열정들이 어떻게 충돌하고 화합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살아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삼식이 삼촌은 격동의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그 자체로 풍자다.

이미 삼식이 삼촌이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내가 세상을 만들었나, 세상이 날 만든 거겠지"라고.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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