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사치품 아니지만 럭셔리…Z세대에게는 이것도 명품 [스프]

[트렌드 언박싱] 고물가 시대의 새로운 럭셔리의 특성 (글 :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스프 트렌드언박싱
"에러헌 하울(Erewhon haul)을 시작합니다!"

500만 팔로워를 가진 틱톡커 알릭스 얼(Alix Earle)이 스무디, 버팔로 카울리플라워, 치킨 페스토 샌드위치, 치킨 누들 수프를 소개한다. 해당 영상은 600만 조회수와 60만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틱톡에서 에러헌 하울은 많은 이들이 업로드하는 주제다. 2024년 2월 기준 #Erewhonhaul 해시태그는 5,490만을 훌쩍 넘는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대체 에러헌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스프 럭셔리
에러헌은 LA 지역 기반의 럭셔리 슈퍼마켓 체인이다. LA 인근 지역에만 매장을 두고 있으며, 미국에서 천연 및 유기농 식품을 판매한 미국 최초의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 유기농, 건강식 식품들을 취급하며,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생소한 식물 기반 식품이나,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식료품을 구비하고 있다. 실제로 다른 슈퍼마켓과 비교하여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스틴 비버의 아내이자 인플루언서인 헤일리 비버와 함께 만든 'Strawberry Glaze Skin Smoothie' 구매 붐과 같은 현상이 더해지며, 전 세계 Z세대들을 에러헌으로 모으고 있다.

에러헌의 열풍은 제품의 차별성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공이 크다. 하지만 달라진 럭셔리 소비자 행태 변화도 한몫한다. 혹자들이 말하는 '사치의 대중화(luxury democratization)'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명품의 의미가 이전과는 달라졌다. 특히 코로나 이후 고물가 상황에서 극대화된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가 대두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기존의 '명품 가방'으로 대변되는 전통적 럭셔리와 새로운 럭셔리는 과연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일상의 럭셔리화 : Daily Luxury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소비 행태에 미친 영향도 상당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우리는 일상생활 그 자체의 환상성이 부각되었다. 평범한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했다. 산책 가기, 식사 만들기 또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는 것과 같은 일상의 가치가 높아진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공급망 및 자원 부족이 결합되어 40년 만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었다.

스프 럭셔리
▲ 월별 물가 상승률(파란색)과 연간 물가 상승률(빨간색). 출처 : https://www.usinflationcalculator.com/inflation/current-inflation-rates

한편, 전통적인 관점에서 럭셔리는 기본적으로 사치재(luxury goods)다. 사치재는 필수재(essential goods)와는 상반된 개념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재화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최근 국내외적 사회경제의 변화는 이러한 기본 명제를 뒤바꿔 놓았다. 럭셔리의 특성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뉴럭셔리는 꼭 사치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필수재의 품목 중 하나인 식료품(grocery)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들어 젊은 소비자들일수록 식료품을 과시하기 위한 지출 항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과시하기(splurge on) 위해 어떤 품목에 지출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세대마다 다르게 답변을 했는데, 이 중 가장 젊은 소비자인 MZ세대는 '식료품'을 과시를 위한 지출 품목으로 다수가 꼽았다. 이들에게 '일상의 럭셔리화'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 Baby Boomers: Restaurants: 38%, Travel: 37%
- Gen X: Restaurants: 39%, Groceries: 34%
- Millennials: Groceries: 41%, Travel: 36%
- Gen Z: Groceries: 38%, Beauty and personal care: 37%

출처: https://www.thestreet.com/retail/young-people-spend-more-money-on-this-essential-than-anything-else

나만의 의미가 부여된 희소성 : Epistemological Scarcity

고물가로 인해 일상의 사치성이 부각되었다면, 두 번째 특성은 심적 요소와 관련한다. 전통적 관점에서 명품 브랜드는 물리적 희소성, 즉 물질적 가치에 기반한 희소성을 내포한다. 명품 브랜드의 높은 가격에도 수요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다. 에르메스 버킨백의 공급량을 연간 12만 개로 제한하고 고객 한 명이 같은 디자인 가방을 1년에 2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물질적 희소성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는 많은 연구에서 검증된 사안이다. 1975년 버지니아대 스티븐 워첼(Stephen Worchel) 교수는 두 유리병에 같은 쿠키를 10개, 2개씩 나눠 담은 후 대학생들에게 선택하도록 했더니, 2개가 담긴 유리병의 쿠키에 대한 선호도가 유의하게 높았고 지불 의향 가격도 25%나 높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실질적으로 희소성을 부각하여 소비자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전통적인 접근이다.

반면에 새로운 럭셔리의 경우에는 희소성의 정도가 소비자 개인의 의미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를 인식론적 희소성(epistemological scarcity)이라고 한다. 즉, 물리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거나 경험할 수는 있지만, 소수가 제품에 자신만의 희귀한 경험이나 의미를 더해 희소성을 내면화한다. 물질적 소유보다는 개인적 의미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러한 성향은 Z세대에게 두드러진다. Z세대에게 소비에서 중요한 가치는 '관심사'일 뿐 유명 브랜드 그 자체가 아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총 1,900여 개의 브랜드 중 각 세대의 50% 이상이 알아보는 브랜드의 숫자는 Z세대의 경우 그들 부모 세대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중이 잘 모르는 브랜드를 발굴하여 소비하는 경향도 다른 세대보다 강한 편이다. 사회가 '좋다'고 합의한 브랜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브랜드를 직접 평가하고 선택하는 세대가 바로 이들인 것이다.

스프 럭셔리

실천 혹은 노력이 덧대어진 럭셔리 : Luxury Practice

새로운 럭셔리의 세 번째 특성은 <구매 전-구매 중간 과정(보관)-구매 후 처분>까지 이어지는 소비의 전 과정에서 소비 실천(Luxury Practice)이 더해진다는 점에 있다. 희소한 제품일수록 구매에 노력이 필요해진 트렌드가 대표적이다.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트렌드코리아2023>에서는 '득템력' 트렌드로 명명한 바 있다. 값비싼 브랜드가 아니라, 갖기 어려운 아이템을 누가 얻는가가 과시와 차별화의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럭셔리는 구매 중간 과정에서도 실천적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존재한다. 맨체스터대학의 베니스터와 동료들은 새로운 럭셔리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천적 관점에서 봐야 함을 설파했다. 특히 이들은 일반적 제품도 럭셔리가 될 수 있게 만드는 소비자들의 특별한 다섯 가지 행위를 밝혀냈다. Protecting(보호하기), Displaying(전시하기), Caring(돌보기), Collecting(수집하기), Nurturing(기르기)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신발을 전시장에 컬렉션을 모으면서 즐거움을 얻는 소비자가 있다고 치자. 그 소비자에게 수집 행위는 필연적이다. 그가 수행하는 친밀한 실천적 의식이 그 물건들을 더욱 특별하고 럭셔리한 제품으로 부각시켜주기 때문이다.

처분 과정에서도 새로운 명품이 부각되기도 하는데, 'Vintage Luxury Buttons'가 대표적이다. 기성품인 명품 액세서리를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명품 브랜드 의류의 단추에 부자재를 달아 귀걸이 목걸이 등 액세서리로 업사이클링한 제품을 구매 혹은 판매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의 수공예품 매매 플랫폼인 Etsy에서는 '샤넬 단추', '루이비통 단추' 등 명품 단추 매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용이 완료되어 제품을 처분하기보다, 명품 단추를 액세서리로 바꾸는 행위를 추가하여 자신만의 럭셔리로서 가치를 배가시키는 소비인 셈이다.

스프 럭셔리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