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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차이나 쇼크'에 대비하는 미국 [크루그먼 칼럼]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Preparing for the Second China Shock, By Paul Krugman

nyt 스프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구식 보호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고리를 두르겠다며 모든 수입품에 10% 이상의 관세를 곧장 부과할 계획임을 꽤 오랫동안 시사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순수 자유무역주의자라고 보기 어렵다. 바이든의 대표 법안이라 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은 사실 기후변화 대응책에 가깝지만, 북미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국수주의적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다른 수입품에도 마찬가지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런 관세가 당장에 가져오는 효과는 크지 않다. 애초에 중국에서 들여오는 관세 대상 제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바이든의 정책이 그저 상징적인 제스처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른바 '두 번째 차이나 쇼크', 즉 바이든 정부가 가진 계획의 핵심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입량 증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와 지식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공산품 수출은 1990년대 초반에 급증했다. 처음에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이런 상황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에 쓸모 있는 물건을 낮은 가격에 팔고자 한다면 저항하지 말고 감사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오랜 상식이었다.

물론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정통파 경제학자들도 잘 알고 있다. 값싼 수입품이 나라 전체의 부에는 도움을 주지만, 상당수의 국내 노동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1990년대에는 실제로 임금이 낮은 국가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이 미국 내 임금 불평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를 두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당시 나를 포함한 대부분 경제학자들이 수입품도 임금 격차 증가의 이유 가운데 하나지만, 결정적인 이유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수요가 떨어져 고용에 영향을 미칠 만큼 경기가 지속적으로 좋지 않을 때는 무역 적자도 타격이 된다는 점도 시간이 흐르면서 분명해졌다. 중국산 제품 수입이 급증하던 초기에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이 수년째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큰 의미는 없었을지 몰라도, 그 시기에 나는 대중 강경파가 되어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에게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올려 무역 흑자를 줄이려고 나서지 않는다면 관세로 중국을 위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그런 우려는 점차 잦아들었다.

2013년 발표된 데이비드 오터와 데이비드 돈, 고든 핸슨의 연구 "차이나 신드롬"(이후에 "차이나 쇼크"라는 제목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은 이후 경제학 논쟁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저자들은 1990~2007년 중국산 수입품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미국 내 제조업 분야 종사자가 150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미국처럼 경제 규모가 크고 역동적인 국가에서 이 숫자 자체는 그리 큰 숫자라고 볼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무슨 이유에서건 매달 150만 명의 노동자가 감원이나 해고로 일자리를 잃는다.

하지만 "차이나 쇼크"의 저자들은 미국의 산업이 지리적으로 매우 지역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수입 증가로 인한 일자리 감소분이 평균적으로는 작아 보일지 몰라도 일부 지역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내가 즐겨드는 예는 가구업계다. 가구업계에서는 중국산 수입품 때문에 수십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이는 미국 경제 전체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가구 산업이 노스캐롤라이나주 피에몬트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히코리-르누와-모간튼 같은 도시권은 가구 수입이 늘어나면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몇 해가 지나자 그 정치적 의미는 더욱 와닿게 됐다. 수입 증가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첫 번째 차이나 쇼크는 실체가 있는 문제였고, 대체로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트럼프 식의 거친 보호주의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경제학자들조차 가파른 수입 증가가 가져올 결과에 우려를 표하는 중이다.

하지만 잠깐, '첫 번째 차이나 쇼크'라니? 두 번째 쇼크가 올 거라는 뜻인가? 지금 상황을 보면 이는 자명하다.

두 번째 쇼크는 중국의 강점보다 약점에서 온다. 중국 경제는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국민소득에 비해 소비자 지출은 매우 낮고, 노동인구 감소와 기술 발전 둔화로 인해 수익이 낮아지면서 경제를 펌프질하던 투자 역시 줄어들고 있다. 한동안은 엄청난 주택 버블과 거품 낀 부동산 부문 덕분에 이런 문제를 가릴 수 있었지만, 그런 날도 이제 끝인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가계 소득을 늘리고 소비자 수요를 높이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이런 정답을 이상하리만치 회피하면서 소비보다는 생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는 중국 전문가들이 더 잘 알겠지만, 지정학적 이유가 있는 것일까? 중국인들이 게을러지는 것이 두려워서?

소비자 지출 증가를 거부하는 중국의 전략적, 이념적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소비자 지출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엄청난 수준의 무역 흑자를 유지하는 것, 즉 중국이 생산은 할 수 있지만, 소비는 하지 않는 엄청난 양의 제품을 다른 국가에 대량으로 내다 싸게 파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기조는 이렇다. "안 돼.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너희 정책 실패의 산물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게 두지 않겠어."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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