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계향 할머니 빈소
노점상 등으로 모은 전 재산을 사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해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로 이름을 올렸던 홍계향(90)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성남시는 "홍 할머니가 19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연고자가 없어 시가 주관해 장례를 치르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라며 "할머니가 살던 4층 규모 다세대주택(2014년 기부 약정·현재 시세 12억 원 상당)은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오늘(22일) 밝혔습니다.
1934년 부산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21살에 결혼한 뒤 서울로 상경해 김·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 등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다 49살 때인 1983년 성남에 정착했습니다.
지하철 청소, 공장 근로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벌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마련한 것이 2002년부터 별세하기 전까지 살던 중원구 성남동에 있는 4층 규모 주택입니다.
평소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할머니는 슬하에 하나 있던 딸이 2010년 질병으로 죽고 치매를 앓던 남편마저 2013년 12월 세상을 떠나자 재산 기부 절차를 밟았습니다.
2014년 6월 전 재산을 사후에 성남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기금에 사용하도록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 성남시 첫 '행복한 유산'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에도 "성남은 제2의 고향"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고, 2006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도 약속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아왔고 올해 2월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습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21일 저녁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신 시장은 "두 달 전 할머니를 찾아뵙고 빠른 회복을 기원했는데 안타깝다"라며 "기부한 유산은 고인의 바람대로 소중히 쓰겠다"라고 했습니다.
발인식은 오늘 오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렸으며, 홍 할머니는 화장 뒤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됩니다.
(사진=성남시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