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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통령 후보 향한 이런 식의 법정 공세, 정치 과잉의 부조리 아닌가 : 이것은 미국 이야기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Why the Manhattan Trial Is Probably Helping Trump, by Ross Douthat

0527 뉴욕타임스 번역
 
*로스 더우댓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공화당 경선이 진행되는 내내 (으레 그렇듯) 도널드 트럼프를 향한 잇단 기소는 트럼프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중요한 구심점이 됐다. 트럼프의 잘못이 드러나는데도 오히려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을 보며 진보 진영은 개탄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계속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곧 경선 과정에선 트럼프의 강성 지지층(MAGA)에 먹히는 전략이 본선 국면에 가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으리라는 기대다. 트럼프가 박해받고 있다는 외침에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내는 게 공화당 경선에선 반짝 도움이 될지 몰라도, 트럼프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재판이 결국은 바이든의 재선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리라는 거다.

트럼프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관계를 가졌고, 이 사실이 알려져 자신의 대선 가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걸 막기 위해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 뒷돈"을 지급하고, 이를 장부에는 거짓 기재해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두고 벌어지는 현재 재판이 물론 이론적으로는 여전히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트럼프가 주요 경합주에서 근소하지만 꾸준히 바이든에게 앞서고 있는데,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난다면 지지율 격차가 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판 상황을 돌이켜 보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효과가 본선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미 경선은 사실상 끝나기도 했다. 트럼프를 향한 사법부의 기소, 재판은 아마도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먼저 이 사건의 세부 사항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대부분 유권자에게 이 재판이 어떻게 비칠지 한번 생각해 보라. 재판 관련 뉴스는 대개 넘기고, 대니얼스의 증언에 관한 부분은 제목 정도에 눈길을 줬을 수 있겠다. 그런 사람들은 이 재판이 그저 트럼프가 부인 몰래 외도한 사실을 온갖 추잡한 방법을 동원해 숨기려 한 잘못을 두고 벌어지는 해프닝쯤으로 여길 수 있다. 대통령까지 한 정치인이 저런 거짓말을 하다니, 역시 트럼프답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음탕한 정치인이 자신의 부적절한 성관계를 숨기려고 하는 것이 중대한 범죄인지 아닌지에 관해 미국 사회가 상당한 시간과 품을 들여 잘잘못을 따졌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 캠프는 조직적으로  "창녀들의 증언 러시(bimbo eruption)"을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실제로 우리는 부적절한 성관계를 숨기려고 뻔뻔한 위증을 저지르는 게 중범죄인지 아닌지를 두고도 법정 공방을 벌였다. 당시 미국 사회는 자유주의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클린턴에게 용서와 관용, 사면을 베풀면서 논란을 두루뭉술하게 매듭지었다.

물론 현재 젊은 유권자들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을 기억하기에 너무 어렸다. 그럼에도 "르윈스키 스캔들"은 여전히 미국 사회에 짙은 문화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재판을 보도하는 기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번에 트럼프를 기소한 검사들을 30여 년 전 클린턴 탄핵을 이끌었던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에 비유한다.

재판을 통해 밝혀진 사실 가운데 트럼프라는 인물에 관한 새로운 정보는 하나도 없다. 트럼프가 바람둥이에 악당이라는 건 온 세상이 이미 다 아는 얘기다. 대신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건 트럼프 정적들의 위선이다. 외설적인 불륜, 외도에 관해 기를 쓰고 별일 아니라고 일축하던 민주당원들이 그를 통해 트럼프를 끌어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 트럼프를 음탕하고 추잡한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모습이 그랬다.

이번엔 재판 상황을 자세히 지켜보며 법리적 공방의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유권자들을 생각해 보자. 그런 유권자라면 트럼프에게 지금 적용된 혐의가 부적절한 성관계를 숨기려고 한 것과 무방하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검찰이 아무리 트럼프의  개인적인 치부를 부각하려고 애를 써도 입막음용 뒷돈을 건넨 것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개인 간의 계약이다. 대신 지금 트럼프는 자신의 도덕적 치부를 덮으려고 자신의 회계 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치부를 가리려고 한 행위를 다시 은폐하려 했다는 게 혐의의 핵심이다.

뉴스를 꼼꼼하게 살펴본 분이라면 이런 은폐 혐의가 대개 경범죄에 해당하며, 중범죄로 기소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 것도 아실 거다. 검찰이 트럼프를 중범죄 혐의로 기소할 수 있던 건 순전히 뉴욕주 형법에 있는  특별 조항 덕분이다. "어떤 잘못을 은폐한 것이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밑바탕이 됐을 때" 중범죄가 성립한다는 조항이다.

여기서 트럼프가 저지르려 한 "다른 범죄"가 무엇이었다고 소장에 명시할지를 두고 검찰은 여러 후보를 검토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다양한 도표를 동원해 이 복잡한 관계를 그려 놓고, 경범죄가 어떻게 연결되고 쌓여 중범죄가 되는지 설명해야 했다. 연방 선거자금법을 위반했을 수도 있고, (혐의가 입증되면 연방 정부에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거로 죄를 사면받는 어찌 보면 이상한 법을 어긴) 특수 탈세 혐의일 수도 있다. 아니면 "법이 허용하지 않는 수단을 동원해 특정인을 공직에 당선시키거나 반대로 당선을 방해하려고 모의한 혐의"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법률 분석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가 저지르려 한 "다른 범죄"를 실제로 저질렀는지 입증할 의무는 없다. 이미 대배심이 트럼프의 기소에 동의하면서 트럼프가 다른 범죄를 저지르려 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점은 법정에서 인정됐다.

나는 뉴욕주 법원의 판례를 분석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존중한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는 자신의 경범죄를 숨기려고 아직 기소되지도 않은 다른 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정황이 인정되기만 하면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는 처지다. 아직 공식 지명만 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야당의 대통령 후보인 사람에게 이런 식의 법정 공세를 퍼붓는 걸 정치 과잉의 부조리로 묘사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 묘사를 정확하다고 인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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