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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갈치가 없어요"…조업 부진에 빨라지는 '어촌 소멸 시계'

성산포항에서 어선을 타고 50분. 우도 북쪽 5킬로미터 해상에 도착합니다.

일흔 살이 넘은 나이 든 선원이 힘겹게 조업을 준비합니다.

미끼 준비까지 마치면 집어등에 불이 켜지고, 길게 연결된 낚시가 바다에 뿌려집니다.

갈치 조업 현장입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미끼가 그대로 올라옵니다.

[백승제(72세)/선원 : 작년만 해도 이때 잘됐어요. 그런데 올해는 영 아니에요. 아예 갈치가 없어요.]

잡히는 건 작은 고등어 몇 마리뿐.

3시간 조업 끝에 겨우 잡은 갈치 1마리는 크기가 작아도 너무 작습니다.

갈치 주산지였던 성산 지역의 이달 갈치 위판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제주에서 갈치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조업이 너무 부진해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어업 부진 속에 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듭니다.

이 배에 탄 선장과 선원 4명 중 50대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6, 70대 고령입니다.

[박상근(65세)/선원 : 3, 4년 전쯤에는 그래도 돈벌이가 되니까 젊은 사람들이 보였어요. 지난해부터는 돈벌이가 안 되니까 젊은 사람들이 안 보여요. 전부 다 나이 드신 분들….] 

제주지역 어선은 1천 9백여 척으로, 20년 전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습니다.

조업 환경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출어를 할수록 기름값조차 건지기 어렵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입니다.

[이순욱(70세)/선장 : 어쩔 수 없어요. 어디 가서 항의할 곳도 없는 거라, 누구보고 무엇을 달라고 할 거예요?]

극심한 고령화에 어민이 사라지는 건, 제주 어장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

주요 어장 위치 같은 조업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시간마저 없다는 얘기입니다.

[홍성훈(58세)/선장 : 제가 58세인데 우리 배에서 막내예요. 지금 위에 있는 형님들이 다 없어지고, 우리 막내 세대가 끊어지면 어촌이 끝나는 거죠.]

극심해지는 어장 환경 변화와 고령화 속에 제주 어촌의 소멸 시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취재 : JIBS 김동은, 영상취재 : 오일령 JIBS,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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