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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소송' 두 번째 변론…초등생 "우리에게 책임 떠넘겨"

'기후 소송' 두 번째 변론…초등생 "우리에게 책임 떠넘겨"
▲ 최종진술자인 아기기후소송의 청구인 한제아 어린이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실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헌법재판 마지막 공개변론이 오늘(21일) 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늘 낮 2시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른바 '기후위기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습니다.

이 소송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이나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 등 정부가 수립한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에 불충분해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 심판 사건입니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본법 8조 1항과 시행령, 국가 기본계획 등에서 2030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기준의 40%만큼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춘다는 계획입니다.

소송은 이같은 계획의 수립과 이행과정 설정이 타당했느냐를 따지고 있습니다.

오늘 변론에는 서울 동작구 흑석초등학교 6학년 12살 초등생 한제아 양이 출석해 발언했습니다.

한 양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22년 영유아를 비롯한 어린이 62명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의 청구인단 중 1명입니다.

한 양은 "어른들 말을 잘 들으라고 우리에게 어린이다움을 강조하지만, 기후위기 해결과 같은 중요한 책임에 관해서는 대답을 피하는 듯하고 어쩌면 미래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며 "그게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라며 "저와 같은 나이였을 때 학교에서 기후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줬느냐"고 물었습니다.

한 양은 "저희는 이미 학교에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배우고 있다"라며 "우리는 기후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살아가야 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2031년이 되면 저는 만 19세, 성인이 되는데 그때까지 지구의 온도는 얼마나 올라갈까요"라면서, "저는 이 소송이 2030년, 2050년까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한 양은 "기후변화와 같은 엄청난 문제를 우리에게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이에 정부 측은 법과 시행령을 통해 국제사회에 귀감이 되는 대응을 해 나가고 있다는 의견으로 맞섰습니다.

헌재는 2020~2023년 제기된 관련 소송 4건을 병합해 심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1차 변론을 진행했는데, 기후 관련 소송의 공개 변론이 열린 것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처음입니다.

오늘까지 두 차례 재판으로 변론 절차는 종료됐습니다.

이후 재판관들은 합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데, 법조계에서는 이은애 재판관이 퇴임하는 올 9월 이전 결론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편 소송의 쟁점은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또는 1.5℃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목표 이행을 위해 우리나라가 정한 목표가 타당한지입니다.

이 목표는 2015년 체결되고 우리나라도 가입한 '파리 협정'에서 설정됐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인 IPCC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 세계적으로 2019년 배출량 기준으로 2030년까지 43%, 2035년까지는 60%만큼 감축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덕영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PCC 목표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따른 탄소예산(기후위기를 억제하기 위한 탄소 배출량)이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지구의 온도를 1.5℃ 이내로 억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재 세대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 미래 세대는 잔여 탄소예산이 없어지고 더욱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살아야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반면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는 긴 호흡을 갖고 봐야 한다"며 2050년까지 장기적으로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이행할 수 있으므로, 당장 2030년의 감축 목표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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