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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적 느낌' 아니다, 봄이 최악의 계절인 사람들에겐 더욱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It's Not Your Imagination. Your Allergies Are Getting Worse. by Margaret Renkl

0520 뉴욕타임스 번역
 
*마가렛 렝클은 미국 남부의 동식물과 자연, 정치, 문화에 관한 글을 쓴다.
 

봄이다. 내가 사랑하는 자연 중에도 특히 내가 가장 아끼는 걸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봄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봄과 함께 딸려 오는 꽃가루는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다. 눈이 가렵고, 코는 늘 꽉 막혀 있으며, 아침에 눈을 뜨면 재채기부터 난다. 재채기는 잠이 드는 순간까지 나를 괴롭힌다. 내 머리카락에 묻은 꽃가루 때문에 남편도 자꾸 재채기가 나와서 우리 부부는 잠을 따로 자야 했다.

나는 사실 테네시주 중부로 이사 오기 전까지 계절성 알레르기를 한 번도 신경 쓰지 않던 사람이다. 심지어 내쉬빌이 있는 테네시주 중부는 미국에서 (주로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를 뜻하는) 계절성 알레르기에 취약한 지역 상위 10곳에 들지도 않는다. 그런 내가 요즘은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알레르기약을 하루 세 번씩 먹는다. 거기에 어렸을 때 기침이 나면 연고처럼 바르던 빅스(Vicks)라는 국소용 기침약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며 재채기를 비롯한 알레르기 증상이 멎으라고 먹는 약도 있다. 어렸을 때 바르던 기침약은 아직도 있다. 이 약에 관해선 코미디언 완다 사익스가 스탠딩 코미디쇼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거기에 "코막힘 증상 완화"라고 쓰인 허브차를 쉬지 않고 마신다. 효과가 있어서 마시는 건 아니다. 더는 어떤 약효도 기대하지 않지만, 그냥 마신다. 예년 같으면 테네시주 중부에선 봄철에 기승을 부리던 알레르기가 지금쯤이면 잦아들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나무, 풀, 돼지풀의 꽃가루가 겨울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번갈아 가며 쉬지 않고 흩날린다.

물론 최악의 계절은 역시 봄이다. 우리 집 뒷문에 서서 하얀 소나무가 꽃가루를 내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고전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 농작물을 살포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봄철 내 안경은 안팎에 모두 꽃가루가 들러붙는다. 나의 작은 빨간 자동차도 (노란 꽃가루가 섞여) 주황색처럼 보인다. 집 뒷마당의 회색 판자에는 꽃가루가 뒤덮여 마치 새로 이끼가 난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비가 내려 나무와 풀이 젖으면 꽃가루는 좀 잠잠해진다. 그러나 비가 가져다주는 평화도 잠시일 뿐이다. 오히려 (이상기후로) 비가 많이, 오래 내리면 그만큼 꽃나무의 개화기도 길어진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 야생화는 벌이나 나비 등 곤충을 통해 꽃가루를 받으므로,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돼지풀처럼 바람에 꽃가루를 실어 보내는 나무나 풀이 문제다. 그렇게 공기 중에 살포된 꽃가루는 사람에게도 가닿아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개화기가 길어지면, 자연히 알레르겐인 꽃가루도 더 많이, 더 오래 날린다.

계절성 알레르기는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기후변화로 지구가 점점 더워지면서 악화된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다. 식물이 자라기 시작하는 시기는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이미 북미에선 예년보다 평균 20일이나 빨라졌다. 겨울을 나고 일찌감치 자라기 시작하는 식물은 더 오래간다. 공기 중에 꽃가루를 날려 보내는 시기도 길어진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꽃가루가 많아진 것도 문제지만, 꽃가루로 고통받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게 어떤 의미에선 훨씬 더 괴로운 일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수록 꽃가루 알레르기는 더욱 지독해진다.

건초열(hay fever)이라고도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는 우리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처럼 우리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진짜 위협과 꽃가루처럼 사실은 무해한 입자를 구분하지 못해 일으키는 면역 반응이다. 그래서 평생 꽃가루 알레르기와 무관하게 살던 사람이 새로운 지역에 이사 가서 면역 체계가 접한 적 없는 꽃가루와 맞닥뜨리면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않아도 갑자기 계절성 알레르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따뜻해진 기후 탓에 식생이 변해 식물마다 자랄 수 있던 북방한계선이 자꾸 올라간다.

이 모든 요인이 합쳐져 계절성 알레르기는 더 극심하고 광범위하게 인간을 괴롭히게 됐으며, 상황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21세기말이 되면 지금보다 꽃가루 알레르겐이 200%나 더 많아질 거라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 애틀란틱에 과학 전문기자 야스민 타약이 쓴 "알레르기 대재앙을 막을 길은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성인의 7.7%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았"는데, "2021년이 되면 그 비율이 25%로 급증했다."

치명적인 폭염이나 해안 지대 침수 등 말 그대로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기후 재앙에 비하면, 꽃가루 알레르기는 그저 좀 불편하고 말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눈 좀 가렵고 콧물, 재채기 나는 날들이 1년에 며칠, 길어야 몇 주 늘어나는 게 뭐가 대수란 말인가? 특히 살 곳을 잃고 기후난민이 되는 사람들에 비하면 말이다. 그러나 알레르기를 그렇게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계절성 알레르기가 도지면 그 사람은 기동성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져 각종 감염에 취약해지며, 일에 집중하지 못해 일터에서의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운이 좋아 결근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증세가 심하면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수도 있다. 계절성 알레르기는 천식 발병률, 중증 천식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으며, 특히 어린이들이 취약할 수 있어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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